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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 안젤리코의 '성스러운 대화': 코지모 데 메디치의 사적인 기도 : Fra Angelico's Three Sacre Conversazioni: Cosimo de' Medici's Private Transactions with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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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윤수현

Advisor
신준형
Major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Issue Date
2016-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프라 안젤리코코지모 데 메디치성스러운 대화르네상스 제단화종교적 미술 후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전공, 2016. 8. 신준형.
Abstract
15세기 전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화가 프라 안젤리코(Guido di Pietro, 또는 Fra Angelico, c. 1395-1455)는 그의 생애 중 세 점의 성스러운 대화(sacra conversazione)형식의 제단화를 제작했다. 세 점의 제단화는 , , 로, 모두 당대 피렌체의 권력자였던 코지모 데 메디치(Cosimo il Vecchio de Medici, 1389-1464)의 의뢰를 받아 제작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세 점의 성스러운 대화 형식 제단화가 후원자 코지모의 지극히 사적이고 종교적인 소망을 신 앞에 제시하는 발원의 도구로서 제작되었음을 주장한다. 또한 작품의 성격을 이해함에 있어서 해당 제단화들 자체뿐만이 아니라 작품이 봉헌된 비교적 폐쇄적인 위치, 작품과 관련된 제례들, 작품이 주위의 다른 그림들과 함께 형성하는 종합적인 맥락 등을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임을 보이고자 한다.
성스러운 대화란, 중심 패널에 성모 또는 성모자를 묘사하고 주변 패널에 성인들을 배치했던 14세기까지의 다폭제단화로부터 발전한 르네상스 시대 특유의 제단화 형식이다. 프라 안젤리코는 위의 세 제단화를 통하여 성스러운 대화라는 형식 자체를 창안했다고 여겨진다. 때문에 이 작품들은 주로 미술사적 연대기 내에서의 가치에 주목하여 연구되어 왔으며, 작품과 후원자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본 논문에서는 프라 안젤리코의 세 점 성스러운 대화가 각기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띠었는지를 주문자의 입장에서 추적하며, 결론적으로 세 작품이 각각 주문자 코지모의 부친-본인-아들(자손)을 위해 제작된 시각적 기도였음을 설명한다.
성스러운 대화 양식의 창안이었던 작품 는 당대의 일반적인 가문 예배당 제단화와 달리 가문의 세력을 과시하거나 후원자를 영예롭게 하려는 성격이 약했다. 는 성모자를 화면의 중심 인물로서 강조하며 그 다음으로 코지모의 부친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Giovanni di Bicci de Medici, c. 1360-1429)의 수호 성인인 사도 요한(St. John the Evangelist)을 강조하고 있다. 코지모의 아버지라는 개인의 수호성인을 가문 전체의 수호 성인이나 교회의 주보 성인보다도 강조하는 것은 당대의 일반적인 제단화 제작 규범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더불어 해당 제단화의 목적지였던 메디치 장례 예배당(Old Sacristy)은 당대의 일반적 사례와 비교할 때 유달리 검소하게 꾸며졌으며, 시민들로부터의 접근성도 낮았다. 따라서 의 후원자 코지모는 이 제단화를 주문할 때 피렌체 사회에 가문의 세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부친의 사후 안식을 효과적으로 기원하는 것에 방점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라 안젤리코의 두 번째성스러운 대화인 는 코지모가 피렌체 산 마르코 수도원(Church and Convent of San Marco)의 재건축을 추진할 때에 해당 수도원의 중앙 제단에 봉헌될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코지모는 교황 에우제니우스 4세(Eugenius IV)의 조언으로 산 마르코 수도원을 재건했는데, 이 때 그에게는 고리대금업으로 쌓은 자신의 죄를 속죄한다는 분명한 동기가 있었다. 해당 수도원의 심장을 장식한 의 도상 및 수도원의 기타 부분을 구성하는 회화들에서는 속죄라는 주제에 대한 후원자 코지모의 집요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에서 메디치 가문의 수호 성인인 성 코스마(St. Cosmas)와 성 다미아노(St. Damian)는 무릎 꿇은 자세로 화면 전경에 배치되었는데, 이는 르네상스 시대 제단화에서 일반적으로 인간 후원자가 취했던 자세이며 겸손한 성격을 내포한다. 동시에 두 성인 중 코지모의 수호성인이기도 한 성 코스마는 그의 시선과 제스처로 인하여 알베르티적인 초대하는 인물로 제시되었다. 에서 성 코스마는 관람자를 제단화의 중심 신격인 성모자에게 안내하고 있으며, 이로써 사도적인 지위로 격상된 것이다. 여기에서 제단화의 주문자 코지모가 자신의 수호 성인이 재현되는 방식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에서 성 코스마에게 주어진 강조는 수도원 복합체 내부의 타 회화 작품에서도 관찰된다. 사제단 회의실의 대형 프레스코와 코지모의 개인 예배실을 장식하는 프레스코가 그 예이다. 공통적으로 이라는 주제를 갖는 해당 두 작품은 십자가 책형이 기독교 역사에서 갖는 내러티브로 인하여 성 코스마를 속죄라는 테마에 재차 결부시킨다. 또한, 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는 피렌체의 일반 대중에게 메디치 가문의 세력을 과시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가대석 칸막이로 가려져서 성직자와 후원자 본인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의 폐쇄적인 위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사항이다. 성 코스마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권력의 표상으로서의 제단화의 기능에 대한 이례적인 무관심은, 산 마르코 수도원 복합체뿐 아니라 그 중심에 있었던 역시 코지모가 속죄의 의미로서 바친 개인적이고 종교적인 봉헌물이었다는 독해를 가능케 한다.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는 후원자 코지모의 가계 3대를 차례로 기념하는 성스러운 대화 중 가장 마지막에 해당하며, 제단화의 초점에 코지모의 큰아들 피에로 데 메디치(Piero il Gottoso de Medici, 1416-1469)의 수호성인인 순교자 성 베드로(St. Peter the Martyr)를 두었다. 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제단화의 봉헌 장소였던 보스코 아이 프라티 수도원 교회(Church and Convent of San Francesco at Bosco ai Frati)가 메디치 가문과 관련하여 수행했던 역할에 있다. 코지모와 관련된 기록 및 피에로가 가족과 주고받은 서신으로 판단컨대, 보스코 아이 프라티는 코지모를 중심으로 한 메디치 가문의 중요 성원들이 고향 마을인 무젤로(Mugello)로 휴양을 갈 때에 그들의 정신적 필요를 충족시켜 주었던 지역 교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지모가 메디치 가문의 뿌리를 상징하는 저택 빌라 카파졸로(Villa Cafaggiolo)의 구매를 기하여 를 주문하고 수도원 교회에 봉헌했다는 사실은, 주문자 코지모가 해당 제단화에 다분히 개인적이며 가족적인 의미를 부여했음을 짐작케 한다.
에 피에로 데 메디치의 수호 성인인 순교자 성 베드로가 묘사된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사건이다. 순교자 성 베드로는 도미니코회의 중요 성인이므로, 그를 프란치스코회 수도원 교회의 제단화에 묘사하는 것은 당대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를 주문할 때 후원자 코지모는 통념에 반하는 수단을 써서라도 아들 피에로를 특별히 가호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에는 앞선 두 성스러운 대화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가족적이며 친밀한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화면 중앙에서 엘레우사(Eleousa)도상으로 다정하게 뺨을 맞댄 성모와 아기 예수는 그러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주축이다.

세 점의 성스러운 대화는 성모자를 중심에 두고 성인들이 아치형으로 도열한다는 회화 구도상의 공통점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프라 안젤리코의 솜씨와 이를 유도한 코지모 데 메디치의 의지로 인하여 각기 후원자의 서로 다른 세 가지 기원(祈願)에 봉사하는 작품이 되었다. 세 제단화는 모두 코지모의 사적이며 종교적인 의지를 반영했으며 르네상스 제단화가 일반적으로 수행했던 사회적·정치적 재화로서의 성격은 다분히 축소되었다. 본고는 세 점 성스러운 대화의 의미를 파악함에 있어서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작품의 제작 조건, 봉헌 공간, 주변 제례 등 총체적인 주변 요소를 모두 포함하여 분석의 근간으로 삼았으며, 이로써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제단화가 당대의 특정 관객을 상대로 제시되고 해석된 방식을 이해하고자 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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