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오감도」에 나타난 연작의 구성 원리 연구

Abstract

본고는 이상의 「오감도」가 연작시란 것을 주목하여, 연작의 구성 원리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상은 분명히 「오감도」라는 큰 제목 아래에 독특한 15편의 작품들을 함께 모아서 발표하였으며, 본고는 이상의 발표 방식에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는 가설을 세우고 분석에 임한다. 즉, 개별 시편들을 나누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연작이란 하나의 큰 집합체 속에서 여러 시편들이 서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내는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것은 곧 이상의 텍스트에서 나타난 다양한 기호가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고 서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전제하고 시도되는 분석이다. 이상의 「오감도」연작의 구성 원리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 하면, 그것은 연결하는 성분이나 사슬의 고리라 할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연결 성분 혹은 사슬의 고리를 「오감도」에서 나타나는 문학적 패러독스(paradox)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다고 본다. 문학적인 의미에 있어서 패러독스를 더욱 섬세하게 정의하자면, 현저한 해설이나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생각들을 이례적으로 병렬하는 것이다. 패러독스는 문학 창작의 방법론이자 동시에 문학 분석의 방법론이며, 패러독스를 중요한 시적 장치로 여기는 작품 해석은 겉보기에는 서로 모순되는 서술들을 검토하여 그들을 조화시키는 의미를 찾거나, 그러한 서술들이 왜 시에 등장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본고는 「오감도」연작의 구성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들을 통해 분석을 시도한다. 2장에서는 「오감도」 연작 이전에 쓰인 일문시들 중 「조감도」 또한 유사한 연작의 형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이상 문학의 내적 상호텍스트성을 바탕으로 「오감도」연작의 구성 원리를 연작 형식의 발생 텍스트인 「조감도」를 통해 추적해보겠다. 특히 「조감도」의 개별 시편들이 역설적인 상황, 혹은 패러독스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겠다. 또한 초기 시들을 통해, 패러독스를 표현하는 독특한 수사학이 「오감도」이전에 유형화되기 시작되는 것을 분석한다. 이는 문장이나 어구를 반복하고 변형시키는 수사적 기교이며, 이러한 반복과 변형의 수사는 이상 시의 패러독스를 만들 때 유용하게 쓰인다. 이러한 시각으로 접근하였을 때, 연작의 구성 원리가 두 가지 층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조감도」나 「오감도」와 같은 병렬형 연작 형식에 담긴 개별 시편들이 모두 패러독스가 드러나는 상황과 사물, 주체 등의 내용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반복과 변형의 수사학이 개별 시편들 속에서 패러독스를 구성하여 상황과 사물, 주체 등의 정신적 본질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층위의 반복과 변형의 상호작용이 연작의 구성 원리로 작동한다. 3장에서는 먼저, 연작시가 처음 발표된 서지 면에 같이 나타난 삽화와의 관계를 통해 연작의 구성 원리를 논하겠다. 그리고 반복과 변형의 수사학이 「오감도」 연작의 개별 시편들에서 어떻게 패러독스를 표현하고, 그 패러독스의 표현을 통해 정신적 본질을 드러내는가를 분석하겠다. 마침내 패러독스들이 반복되어 병렬되고 중첩이 되는 것을, 개별 시편들을 엮어주는 연결 고리로 분석하겠다. 마지막으로, 패러독스의 변주가 이상 문학의 주요 기호인 거울 이미지로 나타난 것을 논의하겠다. 패러독스의 변주는 한편으로는 개별 시편들이 공유하는 수사학으로 확인 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거울 이미지의 반복과 변형으로 알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상의 「오감도」연작의 구성 원리가 개별 시편들이 패러독스적인 내용을 반복하고 변형하며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