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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중산층의 정체성 형상화 연구 : A study of figurations of the identity of the middle class in the Park Wan-seos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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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오자은

Advisor
손유경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7-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박완서중산층자기정체성타자성구성적 외부적대정치성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2017. 2. 손유경.
Abstract
이 글은 박완서 소설의 핵심이 한국 중산층의 자기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벌어지는 균열과 모순을 탐색하는 데 있음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자기정체성 형성과정을 사회의 다른 구성 존재들을 타자화하고 타자를 각자의 자리에 위치시키는 정치적인 행위로서 검토하고, 그것이 계속 균열되고 결렬되는 지점을 보여주는 것이 박완서 소설의 가장 큰 동인임을 살피고자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성적 형상의 사적 영역으로만 이미지화되었던 중산층 가정이 타자화의 다양한 전략이 발생하는 정치적 공간이며, 끊임없이 형성 중인 상태로서 그 역동성이 박완서 소설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는 국가 주도 담론으로서 중산층 이데올로기의 비어있음이 놓여있다. 즉, 6.25 전쟁과 압축성장이라는 특유의 역사적 맥락 때문에, 서구의 중산층처럼 이상적 역할 모델을 학습하거나 기존의 혈통 귀족에 대항하는 등의 확고한 자기 정체성 구축의 기회가 없었던 한국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6.25 전쟁을 통해 물질적 정신적 유산이 붕괴된 이후, 강력한 국가주도형 경제개발 아래 산업 부르주아 미발달의 파행적인 양상을 보이며 근대화가 진행되어 왔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소 외부적으로 급조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중산층이라는 이미 존재하는 키워드의 내부- 중산층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채워가는가의 문제가 가장 핵심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소설의 존재방식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중산층이라는 대상의 특이성을 포착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박완서의 경우 소재적 차원이 아니라 중산층의 자기정체성이 형성되어가는 과정 자체가 서사의 중심이며, 그 형성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순과 불화가 박완서 소설의 중심 사건을 이룬다는 것이 이 글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 칼 슈미트에서 샹탈 무페로 이어지는 정치철학이론의 중심 개념인 적대와, 데리다의 논의를 차용하여 헨리 스테이튼, 무페 등에 의해 발전된 개념인 구성적 외부를 분석의 방법론으로서 적용하였다. 이 두 개념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선 구성적 외부란 우리라는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공동체의 외부, 타자의 존재를 가리킨다. 이때 구성적 외부는 공동체의 구성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우리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와 그들을 구별한다. 이는 경계를 설정하는 것, 즉 적을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모든 정체성의 실존 조건은 구성적 외부에 속할 타자를 결정하는 것이며, 타자를 결정하는 순간 적과 동지를 구별하고 나와 타자를 구별하는 적대가 형성된다. 요약하자면 적대라는 태도가 경계를 가진 외부로 외화된 형태가 바로 구성적 외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의 논의를 위해 아래와 같은 논리를 구성하였다. 적대가 단순히 누가 나의 타자인가를 발견하고 타자들을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누구를 경계 내부에 들여보내고 내보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포함과 배제의 작업에 근거한 것이라면, 구성적 외부의 경계가 고정적인 것이 아니며 조건과 상황 등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이라고 상정할 수 있다. 또한 포함과 배제의 전략이 반복적으로 수행되면서 이 경계는 매끈하게 마감되는 것이 아니라 불확정적인 형태로 머물 수 밖에 없으며, 이때 포함도 배제도 되지 못한 존재들, 소속 영역을 명확히 할 수 없는 이질적인 타자들의 출현이 예고된다. 이로 인해 외부와 내부의 위계는 깨지거나 전복되면서 경계의 질서는 언제나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는 포함과 배제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권력에 대한 성찰까지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정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박완서 소설이 이러한 사회과학적 이론의 체계로 포괄할 수 없는 틈새를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라는 정체성을 창출하는 것은 해당 집단에 있어서 가장 유리하고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마련인데, 박완서 소설은 그러한 합리성이 지배할 수 없는 예외와 균열의 지점들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합리적 판단과 예측을 무너뜨리는 예외의 상황들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에 맞닥뜨렸을 때 발생하는 죄의식과 우정, 사랑과 같은 정념의 요소가 갖는 힘에 대한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2장은 본격적인 작품 분석을 위한 예비적 논의로서,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중산층의 자기정체성 형성과정의 출발조건이자 사회적 기원을 살펴보았다. 70년대 국가 주도 담론의 중산층 이데올로기와 현실과의 낙차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중산층의 불확정성, 즉, 비어있음으로 요약된다. 중산층이라는 단어가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신문 지상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정부는 사회안정세력으로 중산층을 정치적으로 의미화하며 전략적인 담론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이때 정부는 중산층을 공적 영역을 지탱해주는 안정적인 사적 영역으로서의 구조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성성을 매개로 중산층이 형상화됨으로써 중산층 가정의 이미지는 탈정치적이고 비정치적으로 배포된다. 이는 이른바 중산층 이상이 먼저 존재하고 중산층이 되고자 하는 현실이 이를 뒤따라가는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7-80년대 국가 발전담론- 선진국 담론들이 권위 있는 타자 찾기의 작업이었으며 역설적으로 이것이 비어있음의 또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것임을 검토하였다.
3장에서는 박완서 소설에서 중산층 인물들이 무엇이 중산층의 집단적 자아이상이 될 수 있을지 탐색하는 과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정체성 형성이 계속 지연되는 지점들을 살펴보았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사이에 두고 포함과 배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자기정체성으로 포함시키고자 하는 가치들은 보통사람이라는 외장, 상류사회의 생활양식, 도덕적 품위, 명예, 자수성가의 자부심, 새로운 중산층 가정의 부권 등 단일하지 않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모방의 대상이 되는 대타자는 자아 이상의 내용의 원천, 혹은 그것을 승인하는 권위로 나타나며 박완서 소설에서 이 대타자의 존재형식은 불확정적으로 묘사된다. 주인공들은 이들을 선취하고자 하지만 이는 끊임없이 미완 상태로 보류되는데 이를 중산층 구성의 지연 양상으로 검토하였다. 2장에서의 작업이 비어있음을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확인하는 작업이었다면 3장은 이러한 비어있음으로 인한 자아이상의 탐색과 지연이 박완서 소설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피는 작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4장에서는 자기정체성 구축의 과정이 적대를 통한 구성적 외부를 형성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3장에서 중산층 자기정체성의 내부에 포함시킬 가치를 논의했다면 4장에서는 구성적 외부에 속할 타자들을 각자의 자리에 위치시키는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이때 구성적 외부는 집단적인 경험 뿐 아니라 실정적인 공간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해당 장에서는 이를 6.25 전쟁의 기억과 가난, 대복덕방 중개인들과 결혼 시장의 마담뚜, 친일파와 벼락부자, 게토화된 영동-8학군의 외부로 구체화시켰다. 이를 통해 중산층의 타자들, 그리고 중산층이 타자들을 어떻게 설정하고 위치시키는지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 외부화 과정에서 오히려 내부가 외부에 의존하는 역설이 발생하게 되며, 이로 인한 내외부의 결정 불가능성과 아이러니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산층과 외부의 경계 짓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권력에 대한 성찰까지 검토하였다.
5장에서는 구성적 외부와 적대의 형성에 균열과 공포가 발생하는 지점을 살펴보았다. 80년대 중후반 소설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정치적 존재들이 중산층 가정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주로 운동권 대학생- 중산층 부모들의 자식들, 또는 중산층 가장의 과거 운동권 대학생 전력 등으로 형상화된다. 이는 중산층을 혼란의 상태로 몰아넣는 대립적 타자로 기능하며 타자 경험의 본질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중산층 부모의 입장에서 이들은 규정할 수 없는 타자로서 이러한 이름 붙일 수 없는 타자와의 대면은 자기정체성을 둘러싼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회의와 의문을 남기게 된다. 우선 운동권 대학생들은 중산층이 공유하는 계층 추락의 두려움과 맞물려 불가해한 공포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정치적 문제를 선악의 일반도덕으로 환원해보려는 부모들의 일차적 시도는 결렬된다. 그리고 이러한 어긋남 속에서 어떻게 정치적 죄의식과 사회적 감정으로서 타자와의 우정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발생하는지 분석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과거 운동권 대학생 전력이 있는 중산층 가장들이 자신 내부의 타자성-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소화하고 현재를 모색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는 연대의 낭만화나 정치적 대상화가 아니라 현실 가능한 중산층만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는 이 과정을 자기 갱신의 정체화(正體化)로서 의미화 하였다.
이와 같이 박완서의 소설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과 욕망을 형성해가는 과정- 중산층의 자기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순과 균열을 보여주는 것에 그 핵심이 있다. 특히 박완서 소설의 경우 주인공들이 실제로 중산층인가 아닌가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믿고 중산층이 되기를 욕망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며, 한국의 중산층이 물적 토대보다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통된 욕망의 구성에 기반 했다는 점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동시에 자기정체성의 형성 과정에서 중산층의 구성적 외부를 설정하고 타자의 포함과 배제가 이루어지는 과정, 즉 타자의 위치를 정하는 작업이 박완서 소설의 중심 서사가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박완서 소설은 타자화가 균열되는 과정과 외부화에 내포된 권력행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중산층 가정이 고정된 내면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갱신을 정체화하는 역동성의 장소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고유한 의미가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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