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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문학의 역사철학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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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신형철

Advisor
신범순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2-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이상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2012. 8. 신범순.
Abstract
본 논문은 이상 문학의 성격을 새롭게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이상 문학 안에 내포돼 있으나 충분히 논구되지 못한 역사적․정치적 요소들을 살펴 이상 문학의 역사철학적 좌표를 도출해 내고, 이를 근거로 그동안 이상 문학의 핵심으로 간주되어 온 몇몇 주제들을 다시 탐구했다. 넓은 의미에서의 역사철학이란 역사의 의미, 법칙, 방향에 대한 모종의 메타 서사로 규정될 수 있다. 메타 서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역사철학이 역사라는 서사의 원리에 대한 서사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작가 혹은 작품이 역사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작품이 역사성을 갖고 있다거나 그 작가가 바람직한 역사의식의 소유자라거나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요컨대 역사성이 모든 작품의 숙명적 조건이라면, 역사의식은 특정한 역사적 시기를 살아가는 창작자의 체험적 반응이며, 역사철학은 역사에 대한 당대의 통념을 거스르는 서사적 구축이다.
2장은 본론(3, 4, 5장)의 서론으로서, 이상의 최초 발표작품인 선에 관한 각서 연작을 대상으로 이상의 역사철학적 사유의 밑그림을 재구성해본 작업이다. 이 연작시는 사람이 빛보다 빨리 달려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몽상을 기하학적이면서도 비의적인 방식으로 표명한 작품이다. 인간의 빛—되기에 대한 상상이 시간여행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근대과학의 일반 공리들을 의문에 부치는 비판적 성찰로 이어지며, 그 공리들 위에 구축돼 있는 현재—과거—미래라는 통념적 시간관을 재조정하는 작업으로 이어져서, 현재를 사는 인간의 삶에 인식적 충격과 상상력의 혁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이 설계도—시의 핵심적인 취지다. 일단은 빛에 대한 시이되,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시간관, 새로운 인간관에 대한 시로 간주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이상은 직선처럼 미래를 향해서만 흘러가는 근대적 시간과는 달리 과거로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에서 어떤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3장에서는 2장에 재구성한 이상의 역사철학적 설계도가 당대의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과 부딪치면서 산출된 작품들을 분석했다. 이상은 1930년 초에서 1937년 초까지 7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다. 이 기간은 만주사변(1931)에서 제1차 상해사변(1932)을 거쳐 중일전쟁(1937)에 이르는 기간과 일치한다. 당대 최고의 엘리트 지식인이었던 이상이 동아시아 국제 정세에 둔감했을 리 없음에도 그의 문학이 놓여 있는 이와 같은 좌표는 그의 파격적인 문학적 스타일이나 떠들썩한 스캔들에 가려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3장은 그의 작품에 새겨져 있는 1930년대 동아시아 국제 정세의 흔적을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상 문학에 숨겨져 있는 정치성의 층위를 탐구한 작업이다. 이를 통해 이상의 작품들에서 당대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은밀한 참고와 주의의 환기가 빈번히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그간 주목받지 못한 몇몇 작품들이 이런 역사적 ‧ 정치적 맥락 속에서 새롭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논증했다.
4장에서는 이상 문학 특유의 병리성을 그의 병력의 산물로 환원하지 않고 2장과 3장에서 논의한 그의 역사철학적 구상과 그 좌절의 필연적 산물로 다시 읽었다. 식민지 조선은 역사철학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만주사변(1931)과 상해사변(1932) 이후 조직화되기 시작한 식민지 본국 역사철학의 예속적 객체 혹은 하위주체로 호명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에 걸맞은 정체성이 지속적으로 피식민 주체들에게 부과되었음은 물론이다. 역사의 의미․법칙․방향에 대한 독자적인 메타 서사를 갖고 있는 주체에게 그와 같은 정체성의 강요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고. 정체성의 분열을 낳을 것이다. 이상의 초기 시인 「이상한 가역반응」에서부터 이미 나타나는 주체의 병리적 분열은 그와 같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황(獚)이라는 이름의 개를 소재로 한 이상의 미발표 유고 연작은 이상 문학의 병리성이 어떻게 역사적‧정치적 조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핵심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텍스트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상 문학의 병리성은 의도된 병리성이고, 연기와 위장의 한 양상이며, 정치적 알레고리로 파악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5장에서는 이상의 후기 작품들을 운명에 대한 성찰과 존재미학(aesthetic of existence)적 글쓰기에의 시도로 규정했다. 역사의 출구와 삶의 출구가 동시에 봉쇄돼 있는 상황에서 이상은 운명이라는 주제를 글쓰기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역단」과 「위독」 연작에서 이상은 운명이라는 형식으로 이미 쓰여 있는 삶을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다시 쓸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천착했다. 이후 이상이 시에서 소설로 이동하게 된 것, 그중에서도 특히 연애담의 형식으로 이동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여러 편의 연애담에서 이상은 자신의 존재가 위기에 처해있음을 토로하고,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작품이 삶보다 앞서 나가서 삶을 미리 완성하도록 하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넓게 보면 이와 같은 글쓰기는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고자 한19세기 후반 댄디즘의 존재미학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당대의 역사철학적 지배담론을 끝까지 거절한 지점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종결하기 위한 주체화(subjectification) 전략이자 문학적 실천의 마지막 형식으로 평가될 수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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