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고기후의 정량적 복원을 위한 한라산 화분(식생)-고도(기후) 전이함수 구축

Abstract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지구의 온도는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기후변화의 패턴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난다. 이에 정확한 기후예측을 위해 화분과 같이 장기간의 기후변화를 기록하고 있는 대리자료를 통한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수십 년간 화분분석을 이용한 고환경복원 연구들이 정량적인 방법론을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양적 방법론을 활용한 화분분석 연구보다는 화분분석을 실시하고 식생변천과정을 복원하는데 그치는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제주도 한라산을 대상으로 화분(식생)-고도(기후) 간 전이함수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표층화분과 실제 식생 간에 유의한 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둘째, 표층화분과 기후변수 간에 통계적 관계를 확인한다. 셋째, 유의한 변수를 이용하여 화분-기후 전이함수를 획득하고 이를 실제 과거화분기록에 적용한다. 한라산의 동, 남, 북사면에서 고도 별 화분샘플을 채취한 후 화분분석을 수행하였다. 연구방법론은 단계별로 WA, DCA와 DCCA, WA-PLS를 적용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라산은 고도에 따라 식생대가 변화한다. 한라산 저지대인 Zone Ⅰ에서는 구실잣밤나무속과 상록성 참나무속와 같은 상록 활엽수들이 주를 이루며, Zone Ⅱ에서는 낙엽 활엽수종인 서어나무속과 낙엽성 참나무속이 많으며 소나무 역시 많이 나타난다. Zone Ⅲ에서는 상록 침엽수종인 소나무속이 절대적으로 우점하며 그 밖에도 전나무속과 자작나무속 등 다른 상록침엽수종과 함께 낙엽활엽수종, 그리고 고산수종이 함께 나타나 혼효림을 형성한다. Zone Ⅳ에서는 고산수종과 함께 상록침엽수종인 전나무속과 자작나무속이 주를 이룬다. WA 분석결과 표층화분과 실제 식생 역시 매우 유사하게 분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둘째, 한라산의 화분분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변수가 기온임을 확인하였다. 강수량은 기온과의 상관성으로 인해 강수량만으로는 화분분포의 1%도 설명하지 못한다. 사면이 화분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로 유의한 변수로 확인되었으나 사면은 경사각, 풍향, 토양 등의 다양한 변수들을 포괄한다. 따라서 이들 가운데 어떤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에 기온을 유일한 제한변수로 두고 전이함수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임을 확인하였다. 셋째, 한라산 화분-기온 전이함수를 구축하고 이를 실제화분기록에 적용하여 보았다. 컴포넌트 2를 최적의 모델(r_jack^2=0.862, RMSEP=1.21℃)로 선정하였고 이를 제주도 물영아리 화분기록에 적용하였다. 복원된 제주도의 기온은 기존 연구에서 획득한 기온변화와 다른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제주도는 바다의 영향을 받아 내륙지역과 다른 기후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최근 1000년 간의 기온변화는 기존 연구와 대체적으로 일치하며, 복원된 기온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소빙기와 함께 중세온난기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수행된 바가 거의 없는 정량적인 방법론을 통하여 화분-기온 전이함수를 구축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