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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한국 여성시인으로서의 김민정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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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강석주

Advisor
배은경
Major
사회과학대학 협동과정 여성학전공
Issue Date
2013-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김민정여성시여성주체젠더폭력상징적 복수대처로서의 웃음이성애적 상호공존육체성의 해체성적욕망타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협동과정 여성학전공, 2013. 2. 배은경.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2000년대 후반 한국 문학비평장에서 미래파로 일컬어지는 김민정 시인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다시 읽는 것이다. 김민정의 시 텍스트, 글쓰기 행위 자체, 김민정 작품에 대한 비평문들을 연구자료로 삼아 메타 비평 및 텍스트 분석을 시도하였다.

2005년 첫 시집을 낸 한 무리의 30대 시인들을 둘러싼 한국 시단의 미래파 논쟁은 현대문학사에 남을 만한 역사적 사건으로까지 평가받았다. 미래파로 호명되는 시인들의 낯선 화법의 특징은 탈주체, 탈경계, 혼종성, 다성성(多聲性), 난해성, 비현실성, 환상성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 미래파의 중심에 김민정 시인이 자리해 있다. 김민정의 작업은 대개 여성으로서의 자의식과 성찰이 배제된 비논리적 유희와 환상적 놀이로서 다루어지고 있었다. 미래파 비평담론의 홍수 속에서 여성과 남성이 현실을 다르게 겪고 그것을 시적으로 다르게 형상화한다는 사실 자체는 논의의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시의 무대에서 신나게 놀고 있으면서도 여성으로서의 존재와 경험을 버리지 않는 독특한 여성주체성이 논의된 적도 없었다. 이러한 비평담론은 실제 여성독자들의 삶, 여성운동, 한국의 여성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작가성을 제거해내는 결과를 빚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담론적 상황에 개입하고 싶었다.

본 연구가 2000년대 여성시인으로서 김민정을 새롭게 전유하기 위해 선행한 작업은 1980년대 이후 여성시의 언어적 연속성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고정희가 보여준 성 모순의 고발, 최승자가 구사했던 거친 언어와 급박한 호흡, 김혜순이 매달렸던 여성적 몸, 김언희가 추구하는 육체를 향한 극단적 상상력, 신현림이 드러낸 거침없는 성적욕망은 현재의 김민정에게 드러나는 여러 얼굴들이었다. 김민정의 언어가 여성시의 궤를 이으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판단되는 지점은, 언어의 기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과 연관된다. 유사한 청각적 말소리의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사용은, 한국사회 젠더질서가 어떻게 언어적으로 구조화되어 주체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 언어기제의 작동을 고발하고 조롱하며 비트는 페미니즘적 전략이었다.

김민정의 시는 젠더현실에 대한 인식과 여성이라는 조건을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본 연구가 분석을 통해 발견한 바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김민정의 시는 그것을 환상적 유희물로 다루는 주류 비평담론의 경향과는 달리, 2000년대에도 여전히 도처에서 반복되고 있는 여성을 향한 폭력의 현실을 반복적으로 주제화하고 있다. 또한 시 안에서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은 굉장히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상징적 복수의 대항방식을 찾아 그것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적화자의 시선에서 억압을 스스로 일시 정지시키고 그것을 익살로 바꿔내는 여유를 보이며 고통의 감정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한다. 대부분 폭력이란 주제상황의 변두리에 기입된 단절적 장치들이 상황의 심각성과 맞지 않아 불일치와 부조화를 만들어내고 이때 웃음이 발생한다. 이것은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에 일방적으로 지배되지 않으려는 심리적 대처로서의 웃음이다. 이를 통해 여성시인과 여성화자, 여성독자가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은 자아를 보존하고 상처의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둘째, 김민정의 시 안에서 이성애자 여성들은 이성애자로서의 자기존재를 승인하지만, 일상에서 남녀의 주체적 상호공존과 평등한 사랑을 꿈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또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언어적 실험을 한다. 예를 들어, 남녀를 형상화하는 어휘와 장면들을 쌍둥이처럼 만드는 데칼코마니 전략을 사용한다. 주로 남녀의 벗은 몸을 언어적이고 상징적으로 만져서 육체적인 평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또는 남성의 성기를 먹을 만한, 먹고 싶은 음식의 종류들로 그려냄으로써 여성이 이를 해방적이고 주체적으로 점유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성애 섹스 장면 안에서 여성이 성적담론을 선취하게 하는 방식이다. 즉 김민정의 시적화자들은 이성애를 주어진 질서와 각본으로 체화하는 것이 아닌,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언어적 배치와 형상화를 전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주체적인 여성들이다.

셋째, 김민정의 첫 번째 시집『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2005)에는 자기 몸에 대한 이중적이고 상반된 시선이 표출된다. 하나는 고통 속에 있는 피해자의 몸이자, 자신에 대해 가지는 부정의 서사를 바탕으로 자기를 분해하고 육체성을 해체하려는 태도이다. 이것은 남성중심적 동일성의 세계에 맞서고 통념적 여성상을 깨뜨리려는 여성주의적 실험이 되기도 한다. 또 하나는 쾌락과 해방의 원천이 되는 여성의 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의 성적욕망을 긍정하는 면모이며, 특히 외부의 침입과 매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여성 자위의 쾌락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몸의 경험을 아직 드러내지 않은 다른 여성들의 발화가 넘쳐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본 연구는 여성화자의 자기 몸에 대한 이중적 시선과 불균질한 태도를 김민정 시의 특징이자 중요한 힘이라고 본다. 피해자 정체성에 함몰되거나 여성성에의 맹목적인 찬미로 회귀하는 것 둘 다를 경계하며 자기 자신의 몸의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성주체는 두 번째 시집,『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2009)에서 시간적 결절을 겪으면서 타자와의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방향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자아는 타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타자와 공존하려고 노력한다. 타자의 목소리를 나와 동등하게 공명시키되 어설프게 우리라는 방식으로 껴안지 않는 것은 여성주체의 윤리적인 성장과정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본 연구는 김민정의 시 텍스트와 글쓰기 행위 자체에서 젠더폭력의 고발과 이성애적 상호공존을 동시에 추구하고, 억압에 대한 저항과 웃음을 통한 심리적 대처가 함께 발생한다는 점을 포착하여 가시화하였다. 또한 육체성의 해체와 섹슈얼리티의 긍정이 동시에 가능하고, 자아와 타자를 모두 고민하려는 김민정의 시를 페미니즘적으로 가치 있는 2000년대 여성시로서 재평가하였다. 젠더를 넘어 무한한 차이들의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담론의 쇄도 속에서 자칫 희미해져가는 여성의 존재성을 통합적으로 복원하고자 하였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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