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국제보존원칙의 역사도시경관 개념에 의거한 도시보존 방향: 서울 서촌(西村)을 사례로

Abstract

지난해 국제보존기구인 유네스코는 역사도시경관에 관한 권고를 공표하였다. 본 권고에서 정의하고 있는 역사도시경관 은 도시의 역동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개념으로, 문화적인 가치와 기여가 역사적으로 중첩된 결과로 이해되는 도시지역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도시의 보존에 대해 경관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 역사도시경관은 변화를 도시의 전통으로 본다는 점에서 시간적인 차원까지를 포함한 경관 개념으로 이해된다. 이는 아직까지 역사문화경관 자원을 한옥에 국한시키는 우리나라의 경관 보존에 대한 인식과는 차별적인 접근이다. 한편 경관 개념이 중세시대에 사용되던 단어로부터 다의적으로 진화해 온 것과 유사하게 문화유산 국제보존원칙에서의 경관 보존 개념 역시 1982년 역사정원에서부터 문화경관, 그리고 역사도시경관 개념으로 진화해 왔다. 이러한 진화 과정에서 경관 개념은 물론이고 보존의 대상과 가치에 대한 인식, 그리고 보존 방식까지 변화하였다. 요컨대 미적 관점에서 대상 기념물의 원형을 보존하는 방식으로부터 인간 행위에 주목하여 장소로서 역사지역의 변화를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진화는, 국제보존원칙에서의 경관 보존 논의가 경관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깊이에 못지않은 실천적인 관점에서의 깊이를 지닌다는 점을 증명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보존원칙에서 나타나는 역사도시경관 개념은 3, 4차원적 접근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주로 물리적인 요소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보존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에 본 연구는 서울 서촌을 사례 대상지로 선정하여 역사도시경관 개념을 통해 실증적으로 고찰하고 향후 보존 방향을 도출해 보았다.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역사적 다층성이 잘 나타나는 도심부 역사지역인 서울 서촌을 역사도시경관 개념으로 고찰해 본 결과, 먼저 서촌이 지닌 유 ․ 무형의 역사적 가치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역사도시경관 개념에 의거하여 보았을 때, 지역 내 공동체와 그들의 활동도 서촌의 주요한 무형적 가치요소로 꼽힐 수 있었다. 다음으로 역사도시경관 개념의 주요 특징을 토대로 대상, 주체, 보존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서촌의 보존 현황을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서촌의 보존에 있어서, 현재 한옥 위주의 보존 대상은 일본식 가옥과 다른 근대 건축물, 그리고 무형적인 가치요소까지로 확장될 필요가 있으며, 서촌의 보존과 관련한 주체들 사이의 소통 및 의견조율을 위한 협력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현재 서촌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리적, 사회문화적 변화에 있어 창조적 접근을 취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서촌 보존의 쟁점사항으로 도출하였다. 한편 서촌의 보존 현황에서는 지역 공동체들의 생활문화 프로그램이 주민들의 기억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그리고 서촌의 역사적 의미와 같은 무형자원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들은 지역 거주민의 역량을 강화하여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서촌의 보존에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역 공동체들의 활동은 서촌의 보존에 있어 거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그들의 삶이 지속가능해 지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도시경관 개념이 역사지역을 생활 유산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보존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서촌의 공동체 활동과 같이 생활문화와 관련하는 프로그램들이 보존계획의 일환으로서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문화유산 국제보존원칙을 통해 실천적 관점에서 보존이론을 고찰했다는 점과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도시 역사지역의 보존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한편 사례 대상지로 서울 서촌 한 곳만을 고찰하여 연구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본 연구가 갖는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