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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권력 분석에서 법의 문제 : On the Problem of Law in Michel Foucault's Analysis of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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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육은정

Advisor
정호근
Major
인문대학 철학과
Issue Date
2015-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푸코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철학과 서양철학전공, 2015. 8. 정호근.
Abstract
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 중 한명임에도 불구하고 푸코의 생각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여겨지는 데는 법의 문제가 존재한다. 법이라는 주제는 푸코에 제기되는 가장 근본적인 비판이자 그를 적법성에 대한 논의를 핵심으로 하는 규범적 정치철학과 구분 짓는 가장 뚜렷한 선이라고 볼 수 있다. 하버마스와 풀란차스를 비롯한 여러 논자들은 푸코가 근대성에서 법의 역할을 지나치게 폄하했다고 비판한다. 그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 푸코가 법의 구성적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법에게는 거의 부정의 힘밖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 둘째, 푸코가 법을 근대에 접어들면서 쇠락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푸코는 권력 분석이 주요 주제가 되는 70년대 중반에서 말까지의 텍스트에서 법을 부정적, 억압적 권력의 전근대적 형태와 동일시하고 이 형태는 점진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권력 작용인 소위 규율 권력에 의해 추월당한다고 주장한다. 푸코에게서 근대적 권력 양식은 본성적으로 주권 그리고 법과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며, 권력 작동에 있어 질적인 단절을 가져오는 근대성으로의 전환 속에서 법적 형태들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도 더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푸코의 법에 대한 관점을 너무 단순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주권론에 대한 비판과 근대에서 법의 주변화 및 퇴화에 대한 푸코의 몇몇 언급들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그것들을 그의 계보학적 기획의 더 넓은 맥락 안에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푸코의 법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은 법의 문제에 관련된 여러 대상들의 층위를 구분하는 것이다. 푸코는 유명론자답게, 법이라는 용어로 매우 다양한 것을 지칭한다. 법적인 것은 권력관계를 표상하는 하나의 모델을 가리키기도 하고, 근대 이전의 지배적 권력양식이었던 주권 권력의 테크놀로지를 뜻하기도 하며, 이러한 주권 권력의 도구로서의 법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또한 법적인 것은 사법에서 정신의학적 지식과 결합될 때 법적 사고, 법적 합리성을 의미하며, 근대적 법까지도 포함하는 법제도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푸코는 법과 관련하여 관념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 이론적인 것과 제도적인 것 모두를 다룬다. 푸코에게 법은 이 모든 것이며, 다양한 층위에서 다른 장치들과의 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법적인 것들의 작동 방식과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 푸코의 권력 분석의 목적이다.
푸코에게서 법을 적극적으로 독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일명 통치성 강의라 불리는 콜레주 드 프랑스 78년 강의와 79년 강의이다. 여기서 푸코는 메커니즘의 층위와 테크놀로지의 층위를 구분하고, 법, 규율, 안전 이 세 메커니즘의 관계가 권력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구성한다고 말한다. 이로써 각각의 메커니즘은 시대 순으로 대체되는 관계가 아닌, 보다 큰 테크놀로지의 역사 속에서 제각각 변형을 겪으면서 서로의 관계 역시 변화하는 그러한 복잡하고 유동적인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새로운 틀 제시와 함께 법과 관련해서는 전근대적 사법뿐만이 아니라 근대적 형식의 법에 대한 분석이 상당한 비중으로 진행된다. 특히 근대 이후 통치를 지배한 자유주의와 현대의 신자유주의에서 법은 자유 시장에 기초한 경제 메커니즘의 틀을 형성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그것을 존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경제와 법은 경제적-법적 총체를 형성하면서 서로를 조건 짓는 관계를 갖는다.
통치성 강의의 독해를 통한 푸코와 법의 관계의 재설정은 이전 작업에서의 법에 대한 서술도 재독해하게 만든다. 특히 『감시와 처벌』과 『성의 역사 1: 앎의 의지』는 그간 푸코 연구에서 법과 권력의 대당 또는 법 대 규율의 이분법이라는 문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텍스트들을 법에 초점 맞춰서 읽을 때, 푸코가 단순히 법을 실질적 권력 작용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로 치부하거나 법을 권력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푸코에게는 법과 관련하여 일련의 복잡한 테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범위에서 주권권력 즉 법적인 권력으로부터 규범화 권력으로 이행하는 권력 테크놀로지의 근대적 변형이 존재한다. 이 층위에서 법적인 권력은 지배적 권력양식에서 물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법 자체의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권적 법은 쇠퇴하지만, 규범화 권력 장치로서 새로운 법의 갈래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규율 권력은 다수의 원천으로부터 발원하는 규범화 테크닉들로 구성된다. 규율이 규정하는 법규는 주권의 것이 아니라 규범화와 관련된 법규이다. 그 영역을 구성하는 것은 인간 과학이고, 임상학적 지식이 그것의 법리학(jurisprudence)이 된다. 이처럼 근대법은 주권적 법과 행사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법에 대한 이중의 그림이 존재한다. 군주가 신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테크닉들을 발전시키는 것을 허용하는 틀로서 범죄에 관련된 법규 그리고 국가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금지들로서의 법과, 이러한 법의 낡은 체계를 보충하기 위해 발전했고 전근대적 억압적 법체계보다 훨씬 더 침입적으로 주체를 형성하는 새로운 법체계. 그런데 이러한 법의 내적 변형은 전자에서 후자로의 깔끔한 교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규범화 권력이 생산하면서 또한 원천으로 삼는 규범 자체가 근대에 부상한 인간학적 앎들과 법적 사고의 착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법적인 것은 존속하면서 근대 권력의 배치에서 계속적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법은 없어지거나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규율 체계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또 그 반대로, 규율 체계가 법과 규제의 형식 속에 기입된다고 말할 수 있다. 푸코의 방점은 법과 규율의 대립에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법적인 것과 규율적인 것이 만나서 충돌하거나 얽혀서 결합되거나 하는 중간의 회색지대를 규명하는 것에 있었다.
요컨대 법은 권력관계의 지배적 형태가 주권권력에서 규범화 권력으로 이행하는 권력 테크놀로지의 변형의 역사 속에서 주권 장치에서 규범화 장치로 변형을 겪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볼 때 법은 근대성에서 그 역할이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근대적 주체를 생산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푸코의 법에 대한 비평은 고전적 법이론과 계약론에 의해 개념화되는 법과 권력에 대해 재사고하고, 법이 이제는 규범화 권력 장치의 한 부분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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