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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토대소설을 위한 서사 전략 - 리카르도 피글리아의『인공호흡』(1980) - : Hacia una ficción fundacional: estragegias narrativas en Respiración artificial (1980) de Ricardo Pig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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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승주

Advisor
김현균
Major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Issue Date
2015-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인공호흡리카르도 피글리아아르헨티나 군부독재창건소설탐정소설서간체 소설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서어서문학과 , 2015. 8. 김현균.
Abstract
리카르도 피글리아의『인공호흡 Respiración artificial』(1980)은 지난 역사를 통해 당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의 공포를 알레고리적으로 표현한 역사소설 또는 정치소설로 분류된다. 복잡한 구조와 일견 주된 이야기 흐름과 동떨어져 보이는 다양한 에피소드, 걸핏하면 여담으로 빠지며 철학과 문학담론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화법 등이 특징이다. 이는 출간 당시 검열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독재 시기의 대중독자층과 민주화 이후 수많은 비평가가 지적했듯이 작품을 이루고 있는 편지와 대화, 그 안에 등장하는 일화들은 그 자체로 현대 아르헨티나를 이루는 역사적 사건과 담론에 대한 알레고리 혹은 소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인공호흡』은 독재정권이 물러남에 따라 당대적 성격을 잃었지만,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학계에서 새로운 담론을 생산했다. 특히 199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19세기의 자유주의가 남긴 영향에 대해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데에 일익을 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 연구는 국가서사에 대항하는 문학의 역할이라는 지배적 독해를 수용하고, 나아가『인공호흡』이 창건소설로서의 성격(rasgo fundacional)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 리타 데 그란디스의 논의를 확장한다. 도리스 서머가 창건소설(foundational fiction)이라는 개념으로 묶어낸 19세기 아르헨티나 국민소설(national romance)과 리카르도 피글리아 세대 작가들이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서사로 이용한 탐정 및 범죄소설 플롯은 일견 상반되어 보이지만,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알레고리적으로 설정한다는 점과 대중장르의 형식을 활용한다는 면에서 유사성을 지닌다. 본고에서는 이 둘을 포괄하는 용어로서,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창건소설(foundational fiction, novela fundacional)의 역어로 토대소설을 사용한다. 창건이라는 말은 국민국가 기획이 활발했던 19세기 작품만을 강조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해당 작품은 작가가 마주한 20세기 아르헨티나의 위기 상황의 원인을 19세기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해온 이들이 만든 서사를 토대로 탐구한다. 주인공은 19세기 정치인들이 국민통합을 위해 이용한 멜로드라마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교육자들을 만나 그들이 강조하는 역사적 시선을 획득한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해온 인물들이 살았던 비정한 세계를 접하는 감정교육을 받게 된다. 이 논문에서는 리카르도 피글리아가 적극적으로 활용한 성장소설과 탐정소설 및 범죄소설 형식, 그리고 서간체의 의미와 효과를 분석하여『인공호흡』의 국민문학적 성격을 강조한다. 또한, 시대와 공간이 낳은 윤리적 요구와 작가 개인의 욕망으로서의 문학 활동이 맞닿는 지점을 포착하여, 해당 작품이 리카르도 피글리아의 작품 방향이 아르헨티나는 물론 현대사회의 모순의 기원을 탐색하는 실험으로 발전해가는 중요한 길목이 됨을 밝힌다.
『인공호흡』에서 렌시와 마르코니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는 지식의 식민성과 왜곡된 경제구조, 이민 등으로 대표되는 아르헨티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는 모두 19세기에 독립한 신생국가 아르헨티나가 근대국가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성장소설의 주인공인 작가의 페르소나 렌시는 문학도로서 직전 세대의 역사관을 학습함과 동시에, 정치성향을 이유로 그들이 반대했던 보르헤스의 기법을 차용하여 아르헨티나 문학과 정치서사에 변증법적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피글리아가 파악하는 아르헨티나의 현실에서는 도리스 서머가 말한 이성애적 국민통합 로망스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렌시는 19세기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이끌어온 인물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사용했던 이성애 로망스를 거부한다. 대신, 미국 범죄소설의 감수성을 차용하여, 공식역사에서는 배신자 일컬어질 인물들이 초대하는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의 세계로 향한다.
과거의 인물들은 편지와 대화를 통해 렌시를 이끈다. 렌시/피글리아는 엔리케 오소리의 기록에 답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문학에서 미진한 형식을 탐구함으로써 국민문학의 장을 넓히려는 의도로 소설 『인공호흡』의 형식으로 서간체와 대화체를 택한다. 서간체의 조건인 거리는, 1부 3장에서 벌어지는 시점변화 실험의 성격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용어이다. 해당 장의 행위자인 검열관의 편집증적 독해는, 이 소설의 주요인물들이 언어를 사용한 내면서술이 불가한 1인칭과 2인칭 시점에 갇혀있음에도, 서로 다른 삶과 이야기의 형태에서 가족유사성 혹은 닮을 꼴을 찾는 노력과 대조된다. 유일하게 전지적 시점으로 그려지는 검열관의 희극성은 언어의 한계를 잘 알면서도 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분투를 한층 부각시킨다. 2부 전체에 사용된 대화체는 사라진 마기 교수의 이론을 복구하기 위해 도입된 서술양식이다. 등장인물들은 대화를 통해 아르헨티나 지성계 담론의 모순을 고발하고 내파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편지교환과 대화를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화내용이 등장인물들에게 스며드는 양상은 개인 환상에서 집단 환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성장소설적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픽션의 가능성과 위험성은 피글리아 작품세계 전반에서 다뤄지는 문제이다.『인공호흡』의 배경인 197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에서는 국가권력의 억압적 성격이 폭력적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피글리아는 당대 국가의 전횡이 19세기 아르헨티나에서 정치에 투신한 인물들이 외국 서적을 읽고 꿈꾸었던 근대국가형성의 서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인공호흡』에서 주요인물은 물론 주변 인물들도 시대·공간착오적인 독서에서 비롯되는 환상을 통해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을 실현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과 근대국가체계 안에서 개인의 유토피아, 혹은 환상의 실현은 히틀러의 사례처럼 타인의 비극을 일으키고, 실패할 경우 고립과 광기를 낳는다.『인공호흡』은 이처럼 아르헨티나 역사를 구축해온 이데올로기를 구현한 이들의 말과 기록을 통해 현 아르헨티나 문제를 재검토하는 국민문학, 즉 토대소설로 기능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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