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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 문학의 젠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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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최정아

Advisor
방민호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2-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김동인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2012. 8. 방민호.
Abstract
□ 국문초록

김동인 문학의 젠더 연구

한국 문학사에서 김동인(1900-1951)은 상반된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그의 단편/장편, 순수/역사물에 대한 상호 모순적인 평가들은 당대 문학 담론의 가치론적 지형에 따른 결과물들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근대 초기 문단 성립 과정에서 중심축을 이루며, 단편 소설을 통해 근대 소설 양식상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 외에도, 시를 제외한 여러 장르를 섭렵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김동인의 문단 생활 30년은 한국 근대 문학의 사적 전개 양상과 밀착되어 있다. 그렇기에 김동인 문학 혹은 그의 문학적 변모 양상은 일차적으로 문학사적 의미망에서 그 공과가 조명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서구 문예 사조의 각축장으로 평가되어온 1920년대 문학 연구 경향이 보여주듯 기왕의 근대 문학 연구가 사조나 이념의 전개와 관련해 많은 논의를 할애했으며 그 중심에 김동인 문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 이러한 연구 방법이 한국 근대 문학의 의미 규정을 위한 것으로서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한국 근대 문학은 전통적인 문학관에서 벗어나 근대적인 문학적 자율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순문학/ 경향문학, 예술주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모더니즘등의 이항 대립 구도에 의지하며, 그들 간의 긴장관계 속에서 모더니티(modernity)에 대한 인식론적 층위가 확대 심화되어간 것으로 상정된다. 역사적 특수성 속에서 문학의 사회적 실천이 중요시되어온 우리 의 경우, 문학 특히 소설의 비예술적 측면이 강화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 문학사에서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의미 규명이 일차적으로 경향문학의 퇴조 이후에 대타적인 관점에서 논해진 것, 근대성 담론의 가장 말미에서 미적 근대성(aesthetic modernity)이 사회적 근대성(social modernity)에 대한 대항담론의 층위에서 설명되었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20년대 문학적 예술주의를 주창한 김동인의 문학적 성과 역시 이러한 대립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김동인 문학을 향한 이러한 모순성 내지 착종성 속에 김동인 문학의 특이성과 고유한 논리가 잠복해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반(反)역사주의의 과오라는 평가 속에는 예술적 완결성을 향한 김동인 문학의 특성이 내재화되어 있는 한편, 그의 문학에서 드러나는 미의식은 역사의식과 대립되는 지점에서 규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동인 문학을 추동하는 내재적 의미망은 이러한 특이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이해하는가에 달려 있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 의식 하에 김동인 문학의 미적 특질을 젠더적 차원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고 그의 문학적 변모 과정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특히 기존의 연구들에서 간과되었던, 김동인 문학을 추동하는 고유한 내적 의미망들을 살피고자 하였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작품 속에 투영된 예술관, 세계관, 역사관이 여성적인 영역들과 맞닿아 있음에 주목하여 그 관계망들을 새롭게 의미화해보고자 했다. 이러한 논의가 가능한 것은 김동인이 문학에 대해 지니고 있었던 신념, 즉 문학의 예술화가 인공성(가공성)에 기반하고 있음에 착안하였기 때문이다. 역사소설까지를 아우르는 김동인 문학에서 객관적 현실(혹은 역사적 사실)은 더 이상 재현의 범주에 예속되지 않는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art)로서의 문학, 미학적 형식주의는 현실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주관성과 개인주의가 그 미학적 형식과 사회적 지향의 근거로서 작용하며, 현실(사실)은 새롭게 생성되고 재배열된다. 특히 작품 속에 미학적 자의식을 노출시키고 소설의 인공적 계기를 부각시킴으로써 관습적인 리얼리티에서 벗어나게 된다. 스토리의 선조성, 플롯의 유기성등이 근대의 일상적 삶의 원리인 진보 및 완결성과 상동성을 지닌 것이라면, 김동인 소설은 이러한 규범들로부터 일정부분 벗어나 새로운 리얼리티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사성의 차원에서도 드러나는데, 완결된 서사 형식이 아닌 과정 중의 서사를 드러냄으로써 기존의 서사성 규범에서 이탈한다.
이렇게 구성된 세계 속에서 김동인 소설의 자아(작가 및 주인공)은 현상을 구성하는 주체로서 존재하며, 그 새로움 혹은 독창성의 심층적 기원은 미적 주체의 주관성에서 찾아진다. 미적 주체에 의해 예술 작품은 평범함을 탈피하고 정상성이라는 관습적인 평가 기준도 전복된다. 김동인은 작품 속에서도 비일상적인 감각을 소지한 예술가 형상의 인물들을 통해 이러한 미적 주체에 대한 무한한 긍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현실은 완전 무결한 세계가 아니며 그 세계가 지닌 비루한 논리로 인해 남/녀 인물들은 늘 좌초되지만, 예술가형 인물만은 우호적으로 구제된다. 이들이 지닌 비일상적 감각이란 예술가가 지닌 특별한 자질로 치환되며 작가는 비루한 현실 너머의 어떤 것을 쫓는 이들의 욕망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가형 인물들은 여성적인 특성을 지닌 인물로 상정되는 한편, 이들이 추구하는 절대미는 어머니적인 형상으로 표상될 뿐 아니라, 예술(예술가)의 절대적 지위는 창조자-어머니로서 상정되어 된다. 이는 김동인 작품에서 표면화된 여성 혐오 사상과는 배치되는 면모로서 주의를 요하는 지점으로, 김동인 문학에서 여성에게 보이는 양가적인 특성(여성섹슈얼리티에 대한 부정과 고귀한 여성성)은 일종의 은유로서의 여성성의 의미를 되짚게 하며 그의 문학에서 드러나는 예술성과 여성성의 상관관계를 규명할 필요성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한국 문학사에서 예술(문학) 자율성의 범주는 이광수의 계몽주의 문학 이래 근대 문학이 줄곧 모색해온 문학의 내면화 충동 가운데 한가지로 이는 식민지 근대화 과정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제고되어 온 과정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자율적 개인의 정립에 기울여진 관심과 사회 체계에 있어서의 부분 체계의 독립성 및 자율성 추구는 구조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율적 개인이란 근대 자본주의의 산물로서 사회 체계의 부분적 요소라는 지위에서 벗어나 자기의식과 타자의 의식 속에서 공히 독립적인 단자로 존재할 때, 즉 자기동일성의 원천이 오직 자기 자신에게 있을 때 성립하는 것으로 기실 자율적인 남성성을 상징한다. 서구 인식론에 기반한 자율적인 남성성이란 이성/감성, 정신/육체, 문화/자연, 보편/특수, 공적/사적등의 대립구도 속에서 전자의 속성을 지닌 것으로 상정되었다. 후자는 여성적인 것으로 치환되었으며, 미적인 것은 이러한 여성적인 영역과 상통하는 것으로 상정되어왔다.
김동인이 문제적으로 생각되는 것은 그가 주장하는 자율적 개인이 일종의 예술적(미적) 주체라는 점, 그의 소설에서 드러나는 감정, 감수성, 열정에 기반한 미적 자질 혹은 비일상적인 감각은 근대적인 자율성과 배치되는 것으로 상정된 여성적인 속성들이라는 점이다. 김동인 소설에서 예술가형 인물은 여성적인 속성을 지닌 특별한 인물로 형상화된다. 이러한 여성적인 속성은 본능적인 열정/ 미적 자질의 대립구도 속에서 전자는 부정되고 후자만이 긍정된다. 이는 여성성에 대한 중층적인 시선을 노정하고 있는데, (여성)육체에 긴박되어 있던 여성성이 그 속박에서 풀려나 기호적(인공적) 층위에서 남성 유미주의자에 의해 전유되고 모방되면서도 실제 (자연적) 여성은 혐오의 대상으로 누락된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가(유미주의자)가 지닌 여성성이란, 육체성과 자연적인 성 정체성의 구속에 갇혀있는 여성과는 다르다는 인식에 기반하며, 현실과 유리된 삶을 살면서 남근적이고 단일한 억압적인 남성성에 도전한다. 즉, 여성적인 것은 지배하는 이성의 속박에 맞서는 저항의 원리와 유토피아적 대안을 구현하는 면이 있으며, 이러한 측면은 반재현주의적이고, 반자연주의적인 성격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제 여성성은 여성의 육체에서 풀려나 문학적 재현의 메타포로 전유되면서 언어의 비결정성과 불투명성 그리고 욕망의 편재(偏在)를 강조하는 근대성의 미학적 규정과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는 김동인 문학을 규명하는 세 가지 시각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첫째는 김동인의 예술관과 여성성의 상관관계를 검토한 것으로, 그가 주장하는 문학의 예술적 속성과 여성적인 속성의 연속관계 속에서 문학적 자기 구성 방식이 드러나고 있음에 주목하여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김동인은 근대초기 문학 담론에서 전통적인 문학관에서 탈피한 예술주의 문학관을 내세운다. 그가 피력하는 문학의 예술화는 앞선 세대와의 분리를 통해 문학적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이러한 면면들이 작품 속 인물들의 자기 인식 과정과 맞물려 있다. 이 지점에서 그림자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데, 김동인은 인간이 인간다운 참자아로 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자각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그림자의 영역을 활성케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근대적인 주체가 합리성과 이성을 지닌 자율적 개인이라면, 인간이 지닌 불안정한 내면으로서의 그림자란 배제되고 규율되어야할 잉여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인이 그림자 영역을 강조하는 것은 이 영역이야말로 신이 아닌 자기 자신이 창조한 세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예술을 배태하는 것이 에고이즘에 기반한 참사랑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참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인물들의 내면의식에 연결시켜 형상화해내고 있다. 즉, 김동인이 표방하는 문학의 예술화 과정이 그림자-가면을 통해 참예술의 활인화(活人畫)로서 형상화되고 있음을 구체화시켜보았다. 특히, 예술가형 남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작품들 속에서 작가는 이들이 지닌 미적 감수성, 비일상적 감각을 예술가가 지닌 특별한 자질로 승화시키며 비루한 현실 너머의 어떤 것을 쫓는 이들의 욕망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남성 예술가가 지닌 비일상적인 감각은 여성적인 속성을 담지한 채, 본능적인 열정/ 미적 자질의 대립적인 측면으로 부각되며 전자는 소거해야할 것으로 부정되고 후자만이 긍정되고 있으며, 이들이 추구하는 절대미는 어머니의 형상으로 의미화된다.
둘째는 김동인 문학을 추동하는 세계관과 그 미적 지형도를 살펴본 것으로, 특히 이러한 세계인식 및 사유 과정이 여성적인 향유(jouissance)의 방식으로 의미화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의 작품 속에서 현실은 무균질의 완전한 세계가 아니라 비루한 논리의 세계일 뿐이며, (인간적인)진실의 영역은 오히려 현실 논리가 전제하고 있는 참/거짓, 선/악등의 이분법적인 구도 너머로 이양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근대적 상징 질서 속에서는 비일상적이고 우연적이며 기괴한 어떤 것으로 보여지는 그러한 영역은 예술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것이기에 김동인은 공상하는 여를 통해 그러한 과정들이 문학화(예술화)되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인간의 의지 너머에 있는 어떤 것, 우연적이고 운명적인 기괴한 힘은 생성(삶)과 파괴(죽음)의 양면성을 지닌 것으로 암시된다. 이러한 양면성은 대동강 연작을 통해 두 가지 층위에서 형상화되는데, 전자가 부각되는 것이 바로 대동강의 생성적인 흐름이며 후자가 부각되는 것이 카오스적인 흐름(파국)이다. 김동인의 문학계에서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제시되는 대동강의 유토피아적인 측면은 대동강 바라보기의 특별함으로 제시된다. 평양인이 아닌 이들에게 기괴하게만 느껴지는 대동강 바라보기의 특별함이란 일종의 환몽상태를 통해 비일상적인 어떤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인물들은 일종의 향락에 빠져들거나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한편 어떤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 대동강의 생성적 흐름이 예술적 창조력의 시원으로서 작용하고 있다면, 카오스적인 운명의 파국은 존재론의 심연으로 확대된다.
마지막으로 김동인의 역사소설들에서, 주관화된 역사관과 소설적 개연성의 문제들이 여성적인 수사의 차원에서 의미화될 수 있음에 주목하여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김동인은 역사를 서기관이 아닌 소설가의 입장에서 가공(예술화)하고자 하였는데, 그 핵심은 역사적 개연성에 있다. 이는 역사서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주관화된 역사관을 통해 공적 역사를 탈중심화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인물형을 창출하고 그들의 심리를 추적함으로서 기존의 역사의식과 다른 지점에서 역사 소설을 양식화하고자 한다. 김동인은 역사 기록에 기대어 하나의 해석적 틀을 가하기보다 여러 소설적 장치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다른 식의 해석을 도입한다. 이처럼 기록된 과거를 가장(假裝) 시키는 행위가 바로 김동인이 말하는 역사에 소설적 개연성을 부여하는 부분일 텐데, 김동인은 이러한 인물들이 지닌 내적 고민들을 부각시킨다. 즉 (전지적) 서술자가 작품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특정 인물의 뒤에서 그 인물의 심리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인물들 간의 담화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가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개연성을 통해 역사서사를 재해석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주관화된 역사관을 통해 공적 역사의 불완전성을 폭로함으로 공적 역사를 탈중심화하며 자신이 긍정하는 인물들을 개성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일종의 나르시시즘을 투여하기도 하며 이러한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가상적 인물들을 개입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가장(假裝)적 수사들은 텍스트의 운용에 있어 여성적인 특질(전략)들과 관련되고 있음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핵심어 : 예술성, 여성성, 그림자-가면', 반재현주의, 히스테리, 예술적 리얼리티, 여성적 향유, 대동강, 환몽(幻夢), 미적 자율성, 가장(假裝)
학번 : 2007-30711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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