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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소설과 세계텍스트: 최인훈의 『회색인』-『서유기』와 조이스의 : Artist Novel and World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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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조주옥

Advisor
김태환
Major
인문대학 협동과정 비교문학전공
Issue Date
2017-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조이스최인훈회색인서유기젊은 예술가의 초상율리시즈예술가소설세계텍스트편력기다성성의식의 흐름환청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비교문학전공, 2017. 2. 김태환.
Abstract
최인훈의 『회색인』과 『서유기』 연작과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이후 『초상』으로 약칭함.
과 『율리시즈』 연작은 작가의 자전적 예술가 입사 이야기이다. 그러나 두 연작은 표면적으로는 내용도 형식도 너무나 상이하다. 지금까지 두 연작을 비교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연작을 비교하며 세밀하게 읽어나가면 유사성, 상동성, 상호텍스트적 연관성이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본고는 둘 사이의 상동성이 무엇인가, 상동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차이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유사성과 차이가 문학사적 영향 관계의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차례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끝으로 두 연작을 추동하는 근본적 서사 동기, 즉 두 작가의 궁극적 메시지에 대해 논의한다.
두 연작의 상동성은 우선 작가의 자전적인 예술가 입사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상동성들은 두 연작의 예술가 지망생들이 공통되는 예술가관과 사회의식을 가졌다는 것, 두 연작의 서사 전개가 유사하다는 점, 그리고 작가가 초국적 맥락 위에서 자기 사회를 재현한다는 것 등에서 확인된다. 두 연작은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점에서 일치한다. 하나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가 지망생이 현실과 고투하며 예술가로서 입문하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예술가소설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예술가소설로서는 특이하게도 대단히 폭넓은 현실 세계, 초국적 범위의 세계를 재현하는 방대한 서사시적 작품이라는 점이다. 두 연작의 예술가 지망생에게 사회는 나를 배태하고 제약하는, 내 삶의 조건이다. 이들에게 예술가가 되는 길은 우선 사회의 구속으로부터 나를 해방하여 자아를 찾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예술가가 되는 길은 사회를 정면으로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조이스의 아일랜드와 최인훈의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각각 다른 관계망에 속하고, 시대적으로 인류사를 뒤흔든 양차(兩次) 세계대전을 사이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회는 식민지 또는 후식민지로서 근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세계체제 속에 얽혀 있는 상동성을 가진다. 두 연작의 예술가 지망생은 자기 사회가 이 초국적 차원의 힘의 관계망 속에서 정체성의 혼돈에 빠져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자기 사회를 직시하는 일은 초국적 차원의 문제 제기가 된다. 이로써 최인훈과 조이스의 연작은 예술가소설이자 세계텍스트(프랑코 모레티)가 된다.
최인훈의 예술가 지망생이 『율리시즈』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최인훈 자신이 에세이에서 조이스의 작품을 심도 있고 분석한다는 점에서 두 연작 사이의 이상과 같은 상동성은 우연이라 할 수 없다. 두 연작 사이에서 확인되는 장르사적 연속성과 상호텍스트성은 조이스와 최인훈 사이의 영향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본고는 두 연작이 문학사 속에서 어떻게 만나는지 그리고 조이스 연작이 장르적 전통을 어떻게 승계하며 혁신하는지, 나아가 조이스 연작이 이룬 성취를 최인훈 연작이 어떻게 승계하고 혁신하는지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상호텍스트적 관계는 두 연작 사이의 공통성을 확인해 주는 한편 각각의 특유한 성격, 즉 차별성을 드러내주는 한편 최인훈이 조이스 작품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가공했는지 밝혀줄 것이다.
조이스의 아일랜드와 최인훈의 한국은 역사적 상황의 친연성을 가지며, 두 작가가 자기 사회에 정면으로 맞서서 현실을 문제 삼고 예술가 문제를 고심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이 친연성은 두 연작의 비교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뿐만 아니라 최인훈은 작품 속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영국 제국주의의 아류로 제시해온 데서 드러나듯이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가 일본과 한국의 관계와 상통함을 알았고, 모더니즘의 최고봉으로 등장하며 일찍이 식민지 시기의 한국 작가들의 관심을 끌었던 식민지 아일랜드 작가 조이스를 일찍부터 알았다. 조이스와 최인훈은 자기 사회의 역사와 현실의 혼돈을 직시하고 사회와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자전적 예술가이다. 유사한 사회 역사적 현실 속에서 유사한 작가관과 사회의식을 가진 두 작가의 작품세계도 내용과 발전에 있어서 유사함을 보여준다.
자기 정체성을 출발점으로 삼는 예술가관과 사회의식을 공유하는 조이스와 최인훈은 문학적 차원에서도 친연성을 드러낸다. 두 작가는 공히 자국의 문화적 주변성이라는 문제와 대결하며 이 주변성을 근본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들은 중심부 문학의 추종도 폐쇄적 자기 집착도 거부하고, 중심부의 문학적 전통 전체를 수용하면서 그것을 뛰어넘는 전위적 문학의 길을 개척하고자 했다. 조이스는 자신의 연작을 통해 형성기와 편력기의 결합이라는 서양문학사의 장르사적 전통을 계승하며, 최인훈은 조이스의 연작에까지 승계된 이 장르사적 전통을 자신의 연작 속에서 이어나간다. 동시에 조이스는 전통 승계 속에서 새로운 혁신을 성취하며, 그의 뒤를 이은 최인훈은 조이스의 연작을 포함한 이 전통을 다시 혁신한다.
조이스의 스티븐 연작과 최인훈의 독고준 연작은 괴테의 연작들(빌헬름 마이스터 연작과 파우스트 연작)과 단테의 연속작(자기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인생』과 『신곡』)의 패러디이며, 나아가 독고준 연작은 스티븐 연작의 패러디이다. 조이스는 이전 시대의 수업기와 편력기 형식을 의식의 흐름이나 다성성과 같은 실험적 장치를 통해 혁신하고, 최인훈은 이러한 혁신을 일정한 정도로 다시 계승한다. 조이스와 최인훈이 도입한 공통의 혁신적 장치들은 두 연작을 현대 세계의 상황에 상응하는 세계텍스트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최인훈 연작은 조이스가 도입한 의식 재현 장치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변형하고 다성성을 보다 집중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조이스의 연작과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최인훈의 『회색인』과 『서유기』 연작은 한국 문학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특이한 작품으로서, 외국 문학의 영향을 도외시하고 그 발생 내력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최인훈은 세계문학사적 지평을 의식하면서 형식 실험을 부단히 해온 작가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인훈이야말로 비교문학적인 접근을 그 누구보다도 더 절실하게 요청하는 작가이다.
본고는 지마가 말하는 유형학적 비교와 발생학적 비교의 보완적 관계에 유의하면서 조이스의 연작과 최인훈의 연작을 상세하게 비교 분석하여, 양자의 긴밀한 상호텍스트적 연관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제2장에서는 두 연작의 콘텍스트, 즉 발생론적 맥락의 개괄적인 조감이 시도된다. 우선 제1절은 사회적 발생 맥락, 즉 두 작가의 자기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의 상동성이 작품 세계의 상응성으로 이어짐을 살펴본다. 제2절은 조이스와 최인훈 문학의 전위성과 세계성을 논의한 후 그들의 연작이 공통적으로 계승하는 동시에 창조적으로 극복하고자 한 세계문학사 속의 장르사적 맥락을 재구성한다. 여기서 『율리시즈』와 『서유기』가 『오뒤세이아』와 갖는 문학사적 관계 그리고 『서유기』와 명(明) 오승은의 『西遊記』와의 관계도 논의된다.
제3장과 제4장은 구체적인 텍스트 비교 분석을 통해 작품 자체에서 나타나는 상동성 혹은 대비 관계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두 연작 사이에 의미 있는 발생론적 영향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제3장은 예술가 지망생 스티븐과 독고준의 개인적 정체성과 운명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가소설의 서사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제1절은 스티븐과 독고준의 사회관과 예술가관을 상세히 분석하며, 둘 사이에 뚜렷한 유사 관계가 있음을 밝힌다. 제2절과 제3절은 서사 전개의 비교를 통해 두 연작이 예술가소설로서 유사한 서사적 구조를 가짐을 보여준다. 제2절은 『초상』과 『회색인』의 비교를 통해 예술가의 형성기 과정이, 제3절은 『율리시즈』와 『서유기』의 비교를 통해 예술가 지망생의 방황과 진로 재확인의 과정이 유사하게 전개됨을 밝힌다. 여기서 소설적 서사가 해체된 것으로 간주되는 『율리시즈』와 『서유기』 속에 여전히 전통적 서사 형식이 살아 있음이 드러난다.
제4장은 두 연작을 개인적 운명의 서사라는 차원을 뛰어넘는 세계텍스트로서 분석한다. 여기서 조이스와 최인훈이 의식의 흐름이나 다성성 같은 혁신적 장치를 도입하여 식민지 아일랜드 또는 후식민지 한국을 하나의 세계체제 속에 제시하면서 초국적 차원의 서사시적 세계텍스트를 만들어가는 양상이 드러난다. 두 연작에서 세계텍스트로서의 성격은 본격적 편력기인 『율리시즈』와 『서유기』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수업기의 『초상』과 『회색인』도 편력 형식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미 세계텍스트로서의 성격을 다분히 가진다. 『율리시즈』와 『서유기』에서 스티븐과 독고준의 개인적 운명의 서사가 계속되듯이, 『초상』과 『회색인』에서 세계텍스트로의 발전이 예고된다. 제1절은 조이스 연작에서, 제2절은 최인훈 연작에서 세계텍스트가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이 대비 고찰은 두 연작 사이의 발생론적 영향 관계와 각각의 창조적 성취를 뚜렷이 드러낸다. 최인훈은 『회색인』에서 『초상』의 서사를 승계하는 한편 『율리시즈』의 혁신적 기법들을 승계한다. 『서유기』는 『율리시즈』의 문학장치를 변형, 승계하지만, 편력기 형태로서는 『율리시즈』와 큰 차이를 보인다. 조이스는 짧은 시간의 경과 속에 사회 현실을 의식세계까지 포함하여 총체적으로 그리고 가시적으로 재현하는 전위성을 보인다. 『서유기』는 『율리시즈』와 또 다른 전위성, 즉 시공의 이동이 자유로운 환상 편력의 형식을 취하여 현실을 그 내력과 함께 총체적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각 사태가 직접 말하도록 한다.
두 장에서 이루어진 분석은 조이스 연작이 세계문학사적 전통을 어떻게 전유하는지 그리고 최인훈이 세계문학사의 전통 속에서 조이스의 전위적 성취를 어떻게 다시 뛰어넘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인 제5장에서는 이상에서 두 연작을 구체적으로 대비시키고 상세하게 분석한 결과가 종합적, 압축적으로 정리된다. 우선 두 작가에게 공통되는 근본적 특성들, 즉 예술가적 특성과 작품세계, 이어서 연작의 서사 뼈대, 예술가소설이며 세계텍스트라는 문학사적 특이한 위상, 형상화에 있어서 문학사의 승계와 혁신의 양상 등이 재확인된다. 다음으로, 자전적 예술가 지망생의 당대 사회와 예술에 관한 비판을 작가 조이스와 최인훈이 어떻게 작품으로써 답했는지 분석적으로 제시된다. 나아가 이 마지막 장은 두 연작이 공통적으로 반복회귀하며 확장되는 편력의 전개 속에 환생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제시한다. 여기서 조이스와 최인훈의 문학사적 승계와 혁신의 방식으로서의 패러디는 문학사 속에서의 환생의 의미를 갖는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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