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도시로서의 산본신도시 공간구조 제안

Abstract

1980년대 서울의 인구 과잉과 주택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된 주택 200만호 건설사업은 서울 외곽의 대규모 택지에 고층 고밀의 아파트단지를 개발하는 수도권 1기 신도시 계획으로 발전하였다. 불과 10년이 채 걸리지 않아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의 5개 신도시가 완공되었고 기능적이고 정연한 도시의 이미지와 함께 중산층 선호 주거지의 전형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신도시는 차량 위주, 대단위 개발, 단일 조닝, 획일적인 건축의 실패한 근대주의 도시의 표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에 의해 과거의 기준인 양적 지표와 자족성 달성 수치가 아닌, 걷기 좋고 쓰기 좋고 살기 좋은 보행도시를 향한 사회문화적 토양이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에 대한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현장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도시 공간 연구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가장 그 규모가 작고 도시 확장이 적었던 산본신도시를 대상지로 삼아, 신도시의 독자적인 도시적 특성을 고려한 대상지 분석과 고찰을 바탕으로 보행도시로서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물리적 개선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조사와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현황 파악 연구와 개선안 도출을 위한 공간 설계 연구의 두 가지 관점에서 산본신도시를 고찰하였다. 먼저, 문헌 연구와 현장조사를 실시해 산본신도시 내 보행저하요소를 유형화하고 공간 구조와 토지용도 계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보행 문제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생활권의 규모, 토지 용도의 단일성, 차량 위주의 도로 체계 구성이 주요 문제점으로 파악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공간구조 설계 원칙과 공간 유형별 설계 원칙을 세우고 기존의 환상방사형 도로 체계를 환상형 공원가로와 방사형 생활가로로 재편하는 개선안을 도출하였다. 종합 구상안을 통해 제시안 물리적 공간 개선 시뮬레이션은 도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가로 체계 재편을 통해 개선하고 이를 강화, 증진하기 위해 핵심 결절점을 선정해 공간 유형별 설계 기법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연구에서 제시한 물리적 개선안이 관련 법령 및 공동 지분과 같은 법제적 문제를 다루지 않아 현행 시스템 하에서 작동 가능한 설계 제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한계점을 가지나, 대형 아파트 단지가 직면한 도시 재생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적 대안이 발의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개발이 가능한 시점에 도래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연구 자료를 구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재의 신도시의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물리적 분석 및 개선안 제안에 초점을 맞추고 과거 대형 개발 사업의 유산을 미래의 보행도시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였으며 수도권 1기 신도시 중에서도 분당신도시나 일산신도시에 비해 연구 사료가 적었던 산본신도시의 설계지침 및 물리적 공간 현황을 자세하게 기술했다는 점에서 지역 연구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이같은 시도는 앞으로 지속될 수도권 1기 신도시의 도시 관리 및 개선의 과업을 위한 미미한 초동에 불과하지만 후속 연구와 향후 프로젝트를 통해 발전되어 나가 종국에는 미래의 신도시를 위한 하나의 설계적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