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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이제마(1837-1900)의 의학 사상과 실천: 동아시아 의학 전통의 재구성과 "천인성명 장부의학"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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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기복

Advisor
임종태
Major
자연과학대학 협동과정 과학사및과학철학전공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이제마동의수세보원사상의학의약경험병증약리보편의학도통천인성명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전공, 2014. 8. 임종태.
Abstract
이 논문은 조선 후기의 유자이자 의가였던 동무 이제마(李濟馬, 1837- 1900)가 제시한 의학 사상과 실천을 고찰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마가 저술한 의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이 1901년 간행된 이후 이제마 의학이 사상의학(四象醫學)이라는 이름의 의학전통으로 현재까지 계승되어 오면서 한국의학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간 여러 연구자들이 이제마 의학에 대해서 적지 않은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정작 이제마 의학의 의학적 내용과 역사적 성격에 대한 분석적 고찰 없이 철학적/유학적 해석이나 의학의 기술적/임상적 측면에만 주목해 왔다. 이제마 의학을 제대로 해명하기 위해서는 『동의수세보원』이 보여주는 이제마 의학의 구조 및 내용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이제마 저술의 의도를 살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하에 이 논문은 크게 세 부분 즉 이제마가 그린 의학적 몸, 이제마가 기획한 의학사업, 이제마가 실행한 의학으로 나누어 이제마의 의학과 실천을 분석해 보고, 여기에서 나아가 이제마 의학이 함의하고 있는 의사학적 의미를 탐색해 보았다.
첫째, 우주와 감응하는 몸과 달리 이제마가 정식화한 의학적 몸은 인간 세상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생리적 활동이 추동되고 규정되는 몸이었다. 동아시아 의학전통에서 몸에 대한 논의는 우주와 감응하는 생태적 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생태적 몸은 천지, 음양, 오행, 기(氣), 천리(天理) 등의 우주론적 장치들에 의해 규정되며, 건강한 몸이란 천지의 자연스런 운행/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데 있었다. 희노애락 감정과 몸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의되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생태적 몸 관념에 부속되어 있었다. 이에 비해 이제마는 사람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각 장부의 기능적 차이에 연동시키고, 이러한 인지ㆍ행동 패턴에 따라 장부의 대소 차이가 생겨나 사람들의 개별성을 특징짓는 것으로 의학적 몸을 정식화했다. 이에 따르면 장부의 생리적 작용을 추동하는 것은 천지의 타고난 기운이 아니라 주체로서 각자가 세상을 인지하고 이에 반응하는 능동적 힘이다. 이런 까닭에 건강한 몸이란 타자인 자연에 조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러한 개별성 즉 세상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스스로의 장점을 잘 살리는 데 있었다. 이제마는 우주가 아닌 인간 세상 속에 의학적 몸을 위치시킨 것이다. 결국 이제마 의학의 등장은 동아시아 의학사에서 우주와 감응하는 몸 혹은 생태적 몸에서 인간 세상과 작용하는 몸 혹은 감정의 몸으로의 전화를 의미한다. 덧붙여, 근대로의 전환기에 살았던 동아시아의 이제마는 주체의 가치를 자각해야함을 촉구하는 이러한 의학적 몸이 그릴 이상적인 세상은 상대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의 저술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바는 의학의 도통(道統)을 잇거나 세우고자 한 것이 아니라 의약경험이라는 새로운 준거를 들어 동아시아 의학 전통을 재구성하려는 야심찬 학술사업이었다. 이전 의사들의 인식에 따르면, 동아시아 의학 전통의 골자는 이미 고대의 문화성현들에 의해 갖춰져 있었고 이후의 발전은 이들이 천명한 원칙을 전제로 이들이 아직 말하지 않은 부분을 밝히는 것이었다. 이런 까닭에 『황제내경(黃帝內經)』과 『상한론(傷寒論)』 등 의학경전의 지위는 확고했고 이들 의경의 본지를 잇는 학술계보와 정통성이 중요했다. 동아시아 의학 전통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송대 이후 유학적 관념을 의학이론에 도입했던 유의(儒醫)들에 의해서 형성되고 강화된 것이었다. 이에 비해 이제마는 소위 의학경전의 지위와 도통에 대한 관념을 드러내지 않고 병증약리(病證藥理)라는 의약경험을 준거로 하여 동아시아 의학 전통을 이해했다. 이제마는 자신이 도달한 의학적 발상과 경험을 토대로 앞선 의가들의 실천지식 즉 병증약리를 활용하여 동아시아 의학 전통을 재구성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물이 『동의수세보원』이었다. 이제마 의학이 전통적 도통이나 계보에 개의치 않고 동아시아 의학 전체를 아우르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역ㆍ시대ㆍ인종ㆍ성별ㆍ분과를 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한 큰 의학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이제마는 보편의학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청대의 온병학(溫病學)이 강한 지역적 정체성을 내세우며 등장했고 에도시대 고방파(古方派) 의학이 고대 정통 『상한론』으로의 회귀를 내세우며 발흥한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셋째, 이제마는 의학이론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자신의 통찰과 의제를 바탕으로 진단(診斷), 생리(生理), 약리(藥理)가 상호 유기적으로 구조화된 의학지식을 구축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제마 의학의 이론적 틀은 성정의 차이 즉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의 차이를 내장기관인 장부(臟腑)의 형국 차이와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고구(考究)하여 질병을 이러한 의학체계에 맞도록 재분류하고 이에 따른 표준 약방을 제시하면서 실행 층위의 의학을 전면적으로 재편했다. 결과적으로 이제마의 의학체계가 보여주는 의학실천은 질병이라는 사태를 질병 현상이나 사기(邪氣)가 아닌 이제마의 장부 개념을 중심으로 성정, 병증, 약물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다루는 것이었다. 이때 병자는 질병을 구체화하는 진단 과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치유 과정에서도 병자의 능동적 의지가 부각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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