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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미학
Die Ästhetik des Zwischenra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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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채지영
Advisor
정항균
Major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
Issue Date
2016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페터 바이스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카프카 수용사이사잇공간차연시뮬라크르도플갱어탕자 모티브미학글쓰기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독어독문학과 문학전공, 2016. 8. 정항균.
Abstract
화가, 영화감독, 극작가, 평론가 등 다양한 이력을 지녔던 페터 바이스는 1960년에 발표한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로 문단의 인정을 얻게 되면서 전업 작가로 전향한다. 바이스는 유년시절부터 고립과 소외, 정체성의 위기의 극복을 위해 많은 작가들과 사상가들의 저작을 섭렵했고, 그 흔적은 그의 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카프카는 바이스에게 청년기에는 정체성의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의 동반자로, 장년기에는 복잡한 현실에서 저항의 거점을 찾기 위한 나침반의 역할을 담당하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바이스는 카프카의 소설을 읽으면서 받은 인상을 자신의 작품들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카프카의 영향을 받은 흔적들은 특히 그의 후기 소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는 후기 작품들에서와 달리 전면적으로 카프카나 그의 작품이 언급되지 않으면서도 카프카의 흔적들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양상들에 주목하고,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 나타난 바이스의 생산적인 카프카 수용양상을 살펴보면서 초기 바이스의 세계관과 미학을 규명하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사이’라는 개념과 ‘사이’에 내포된 함의가 이 소설에 나타나는 다양한 형식적 실험과 이와 연관된 의미 개방성을 설명하는 결정적인 단초라고 보고, 소설에 나타나는 바이스의 카프카 수용을 ‘사이’와 관련지어 논의한다. 소설에 나타난 ‘사이’와 카프카의 수용양상에 대한 관계는 본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조명된다. 먼저 이 소설을 관통하는 ‘사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선 작업으로서 ‘사이’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수행한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사이’의 의미는 호미 바바와 들뢰즈/가타리, 데리다의 사유에서 착안하였다. 탈식민주의이론가인 호미 바바는 한 건축물에서 발견한 ‘사잇공간’이 경계를 통해 구획된 동일성을 붕괴시키고, 이분법적 구분에 의한 차별과 억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적 의미를 지닌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이’의 의미는 비단 공간적 특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과 기호적 차원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 들뢰즈/가타리는 ‘다양체’, 사건으로서의 ‘시뮬라크르’, ‘되기’와 같은 개념을 통해 ‘사이’를 암시한다. 그럼으로써 자아와 타자의 이분법적 구분을 해체하고 자아 심부에 존재하는 혼종적 정체성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그리고 데리다는 기호의 차원에서 ‘사이’를 암시한다. 그는 ‘차연’이 의미의 비식별영역으로서의 사잇공간을 만들어내고, 텍스트의 의미를 결정하지 않은 채 빈 공간으로 남겨둠으로써 다양한 해석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보았다. ‘사이’가 지닌 이러한 전복적이고 해방적인 특성은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 텍스트에 더 많은 해석과 담론을 끌어들이는 열린 공간을 허용하고, 바이스가 카프카의 소설을 창조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의 내용적 측면에 반영되어 있는 ‘사이’는 우선 도플갱어 모티브와 연관되어 있다. 프로이트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도플갱어 개념의 의미를 확장해서 사용하는데, 그에 따르면 이성적 자아가 용납하지 못하고 억압한 욕망은 도플갱어의 형상으로 회귀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논의는 도플갱어가 한 개인 내면에 존재하는 타자와 같은 낯선 부분을 노출하면서 고정된 정체성의 억압적 측면을 폭로하는 모티브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이트의 논의는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와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 상당한 영향을 준 카프카의 소설 「시골의사」의 인물관계를 해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카프카의 「시골의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다양한 인물들로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바이스의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도 카프카의 「시골의사」에서와 유사하게 화자인 주인공의 다양한 분열상들이 도플갱어로 등장한다. 그러나 바이스의 소설에서는 화자가 분열되고 변신한 것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가 카프카의 소설에서보다 더 증대될 뿐만 아니라 마부의 경우에는 화자와의 일치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도플갱어 모티브는 들뢰즈/가타리적인 의미에서 사용된 시뮬라크르 개념에 입각하여, 주인공인 화자의 통일적인 정체성을 파괴하고 ‘다양체’로서의 모습을 이끌어낸다. 바이스는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 「시골의사」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가족의 관계를 보다 상세히 다루고 있다. 그런데 가족 구성원 중 아들의 존재와 그의 가출은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 일어나는 유일한 사건인 마부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듯 보인다. 무엇보다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 집을 떠나는 아들은 카프카가 「귀향」과 『실종자』에서 성서에 등장하는 탕자 모티브를 재해석한 것처럼 근원적 고향을 상실하고 귀향하지 못하는 탕자와 유사한 측면이 존재한다.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 나타난 탕자 모티브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사회학적, 심리적, 기호적 관점에서 이 소설의 탕자 모티브를 고찰하고, 마부라는 인물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시도로 삼을 것이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는 강압적인 부자관계와 노동의 의미를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의 맥락에서 분석함으로써 아들이 집을 나가게 된 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억압된 정신적 차원에 좀 더 무게를 두고, 프로이트의 「유아기 신경증에 관하여 Aus der Geschichte einer infantilen Neurose」를 분석 도구로 삼아 탕자의 귀환 혹은 마부의 등장을 무의식의 해방과 그것의 전복적 의미와 연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식탁의 빈자리나 그림자 모티브를 고려했을 때 마부가 단순히 아들과 등치될 수 없을 가능성도 존재함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아들이 과연 자신의 무의식적 욕망을 반영하는 마부로 변신하여 귀환하였는가에 대한 판단은 유보되며 탕자는 귀환과 실종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마부는 화자 외에 아버지, 심지어 나치로도 해석될 수 있는 다의성을 내포한 인물이다. 이와 같은 의미의 불확정성을 지닌 마부라는 인물은 본질적인 실체가 아니라 소설 제목처럼 ‘그림자’로만 나타나기 때문에 궁극적 의미의 부재와 현전 사이, 데리다의 용어로 ‘대리보충 supplement’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소설의 열린 구조와 기표의 무한한 연쇄적 측면은 마부에 대한 의미규정의 불확정성과 연결시킴으로써 기호적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초기 바이스의 작품이 단순히 무의식을 보다 본질적인 세계로 간주하고 그것을 최종적 기의로 환원시키는 초현실주의적 맥락에서 해석될 수 없으며, 실재와 가상, 현전과 부재의 경계를 혼란시키는 틈새를 만들어내어 작품의 다원적인 해석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스는 모티브나 작품 구조의 차원을 넘어 시점, 서술, 글쓰기 같은 형식적인 차원에서도 사이의 미학을 전개한다.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 카메라의 렌즈로 관찰하는 것 같은 화자의 시선은 일견 누보로망 소설의 특성과 연관되어 논의되어왔다. 화자의 관찰 양상을 살펴보는 이 부분에서 누보로망과 연결되는 계기들이 보다 자세하게 설명된다. 두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제한된 시선과 표층적 묘사는 지각의 불완전성과 파편화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누보로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의 화자가 지닌 현실 참여적이고 저항적인 특성을 간과할 수 없다. 비록 소극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으며 실패로 귀결된다고 해도, 그러한 태도는 관찰자의 입장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바이스는 화자로 하여금 수동적 관찰과 능동적인 현실 참여 사이에서 움직이며 이러한 유동적인 사이의 공간을 자신의 서술미학으로 삼는다.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의 화자가 지닌 행동에의 의지를 차치하고서라도 누보로망의 특성은 이 소설을 이해하기에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이 다분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로브그리예의 작품이 3인칭 소설인 반면 바이스의 작품은 1인칭 소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카프카의 소설들 중 예외적으로 1인칭 형식을 띠고 있는 「시골의사」는 이러한 점에서 인물 구도뿐만 아니라 서술적 차원에서도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와의 유사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시골의사」와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 나타나는 인물들 간의 대화는 침묵과 소음 ‘사이’에서 부유하며 소통의 장애를 빚고 있다. 이러한 ‘말하기’에 대한 논의는 인물간의 대화에서 소설 속 사건을 ‘이야기’하는 심급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디트리히 베버가 ‘화자 Sprecher’와 ‘서술자 Erzähler’를 구분한 점에 착안하면, 「시골의사」와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인물이 꿈의 논리에 따라 현재적으로 말하고 있는 화자인지 아니면 현재의 시점에서 거리를 두고 과거의 사건들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서술자인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아울러 바이스는 작가로서의 화자를 내세우며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화자의 글쓰기 양상은 객관적이고 즉물적인 기록적 글쓰기와 주관적이고 환상적인 초현실주의적 글쓰기 사이에서 오가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혼재 양상은 바이스의 후기 작품에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로 전환한 후기 바이스에게서 이러한 두 가지 특성이 사회주의라는 확고한 세계관 속에서 변증법적인 종합을 통해 결합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에서는 양자가 억압적인 현실을 비판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그러한 비판이 확고한 세계관의 형성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해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화자가 각각 비판적 거리를 두는 이 두 가지 글쓰기 ‘사이’에는 바이스가 세계를 인식하는 척도가 있다. 카프카를 창조적으로 수용한 결과물이자 『마부의 육체의 그림자』를 관통하고 있는 이러한 사이의 미학은 자칫 바이스의 문학을 도식화된 이분법적 구분으로 환원시키는 단순화의 위험을 비판하고, 나아가 초기 바이스의 작품에서 현대적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Language
Korean
URI
http://hdl.handle.net/10371/13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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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ge of Humanities (인문대학)German Language and Literature (독어독문학과)Theses (Master's Degree_독어독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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