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ations

Detailed Information

한국 전후소설에 나타난 자기소외의 극복 모색 - 행동과 주체 정립을 중심으로 - : A Study on the Endeavors to Overcome Self-Alienation in Korean Postwar Novels - Focusing on the Action and the Subject Formation -

Cited 0 time in Web of Science Cited 0 time in Scopus
Authors

김진규

Advisor
박성창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7-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실존주의자기소외보편지향성행동주체월남재연(再演)탈식민자기기만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국어국문학과 국문학전공, 2017. 2. 박성창.
Abstract
본고는 한국 전후소설이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 수용을 통해 한국인의 자기소외를 극복하고자 했음을 살폈다. 기존 논의가 전후문학의 보편추수를 비판하면서도 보편을 전유한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 등을 기준으로 한국 전후문학을 평가해왔다면, 본고는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 속 서구(주체)중심성과의 갈등이 한국의 자기소외 인식과 극복 모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본고는 서구의 전통 위에 형성된 프랑스 실존주의 사상과 문학이 제국주의와 서구중심성을 노정하고 있었으며, 비서구의 실존주의 수용이 탈식민의 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살폈다. 서구사상사에서 소외란 기본적으로 자기소외를 뜻한다. 하지만 본고는 서구의 자기동일성이 자기부정성에 근거한 것과 달리 한국인은 타자에 의해 자기동일성을 상실했음을 강조하기 위해 자기소외를 사용하였다. 한국의 자기소외 극복 모색은 서구적 주체 정립 방식으로는 이뤄질 수 없었다. 본고는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의 서구(주체)중심성이 한국 전후소설에 일으킨 균열과 모순이 탈식민 신생국가였던 한국의 정체성 모색에 촉매 역할을 했으며, 최인훈 등이 의식적으로 서구적 주체 정립을 자신의 작품에서 재연(再演)함으로써 타자에 의한 자기동일성 상실을 주체성의 핵심으로 삼는 비인(非人)을 형상화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한국 전후 실존주의 문학으로 서구 실존주의 문학을 비판하고, 한국의 자기소외 극복 모색이 거둔 성과로 보편적 인간에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 본 논문의 주요 과제이다.
실존주의는 자기규정성으로서의 행동을 통해 역사의 주체가 되는 길을 제시해주었다. 한국 전후문학 공간에서 이러한 실존주의적 행동이 한국의 자기소외 극복과 주체 정립의 방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사에서 장기판 위의 행위자였던 한국인은 행동을 통한 주체화 모색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반행동성은 한국 전후문학의 특성이 되었다. 전후문학이 한국의 구체적 역사 속 소외를 외면하고 서구의 주체 정립을 모방했다는 평가를 넘어서기 위해, 본고는 전후소설가들이 보여주는 모방을 재연(再演)으로 규정하였다. 서구 실존주의 수용을 원본과의 일치를 목표로 하는 재현(再現)이 아니라, 차이화를 통한 자기인식을 목표로 하는 재연(再演)으로 이해함으로써 한국 전후문학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타자를 자기활동의 객체로서 소모해온 서구의 역사는 타자를 자기동일성의 도구로 삼는 폭력성과 유아론적 주체의 우스꽝스러움을 은폐했다. 따라서 타자에 의해 자기동일성을 상실한 한국인이 그러한 서구적 주체를 재연(再演)할 때, 그 주체의 폭력성과 우스꽝스러움이 전면화될 수밖에 없다. 재연으로서의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 수용은 자신이 재연하는 주체의 우스꽝스러움과 폭력성을 인지하고, 또 그러한 모방이 오히려 자기소외를 분명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근대적 주체 정립을 소설 속에서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국 전후문학의 실존주의 수용을 수준 낮은 모방이 아니라 의식적 재연으로 이해할 때, 서구 문학은 영향의 절대적 원천의 자리에서 내려와 한국인의 자기소외 극복과 참 자기동일성의 산출을 위해 끊임없이 대결하는 상대 혹은 그것을 위한 마중물의 역할을 한다.

오상원, 선우휘, 박연희, 최인훈은 한국인의 자기소외 형상화와 그 극복의 모색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네 작가는 다시 오상원과 선우휘, 그리고 박연희와 최인훈으로 나뉜다. 오상원과 선우휘는 해방공간과 한국전쟁기 한국인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통한 주체화를 시도했다. 두 작가는 표면적으로는 우익 테러리스트와 한국전쟁기의 국군, 베트남 파병 국군 등을 내세워 한국의 현대사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을 형상화했다. 하지만 역사의 주체가 되기 위한 이들의 행동이 역설적으로 소외의 조건을 끊임없이 환기했으며, 이는 행동의 지양과 부정이라는 반(反)행동성으로 나타났다. 두 작가에 나타나는 행동성과 반행동성의 갈등은 실존주의적 주체가 타자와 맺는 폭력적 관계를 전면화하면서, 그들의 창작 경향을 변모시켰다. 구체적으로 오상원은 행동을 통한 주체 정립을 그리는 것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이란 환상의 붕괴를 막기 위해 행동을 지양하는 것으로 나아갔고, 선우휘는 우익 청년단과 남한 지배층이 보여준 행동의 맹목적 폭력성과 위선을 은폐하기 위해 일체의 행동을 지양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오상원과 선우휘가 현대사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그림으로써 자기소외를 극복하고자 했다면, 박연희와 최인훈은 한국인의 자기소외를 직시함으로써 타자에 의한 자기동일성의 상실을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는 비존재 혹은 비인으로서의 인물을 형상화했다. 박연희는 중일전쟁과 해방공간, 한국전쟁과 독재정권이라는 구체적 현실 아래에서 자신의 삶이 타자에 의해 규정되었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기에게 부여되는 상징적 정체성을 거부하는 인물을 보여주었다. 타자에 의해 자기 과거와 단절되었고, 타자가 규정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자각한 인간은 일체의 상징적 타자로부터 탈출함으로써 인간 실존을 지키는 주체가 된다. 아울러 박연희는 자신의 행동으로 고통받는 타자 앞에서 타자에 의해 규정된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인물을 형상화했다. 절대적 부정성을 자기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고통받는 타자 앞에서 수치를 느끼며 그들과 연대하는 윤리적 주체는 한국의 자기소외의 극복 모색이 도달한 하나의 정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인훈은 한국 사회 자체가 박래품인 상황에서 행동을 통한 주체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인의 자기동일성이 타자에 의해 부정되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했고, 서구의 주체 정립과 행동을 과잉 모방하는 연기를 함으로써 그것이 갖는 문제점을 폭로했다. 타자에 의해 자기동일성을 상실한 비존재 혹은 비인으로서의 주체 정립은 한국의 근대와 주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자기규정이라는 서구의 환상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본고는 보편적 인간으로부터 소외된 한국인을 통해 그 보편적 인간을 심문하고, 또 인간에 대한 진실을 주장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2장에서 5장까지의 배치는 타자에 의한 자기소외를 정직하게 대면하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타자에 의한 자기 자신과의 분리를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는 주체 정립은 타자를 자기동일성의 도구로 삼는 서구적 주체의 자기중심성을 비판하는 길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타자에 의해 고향을 떠나 자기 자신을 상실한 또 다른 고통받는 타자와의 연대를 가능하게 해준다.
한국 전후문학의 실존주의 수용을 재연(再演)으로 파악한 본 논문은 전후문학을 한국문학사의 단절로 이해하는 기존의 평가와 서구문학을 기준으로 한국문학을 평가해온 비교문학 연구 경향을 극복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1728
Files in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Altmetrics

Item View & Download Count

  • mendeley

Items in S-Space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