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 대전략 연구

Abstract

부상하는 중국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그 해답은 중국의 국가 역량과 외부환경, 지도부의 목표와 의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서 본 연구는 국가대전략(grand strategy)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한 국가의 대전략은 그 나라가 놓여있는 대내외적 조건 위에서, 국가 지도부 내부적으로 공유된 최선의 생존?발전 방향을 말해준다. 중국의 대전략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공산당 정권이 생각하는 장기적 국가 목표와 그 실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대내외적 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 마오쩌둥에서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신중국을 관통하는 국가 목표는 세계대국 건설이었다. 중국 지도부가 생각하는 세계대국은 시대에 따라 그 위상이 다소 변화했지만 기본적으론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역내 패권국이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 시기 중국 지도부는 객관적 요소인 외부적 국제 환경의 제약과 내부적 국가 역량을 고려해 적절한 대전략을 채택했다. 또 주관적 요소인 최고 지도부의 현실 인식도 대전략 결정에 변인으로 작용한다. 중국 지도부의 주관적 인식은 기본적으로 방어적 현실주의로 파악됐다. 이런 인식에 입각한다면 중국은 외부 제약이 크고 종합 국력이 미약할수록 강대국에 대한 편승적 대전략을, 외부 제약이 작고 국력이 강성할수록 균형적 대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현재까지 중국은 여섯 차례 서로 다른 대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건국 초기 마오쩌둥은 경제 발전을 추동할 국가 인프라가 전무하고 미국의 상시적 핵 공격 위협에 직면해서 소련에 안보와 경제성장을 의존하는 일변도 전략을 폈다.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된 중?소 이념갈등과 국경분쟁,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진 내부혼란은 마오로 하여금 반미?반소, 제3세계와의 동맹이라는 좌경 모험주의 노선을 걷도록 했다. 이후 소련의 침공 위협이 커지자 중국은, 역시 소련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지닌 미국과 손을 잡고 대소 균형정책을 폈다. 마오 사후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은 중국에 대한 미?소의 억압도가 줄어든 국제환경에 힘입어 경제성장에 모든 국가자원을 투입할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경제는 고도 성장을 시작했고 미?소 등거리 외교로 균형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1990년대에 소련이 붕괴되고 미국 단극의 등장으로 중국의 전략적 위상은 줄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덩은 중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력을 외부로 투사하지 않는 도광양회 전략을 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강성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신중국의 숙원인 세계대국 실현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설정을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종주권을 요구하고, 적극적 주변국 외교로 동맹에 준하는 친중국 세력 형성을 꾀하고 있다. 이는 20여 년을 이어온 도광양회 대전략의 수정으로 볼 수 있다. 이상 중국의 대전략 변화들은 좌경 모험주의 노선을 걸었던 마오 시기 일부를 제외하면 본 연구의 가설과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중국의 대전략 변경에 따라 지역패권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미ㆍ중 양국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높은 수준의 전략적 가치를 가지는 동시에 무력충돌 우려가 상존하는 지역으로 남을 것이다. 주요어: 대전략, 세계대국, 신형대국관계, 시진핑, 도광양회, 방어적 현실주의 학번 : 2001-20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