패션을 통한 페르소나 발현에 관한 연구

Abstract

페르소나는 개인이 속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타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다중 정체성의 외적 표현이라 할 수 있으며 패션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된다. 극도로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한 상황과 역할에 따라 요구되는 페르소나는 매우 다양하며, 이는 실제 개인의 삶 속에서 패션 스타일을 통해 성찰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패션으로 발현되는 페르소나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본 연구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적 요구와 가치기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형성하고 의도적으로 표현하는 페르소나는 패션을 통해 발현되는 것으로 보고, 패션으로 발현되는 페르소나의 형성 원인과 발현 유형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페르소나와 정체성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문헌연구를 진행하였으며, 20∼30대 성인기 여성 12명을 대상으로 은유추출기법 인터뷰와 패션을 통한 페르소나 형성 원인과 발현 원인, 발현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페르소나는 개인의 다중적 정체성의 외적 표현이라 할 수 있으며, 표현하고자 하는 정체성의 종류와 집단에서 요구하는 역할과 상황에 따라 다른 페르소나를 선택적으로 형성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모든 정체성이 페르소나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이 처한 상황과 역할에 맞춰 어떤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적 과정을 통해 페르소나가 결정되며, 사회 적응에 유리한 페르소나를 선택적으로 표현한다. 둘째, 패션을 통해 발현되는 페르소나를 분석한 결과, 남들이 보기에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조절하는 보호 통제 페르소나, 대인관계에서 주도권과 통제권을 갖고 싶어 하는 권력지향 페르소나,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하도록 하는 성취지향 페르소나, 완벽성을 추구하는 완벽 지향 페르소나 등 4가지 페르소나가 패션을 통해 주로 발현되는 주요 페르소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4가지 페르소나는 모두 사회적인 상황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페르소나로, 개인보다 집단이 더 많이 개입되어 형성되는 페르소나의 이론적 특성이 실제 개인의 삶에서 패션을 통해 발현되고 있음을 실증적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패션을 통해 발현되는 페르소나의 형성 원인은 개인적 특성, 사회구조적 요구,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개인적 특성은 페르소나를 형성하는 데 작용한 개인의 성격, 가치관, 욕구이며, 사회 구조적 요구는 집단에서 개인에게 요구하는 규범, 역할 기대, 상황 적합성과 관련하여 작용하고 있는 외적인 요인들로 확인되었다.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은 인간관계의 의식, 집단 분위기, 집단 내 개인의 선택, 사회적 요구에 대한 지연 대응으로 개인과 사회구조 간 절충과 협의가 이루어져 페르소나가 형성됨을 알 수 있었다. 넷째, 패션을 통해 페르소나가 발현되는 원인은 회피형, 연출형, 억제/분출형으로 나타났다. 회피형은 패션을 통한 평가와 관련하여 논란 회피, 외모 평가에 대한 압박에 의한 것이며, 연출형은 역할 상징의 표현, 역할과의 분리, 자기표현 고려를 위한 역할 이미지 연출과 어울림의 추구, 조직 적응을 위한 집단 이미지 연출, 이상적 이미지 표현과 부재 이미지 표현을 위한 이상적 이미지 연출로 분석되었다. 억제/분출형은 집단 압박으로 인한 은폐, 개인 선택에 의한 은폐, 억제된 이미지 분출을 위해 패션을 통해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패션을 통해 발현되는 페르소나 발현 유형은 개인적 표현형, 사회적 절충형, 이상적 연출형으로 구분되었다. 각 유형별 페르소나 형성 원인과 패션을 통한 발현 원인, 패션 스타일 연출 방식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적 표현형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고려가 적은, 개인 내부에서 파악하는 자기의식을 드러내는 페르소나 발현 유형이다. 성격, 가치관, 재미 추구, 기분전환과 같은 개인적 특성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타인의 시선 의식, 개성 추구, 지역적 범주·요구로부터의 일탈이라는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페르소나 형성 원인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페르소나는 역할과의 분리와 억제된 이미지 분출을 위해 패션을 통해 발현되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비효율적 소비, 일회적 이벤트성 연출, 평소 하지 않는 스타일의 자유로운 시도를 하는 패션 스타일 연출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둘째, 사회적 절충형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타협과 절충의 과정을 거쳐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페르소나 유형으로, 성격, 가치관이라는 개인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으며, 1차 집단의 압박, 2차 집단의 규범, 역할기대와 같은 사회 구조적 요구가 존재했다.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의한 원인으로는 주변의 평가 의식, 타인의 시선 의식, 구성원의 외모, 집단의 성격, 집단 내 경쟁, 동조와 개성 추구를 위해 페르소나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페르소나는 논란 회피, 외모 평가에 대한 압박이라는 회피형 원인과 역할 상징의 표현, 역할과의 분리, 자기표현 고려, 어울림의 추구, 조직 적응, 이상적 이미지 표현의 연출형 원인, 집단 압박으로 인한 은폐라는 억제/분출형 원인에 의해 패션을 통해 발현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주변 스타일에 맞추거나, 장소에 시간에 따라 스타일 연출을 보류하기도 하였으며, 규범을 지키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패션 스타일 연출 방식을 사용하였다. 또한 정해진 규칙 내에서 유행 스타일을 추가하거나 아이템들의 믹스 앤 매치, 동일한 스타일을 반복하는 방식 등을 통해 절충안을 연출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셋째, 이상적 연출형은 이상적 모습을 위해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해내는 페르소나 발현 유형이다. 성격 가치관, 보완 추구, 자신감 추구라는 개인적 특성과 역할 기대와 상황 적합성이라는 사회 구조적 요구, 주변 평가 의식, 집단 내 경쟁, 사회적 위치로부터의 벗어남, 연령에 따른 압박으로부터의 일탈이라는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 원인에 의해 페르소나 형성되었다. 이러한 페르소나는 이상적 이미지 표현, 부재 이미지 표현, 개인 선택에 의한 은폐를 위해 패션을 통해 발현되었으며, 이를 위해 특정 아이템을 선호하거나 이상적 인물의 모방, 불편함을 감수하는 패션 스타일 연출 방식을 주로 활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파악한 패션을 통해 발현되는 페르소나는 성찰적 개인성의 강조,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강화, 다중적이며 유동적 특성의 확대라는 현대적 의미를 갖는다. Jung은 페르소나를 집단정신에 의해 조정된 사회적 타협물로 보았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관찰한 개인들은 사회적 요구에 그대로 순응하기보다는 개인 특성과의 절충과 타협을 통해 자발적으로 페르소나를 형성해 가고 있었다. 특히 패션을 통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고 절충된 패션 스타일을 활용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었으며, 이는 현대인들의 성찰적 개인성이 강조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의사소통이 일어나지 않는 환경에서 패션을 통해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것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다양한 역할을 짧은 시간에 표현해야 하며, 익명성에 기반을 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패션을 통해 발현되는 페르소나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페르소나는 다중적이고 유동적인 특성을 갖는다. 하나의 역할과 상황 내에서도 다수의 페르소나가 존재했으며, 다양한 패션 스타일 연출 방식의 조합을 통해 발현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속한 사회 구조의 맥락적 차이를 인식하고 이에 따라 페르소나를 변경시키며 패션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대응하는 방식의 페르소나 발현은 다중적이며 유동적인 특성이 확대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개인의 다중적 복식 행동을 페르소나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였으며, 선행연구가 존재하지 않는 패션을 통해 발현되는 페르소나라는 연구 분야에서 은유추출기법을 설계하고 페르소나 형성 원인과 발현 유형을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이를 통해 개인의 다중적 페르소나를 패션을 통해 표현하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