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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축구선수다: 한국의 하부리그 축구선수 정체성에 관한 민족지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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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신문규

Advisor
황익주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6-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축구선수정체성공동체하부리그스포츠인류학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2016. 2. 황익주.
Abstract
본 논문은 한국의 K3리그(4부리그)에 속한 한 축구단과 여기에 속한 선수들을 통하여 살펴본 하부리그 축구선수의 정체성에 관한 인류학적 민족지이다. 한국의 성인축구리그가운데 가장 하부에 해당하는 K3리그에 누가 왜 참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갖고 시작된 본 연구는, 이들이 축구선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축구선수가 되고자 K3리그에 참여한다는 가설 아래에서, 자신을 축구선수로 규정하고 선언하는 이들이 어떠한 일상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이는 일차적으로 팀이라는 맥락에서 배태되는데 축구선수됨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념은 팀의 훈련과 경기, 그리고 그 이외의 일상에서 만들어지고 구체화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축구선수되기는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퇴와 이적-앞에서 또 다른 변수들에 의해 재구성된다. 연구자는 인류학적 현지조사로 얻은 자료들을 통해 이들이 축구선수로서 자신의 정체성이 강화, 지속, 약화, 혹은 소멸되는 과정과, 그것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한국의 하부리그에서 나는 축구선수다라는 선언을 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삶의 방식과 실천들을 보이고자 하였다.
K3리그에 속한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축구선수의 길을 걸어온 엘리트 선수들에게는 일차적으로 축구선수로서의 꿈이 좌절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수들의 현실인식은 도전과 꿈, 시련, 극복과 같은 K3리그의 전형적인 서사와 대비되면서, 동시에 서로를 존재하게 한다. K3리그에 속한 팀 가운데 하나인 중랑축구단 역시 이러한 좌절과 도전이 뒤섞여있는 곳으로, 상위리그로 재기하고자 하는 선수들이 모여있다.
이런 맥락에서 연구자는 중랑축구단 선수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는 축구선수되기의 구체적 실천과 양상들을 살펴본다. 겉보기에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실천은, 끊임없이 공동체로 추구되는 팀 안에서의 감독-선수, 선수-선수간의 관계성과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몸만들기, 부상다루기, 감정조절, 헌신과 승리지상주의, 그리고 사생활의 절제는 하부리그 축구선수로 살아가며 자신이 속해있는 축구라는 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상적이고 개인적이며 동시에 공동체적인 실천이다. 즉, 축구선수되기의 실천들은 이들이 속한 팀의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며, 축구선수됨은 지속적으로 (재)구성되고 선수들에게 수용, 체화된다.
여기에서 축구선수의 아비투스가 나타난다. 이러한 아비투스는 행위자로서의 선수와 구조로서의 팀을 연결시키고, 좋은선수됨과 공동체로서의 팀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경기에서의 승리와 WE ARE ONE(팀의 구호)으로 표상되는 하나됨은 팀이 언제나 실천하고 이뤄야 하는 목표이다. 이는 선수와 팀의 정체성이 확인되면서 의미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야하)는 90분간의 경기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나고, 경기는 커뮤니타스를 경험하는 하나의 의례가 된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커뮤니타스에서 비롯되는 평등성과 나이에 따른 위계성을 동시에 실천한다. 이는 맥락에 따라 독립적으로, 때로는 뒤섞여 나타나, 팀 내의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내면서 공동체로서의 팀을 유지하고 가시화한다.
이 과정의 중심에 몸이 위치한다. 몸은 선수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주체-구단, 감독, 동료, 지인, 가족과 의료진-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축구선수됨의 의미가 경합되는 장소이다. 몸은 축구선수로서의 정체성을 담지하고 있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축구선수로서의 경험과 의미들이 새겨져있다. 몸에 새겨진 기억은 하부리그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축구선수이고자 하는 자기정체성을 부여한다. 여기에서 체화된 기억은 소유하는 성격의 것이 아닌, 존재 자체를 규정한다. 중랑축구단 선수들은 이러한 몸의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축구선수됨을 확인, 강화하고자 한다. 이 과정은, 하부리그 선수로서 마주하는 현실 앞에서 사회적 자본, 경제적 자본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은 선수 개인의 과업을 넘어서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공동 프로젝트이며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는 공동의 프로젝트가 된다.
한편, 축구선수되기의 과정에서 중랑축구단 선수들은 커뮤니타스를 경험함과 동시에 비-공동체적 행위들을 보이고, 팀은 한 시즌 동안 공동체로서 실천되면서 동시에 비-공동체성을 갖는다. 동상이몽의 현장에서 배태되는 비-공동체적 공동체라는 역설적 개념은 반대로, 언제나 새로운 우리의 경계를 그을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축구는 민족, 국가, 계급, 인종, 종교 등과 같은 사회분화요소들을 반영하는 무대만이 아니라 기존의 분화 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독립적 영역으로서 (재)등장한다. 축구라는 장에서 팀은 본질적으로 집단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이지만, 동시에 폐쇄적이지 않고 그 구성원들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공동체와 집단을 가시화시킬 수 있는 비-공동체적 공동체이다.
결국 하나의 선언-나는 축구선수다-만이 남는다. 중랑축구단 선수들은 시즌의 마지막에 도달하여 축구선수로서의 사회적 죽음과 생존을 경험하는 서로를 발견한다. 역설적이게도 공동체로 함께해 온 이들에게서 나오는 선언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나다. 이것은 선수로서의 성공-실패로 규정되기 전에, 정체성에 관한 것이며, 남는 것은 선언을 실천으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그렇기에 나는 축구선수다라는 선언은 완료형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의지적 표명이고, 그것은 일상적으로 체현된 실천으로서 하나의 문화가 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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