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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의 『야콥 폰 군텐』에 나타난 신화 담론
Der Mythosdiskurs in Robert Walsers Jakob von Gunten -In Bezug auf den Mythosbegriff und den sprachphilosophischen Mimesisbegriff Walter Benjam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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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최가람
Advisor
임홍배
Major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Issue Date
2013-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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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독어독문학과, 2013. 2. 임홍배.
Abstract
20세기 전환기에 독일과 스위스를 방랑하며 작품 활동을 한 로베르트 발저는 생시에 큰 주목을 받은 작가는 아니었다. 그는 일찍부터 학업을 중단한 채 ‘변변치 못한’ 직업들을 전전해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20여 년 간 침묵하며 정신병원에서 지낸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무명의 존재로 세상의 가장자리만을 맴돌며 살아왔다. 본 논문은 로베르트 발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야콥 폰 군텐』에 나타난 글쓰기 형식과 이러한 글쓰기 형식이 지니는 의미의 지평들을 ‘신화 Mythos’라는 개념에 근거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기존 연구에서 발저의 글쓰기는 본래부터 특정한 내용을 전달하거나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시도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발저의 글쓰기는 기표들의 연쇄와 이들 간의 유희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의 작품이나 인물들은 해석되어야 할 필연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당시 발저 연구자들이 크게 의존했던 발터 벤야민의 「로베르트 발저」(1929) 비평문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러한 입장은 다소 설득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우선 벤야민 특유의 언어관에 입각했을 때 그러하고, 발저의 독특한 글쓰기 형식이 ‘신화와의 거대하고 세속적인 대결 속에서’ 모색되었다고 본 벤야민의 언급에 주목했을 때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연유에서 본 논문은 벤야민이 ‘언어 황무지화’라고 명명한 발저의 글쓰기 형식에 분명 이념과 의미 작용이 수반된다고 전제한다.
‘언어 황무지화’ 기법은 일차적으로 언어를 야생의 상태, 즉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내버려 두는 것을 일컫는다. 『야콥 폰 군텐』에서 이러한 방임하는 글쓰기 형식은 뚜렷한 내용 전달 없이 길게 늘어지는 ‘장광설’로,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병치하는 ‘역설’로, 부정적인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부정의 아이러니로’, 일반적인 1인칭 서술자의 문법을 위반하는 ‘분열된 화자’의 면모로 구현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언어 기법들은 단순히 독특한 언어 실험의 용례들에 국한되는 대신,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법과 의무를 부과하는 기존의 ‘폭력적’ 서사 방식―‘신화’의 담화 방식―을 중단하고 무력화하는 힘을 발휘한다. 나아가 언어란 언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언어 ‘속에서’ 정신적 본질을 전달하는 매개라고 본 벤야민의 입장을 참조한다면, 발저의 언어는 자신의 언어 안에서 스스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지혜와 경험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준다고 볼 수 있다. 발저의 ‘언어 황무지화’ 기법은 공유의 자리를 마련함과 동시에 지혜의 나눔을 지향한다. 그리고 벤야민에 따르면 이러한 독특한 문학적 전략의 근저를 이루는 것은 바로 발저 특유의 스위스적 면모인 ‘수줍음’이다. 언어와 관련된 이러한 수줍음은 언어를 마주대할 때 느끼는 수줍음뿐만 아니라 ‘언어를 위한 수줍음’이기도 하다. 자신의 말을 재차 지우게끔 하는 ‘언어 앞에서의 수줍음’은 당당하게 구획 짓는 세계에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무능력과 다르지 않은데, 바로 이러한 무능력의 능력을 통해 관습화되고 규범화된 언어―신화의 언어―가 힘을 잃고, 오히려 변방으로 밀려난 언어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어-수줍음이라는 좁은 문(門)을 통해 황무지화된 언어가 들어설 자리가 예비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인이 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벤야멘타 하인학교에 들어가는 야콥 폰 군텐의 이야기 역시 단순히 이해 불가능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 없다. 야콥을 비롯한 생도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의 전형으로 그려지지만, 이들이 훈련하는 ‘완벽히 섬기는 태도’는 ‘크고 높은 존재’에 대한 선망과 획일적 ‘평등’으로 점철된 근대의 폭력적 ‘신화’를 해체하는 기묘한 전략으로 자리매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금 주목을 끄는 점은 야콥이 이러한 근대의 ‘신화’와 대결을 벌이는 방식으로 신화의 부정적인 형상들―가령 계급, 규율, 원칙, 복종 및 인내의 윤리 등―이 한층 더 집약되어 있는 벤야멘타 하인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야콥은 신화와 대결을 벌이는 방식으로 이 세계와 비판적 거리를 두는 대신, 오히려 이 세계에 더욱 밀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테제는 법적 폭력이 난무하는 신화적 세계를 역사적 공간 속에서 해체시킬 것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전적으로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신화 속에 깊숙이 침잠해 신화가 가진 힘―“혁명을 위한 도취의 힘”―을 훔쳐내야 한다고 역설한 벤야민의 입장과 정확히 조응한다. 벤야민에게 신화로의 침잠은 특유의 ‘미메시스적 능력’을 통해 신화로부터 깨어남과 연결되고, 도취는 혁명과 교차된다. 이렇듯 신화에는 그것이 가진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기각될 수 없는 그 무엇, 즉 자유와 공동체를 도래시키는 힘이 존재한다.
따라서 『야콥 폰 군텐』은 신화적 인물 유형―가령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에 해당하는 야콥이 신화적 공간인 하인학교에 들어가 황야로 떠나기까지, 이 신화적 세계 혹은 신화 그 자체와 벌이는 세속적인 대결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생도들이 학교의 훈련에 따라 점차 ‘영(零)’에 가까운 존재로 자신을 비워가며 학습하는 ‘하인의 섬김’은 이 세계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산출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균질한 신화적 공간으로부터 깨어나는 각성의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하인의 수동적 삶의 양태는 ‘신화로의 침잠’과 ‘신화로부터 깨어남’ 사이에 모호하게 위치하고 있는 독특한 경험들과 관계하는데, 이러한 경험들은 다름 아닌 시대적 허무주의의 자리를 지울 뿐만 아니라 가장 작은 존재로 수렴해가지만 언제나 여전히 ‘나눔’ 가능한 존재의 이념을 선사한다. 하인의 기묘한 존재 방식은 신화적 세계를 초월함으로써가 아니라, 이 세계가 부과한 법과 경계를 한 번 더 ‘분할’함으로써 자유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는 신화의 화석화된 언어를 그 내부에서 한 번 더 나눔으로써 마련되는 ‘언어 그 자체’를 위한 공간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신화의 공간 ‘내부’에서 ‘기적’의 순간을 예비하는 ‘섬김의 이념’과도 정확히 조응한다.
Language
Korean
URI
http://hdl.handle.net/10371/132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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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Humanities (인문대학)German Language and Literature (독어독문학과)Theses (Master's Degree_독어독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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