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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의 자기인식: 1958-1960년 상품 조각을 중심으로 : Jasper Johns's Self Manifestation: Commodity Sculpture in 1958-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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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정주원

Advisor
김영나
Major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Issue Date
2014-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재스퍼 존스상품 조각자기 인식지문손자국저자성성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고고미술사학과, 2014. 8. 김영나.
Abstract
국 문 초 록


재스퍼 존스(Jasper Johns, 1930- )가 1958년과 1960년에 집중적으로 제작한 상품 모양의 조각들은 1950년대 후반 미국의 뉴욕 미술계에서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가 지배적이었던 시기에 존스가 다른 노선을 지향했음을 잘 보여준다. 존스는 추상표현주의 담론에 따라 개성있는 이미지를 창작하는 대신, 전구, 손전등, 캔과 같이 개인의 특성과 관련이 없는 대량생산 제품을 모티프로 삼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존스의 조각들이 실제 상품의 형태를 따르고 있지만 제작자가 일일이 손으로 만든 수공예적 특징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즉, 존스의 상품 모양 조각들은 기계적인 생산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 경향인 레디메이드(Readymade) 혹은 팝 아트(Pop Art)와 구분되는 독특한 입지를 지닌다.
존스가 제작한 상품 모양의 조각들은 모두 고급 미술의 지위를 가지고 소비되는 미술 작품이므로 본고에서는 이 작품군을 미술사학자 할 포스터(Hal Foster)가 지칭한 바와 같이 상품 조각(Commodity Sculpture)으로 명명하고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1958년의 상품 조각에서 처음 나타난 손의 흔적이 2년 뒤에는 개인의 존재를 드러내는 지문으로 발전하였던 점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존스의 상품 조각을 중심으로 그가 미술가의 개성을 읽을 수 없는 상품 모티프를 선택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지문으로 개별성을 명시한 전략을 추적할 것이다.
존스가 상품 조각을 처음 제작하기 시작한 1958년은 그가 뉴욕 미술계에 공식적으로 데뷔한 해이다. 당시 뉴욕 미술계의 주류 미술사조였던 추상표현주의는 외부 세계를 묘사하는 대신에 개인의 추상적인 주관과 감수성을 독창적인 이미지로 표현할 것을 중시했다. 1950년대 말에 이르면 추상표현주의는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미술로 소개되며 각광받았다. 그러나 몇몇 영향력 있는 미술관 관계자들과 수집가들은 새로운 미술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전을 통해 공개된 존스의 회화 작품들은 추상표현주의의 형식적 특징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새로운 전환을 꾀하는 데에 성공적이었다. 다만, 양식적으로는 주변의 진부한 사물의 모티프를 가져왔기 때문에 미술가의 감정, 창작의 과정, 자아의 표현과는 거리가 있었다. 존스가 이미지를 창작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몇몇 아방가르드 예술가와 더불어 미술가 내면의 자아로부터 독창적인 예술이 나타난다는 추상표현주의의 논리에 문제를 제기한 데에 있었다.
존스가 1958년의 첫 개인전으로 즉각적인 명성을 얻자 뉴욕에서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 받고 있던 예술가들의 새로운 실험들이 조명을 받았다. 더불어 향후 1960년대를 풍미하게 될 여러 예술적 경향을 예견하는 다양한 활동이 태동하였다. 추상표현주의 규범이 지배적이던 뉴욕 미술계에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존스의 상품 조각은 이러한 미술계의 전환기를 배경으로 제작되었다.
존스의 상품 조각은 모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제품의 형태를 따르고 있다. 이는 20세기 초부터 조각가들이 창조적인 예술 행위를 강조하면서 조각이 사물과 구분된다고 믿었던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다만, 존스는 기계적인 소비재의 외형과는 구별될만한 시각적인 요소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는 회화에서 엔코스틱(encaustic) 기법을 통하여 촉각적인 붓질을 남겼던 것처럼, 연성이 강한 재료를 사용하여 일련의 전구 및 손전등 조각을 제작한 다음 그 표면에 성형 흔적을 두드러지게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1958년 조각에서 손의 흔적이 모양을 다듬는 과정을 암시하는 데에 그쳤다면, 2년 뒤의 조각에는 미술가의 존재를 확연하게 증명하는 장치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1960년에 존스는 지문에 물감을 묻혀 의도적으로 조각의 표면에 찍었다. 1960년에 제작된 과 에는 수공예적 특징뿐 아니라, 정체성의 개념을 상기시키는 세부 요소들과 함께 존스의 지문 자국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서 지문은 1904년 법정에서 인간의 개별성을 증명하는 증거로 인정된 이후, 사회에서 신원 식별, 범죄 수사, 인장 대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손에 대한 존스의 관심은 단순히 제작 과정을 시사하는 흔적에서 머물지 않고 1960년에 보다 발전하여, 지문을 통해 그의 개별성을 명시하는 서명으로 나타났다. 존스가 지문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전략을 고안한 이유는 시각적 창작물로 개인의 자아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존스에게 인간의 자아란 상황에 따라 변화 가능하며 다면적인 개념으로, 특정한 미술 양식으로 간단하게 표현될 수 없는 것이었다. 반면, 지문은 내면의 심리적 자아와 달리 변하지 않는 생체학적 무늬이다. 신원을 확인하는 보편적인 수단인 지문을 통하여 존스는 일상의 진부한 것들을 미술에 사용하는 기존의 작업 원리를 지속하면서 객관적으로 정체성을 보증할 수 있었다. 지문을 표면에 찍어 서명을 할 때 별도의 표현 과정은 필요하지 않으므로 창작을 억제하려는 존스의 예술관에도 부합하였을 것이다.
평범한 사물 위에 찍힌 지문의 형태는 뚜렷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관람자가 지문 자국을 바탕으로 작가의 개성과 취향을 한 눈에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문은 관람자에게 작가의 정체성을 직접 찾아내고 판단할 권한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예술가가 직접 나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천명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장치이다.
한편, 상품 조각의 손자국은 존스가 1960년대에 이르러 대중문화의 모티프를 따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신체 자국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이행한 과정을 보여준다. 존스는 1960년대에 대중문화 모티프를 사용하는 대신 손바닥 자국을 포함한 신체 자국을 상당수 남겼다. 지문과 손바닥 자국이 다르게 해석될 여지는 있으나, 손바닥 자국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일은 평범하게 행해지며, 따로 표현을 매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문과 일맥상통한다.
본 연구는 상품 조각에 나타난 손자국에 주목하여 1960년에 이르러 존스가 미술가의 존재를 지문으로 드러낸 작업을 살펴보고 그 의의를 논의하였다. 1958년 조각에서 보이는 수공예적 면모는 레디메이드 작품들 및 당대 미술과 차별화된 지점에 있었다. 그리고 존스는 미술가의 존재를 지문에 한정시켜 나타내는 전략을 통하여 미술가를 시각적 창작물과 일치시켰던 관행에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상의 논의를 통하여 본고는 존스의 상품 조각과 함께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중반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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