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선화음가>의 도덕적 민감성 이해 교육 연구

Abstract

이 연구는 <복선화음가>에 나타난 도덕적 삶을 도덕적 민감성의 개념을 통해 살피고, 이를 토대로 학습자들이 텍스트를 주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며, 가사 감상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학습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도덕적 민감성(moral sensitivity)은 레스트(J.R.Rest)가 제안한 개념이다. 이것은 상황을 도덕적으로 해석하고 상황과 관련된 타자의 감정, 요구를 고려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을 뜻한다. 도덕적 민감성의 실천에는 도덕 규범에 대한 지식, 가치 지향적인 태도, 관계된 타자를 수용하는 태도 이렇게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종합적으로 관여한다. <복선화음가>는 조선 후기 향촌 사족층 여성들 사이에서 향유 되었던 가사이다. <복선화음가>에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화자의 삶은 도덕적인 모범 사례인데 반해 괴똥어미는 규범과 가치, 타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도덕적 민감성의 개념을 빌리면, 화자의 도덕적 민감성은 바람직하지만, 괴똥어미의 도덕적 민감성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복선화음가>는 화자와 괴똥어미의 삶을 대조하면서 유교적 가치관에 따르는 삶을 살아가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도덕으로 포섭되지 않는 인간의 고뇌와 욕망이 그대로 노출된다. 화자는 도덕적 실천 가운데 생기는 내적 갈등과 고된 정서를 숨기지 않고, 괴똥어미는 개인의 욕망을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타자로부터 인정을 갈구한다. 텍스트가 전면에 내세우는 도덕적 주제와 이면에 형상화 된 삶의 양상은 <복선화음가>에 도덕적 긴장을 형성하면서 청자로 하여금 도덕적 삶이란 무엇인지 숙고하게 한다. <복선화음가>의 도덕적 민감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텍스트가 제시하는 도덕적 과제가 긴장을 내포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로서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자가 <복선화음가>의 청자로서 텍스트가 건네는 도덕적 사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변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습자의 적극적 참여를 도모하는 방안으로 본 연구에서는 탐구의 개념에 주목하였다. 탐구는 학습자가 자신의 삶으로부터 불균형을 인지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지식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복선화음가>는 텍스트 내적으로 도덕적 긴장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선화음가>와 학습자 사이에서도 시공간적 거리로 인한 불균형이 감지될 수 있어 학습자의 탐구를 촉발하기에 적합하다. 그런데 <복선화음가>의 도덕적 민감성은 철학적 사유를 필요로 하고, 언제나 공동체를 전제하는 것이므로, 탐구를 기반으로 한 학습 모형 가운데 학습자 상호간의 대화를 중시한 립맨(M.Lipman)의 탐구 공동체 학습 모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가사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세 번의 모의 수업을 실시하고, 학습자가 도덕적 긴장을 포착하는 부분은 어디이며 그에 대한 탐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살펴보았다. <복선화음가>의 도덕적 긴장은 화자의 삶, 괴똥어미의 삶뿐만 아니라 텍스트 전체를 조직하고 구성하는 서술자에 의해서도 형성되기 때문에 각각의 주체가 보여주는 도덕적 민감성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과제였다. 그 결과 학습자들이 <복선화음가>에서 도덕적 긴장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으며, 화자와 괴똥어미의 삶을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으로서 받아들이면서 도덕적 사유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모의 수업은 학습자들이 주체적으로 <복선화음가>의 도덕적 민감성을 이해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특히 개인적 탐구 결과를 바탕으로 토의를 진행 했을 때, 학습자들이 자신의 일상적 경험을 공유하며 <복선화음가>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모습이 잘 나타났다. 다만, 학습자의 이해가 단편적 감상에 그치거나, 배경지식의 부족 등으로 도덕적 긴장을 발견하고도 충분히 의미화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탐구 공동체의 학습 절차를 따르되, <복선화음가>의 도덕적 민감성을 그려내는 언어적·심미적 자질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마련하였다. 본 연구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복선화음가>와 같이 과거의 도덕에 대해 다루는 가사를 현대적 소통 맥락에서 재현하고, 학습자가 주체적 청자로서 이를 이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미약하나마 다소의 의의가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