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병치된 풍경을 통한 인간의 유한성 표현에 관한 연구

Abstract

본인의 작업은 인간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유한함에서 시작한다. 주변의 하늘, 바다, 구름처럼 언제까지나 계속 존재할 것 같은 우주 공간에서 인간만이 짧은 생을 마감하고 죽어 사라진다는 생각과 이러한 운명이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비관적이고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자연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인간 삶의 미약함을 지속적으로 암시해준다고 보았고 이런 연유로 자연과 인간이 대비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작품으로 드러낼 때 인간 삶의 본질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때문에 풍경과 인간을 한 화면 안에 배치하는 풍경화를 그리게 되었으며 화면 안에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하여 자연과 인간이 대비적인 효과를 나타내도록 하였다. 목탄과 유화라는 재료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대비, 무채색과 유채색이 만들어내는 대비, 바다, 하늘, 대지 등 자연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절대성과 생명, 죽음을 통한 인간 유한성의 대비 등 여러 가지 장치가 복합적으로 얽혀 화면을 구성한다. 이러한 이분법적 구조는 단순히 자연과 인간을 대비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이상과 현실, 정신과 물질, 영원과 순간 등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대립적인 수많은 요소들의 상징으로서 작용한다. 본인은 화면 안에 대립적인 요소들을 배치함으로써 바라보는 이가 각자 양 극의 절충지점을 형성해내기를 바란다. 때문에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효과를 연출하여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낯설게 함으로써 흔하게 바라보던 자연과 인간의 모습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가면서 본인은 작품이 내용과 표현에서 단계적으로 조금씩 변화해 갔음을 발견하였다. 작품 안에 인물과 자연의 관계의 변화가 그것이다. 처음에는 인물과 자연이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사진을 오려붙인 것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인물이 매우 수동적이며 익명의 형태로 나타나났다. 이후에는 인물들이 자연의 공간 위에 무엇인가 짓고, 세우고, 그려나가는 노동행위를 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인물들은 자연 배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노동을 통하여 무엇인가 생산해나가는 것이다. 이후에는 자연의 배경과 인물의 대비적인 효과가 더욱 약화되는 것이 보인다. 인물의 크기가 작아지고 배경이 커지면서 인물이 배경에서 뚜렷이 부각되는 것보다는 공간의 모습에 합일하여 편안한 화면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를 지속하면서 자연의 거대하고 무서운 힘을 일관적으로 드러낸다. 자연을 결코 인간 친화적이거나 편안한 공간으로 표현하지 않는 대신에 그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의 변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자연을 인간과 완전히 분리시켜 인간 삶의 유한성을 중점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 본인의 풍경화가 미술사에서 나타난 여러 풍경화들과 차별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미약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삶의 태도로서 땀 흘려 일하며, 자연에 순응하여 평화를 찾고, 각자의 삶의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 또한 이야기 하고 있다. 본인은 앞으로의 작업을 통하여 이러한 이야기를 더욱 중점적으로 드러내기 위하여 개개인의 작은 서사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작품 안에 이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노력을 지속해 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