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ations

Detailed Information

1980년대 문학의 수행성 연구 : 양식과 미학을 중심으로 : The Performativity of Literature in the 1980s

Cited 0 time in Web of Science Cited 0 time in Scopus
Authors

배하은

Advisor
손유경
Major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Issue Date
2017-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1980년대 문학수행성양식미학절합르포노동자 수기소설침체론문학적 진실성수행적 정치성5.18재현문학적 민주주의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2017. 8. 손유경.
Abstract
이 논문은 1980년대 문학이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실현해 나간 구체적인 국면과 양상을 수행성의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그 양식적·미학적 특성의 핵심이 언어 및 행동 양식으로서의 글쓰기 행위를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사회세계에 참여하도록 하는 문학의 수행성에 있음을 규명하고자 한다. 민족·민중문학론과 리얼리즘론이 1980년대 문학에 대한 인식과 평가 방식을 지배해오면서 1980년대 문학은 곧 경직된 이념성의 문학이라는 문학사적 통념이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그 자체로 정치·사회·문화적인 변혁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실현해간 장이었던 1980년대 문학의 의미와 가치, 생기와 역동성에 대한 탐색과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 논문은 그러한 통념을 해체하며, 민족·민중문학론과 리얼리즘론의 규정력으로부터 벗어나 1980년대 문학에 대한 (재)인식과 (재)평가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양식과 미학상의 역동적인 변화 및 혁신, 실험적인 시도들로부터 1980년대 문학의 수행성을 포착하고 분석한다.
2장에서는 1980년대 초 문학장이 재편되는 양상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먼저는 문학장 내 픽션과 논픽션의 위상이 뒤바뀐 양상을 르포와 수기로 대표되는 논픽션적 글쓰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 및 그 배경과 관련해서 논의한다. 아울러 1980년대 전반기에 활발하게 전개된 소집단 문화운동을 문학적인 것의 매체화로 정의할 수 있는 문학(성) 개념과 미학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는 맥락 속에서 고찰하며, 1980년대 문학 특유의 수행성과 문학·문화운동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한편 이러한 변화들과 맞물려 등장한 소설침체론이라는 비평 담론이 리얼리즘 문학 체제에 나타난 균열의 징후였음을 규명함으로써 1980년대 중·후반 소설 미학에 나타난 변화의 배경 및 전사(前史)를 확인한다.
르포 양식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3장에서는 1980년대의 몇몇 대표적인 르포 작품집과 르포 전문 무크지의 형식과 내용, 스타일과 주제의식을 분석함으로써 논픽션적 사실(fact)에 기초해 재구성되는 문학적 진실성(veracity)의 개념과 그것이 실제 글쓰기 차원에서 구현되는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본다. 황석영은 당대에 르포소설로 일컬어지기도 했던 『어둠의 자식들』에서 르포와 체험 수기, 소설의 특성이 뒤섞인 민중자서전 양식을 실험하며 도시하층민의 다층적인 목소리와 삶의 리얼리티가 독자에게 가장 리얼하게 전달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한다. 박태순은 기행르포 『국토와 민중』을 통해 국토 곳곳을 탐방하며 수집한 민중들의 풍속과 이야기를 토대로, 개발독재 담론과 민중문학의 아카이브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며, 이 두 기존의 아카이브에서는 배제·억압되었던 민중들의 목소리와 삶이 들리고 읽힐 수 있게 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수행한다. 조세희는 1980년에 벌어진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들을 계기로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는 문제에 관해 소설적 재현이 갖는 한계를 절감하면서 장르·양식의 경계를 해체하는 『침묵의 뿌리』를 선보인다. 이 사진르포집에서 조세희는 산문적인 텍스트들과 소설텍스트, 사진, 그리고 사진에 대한 주석이 뒤섞인, 장르융합/장르해체적인 동시에 매체혼종적인 구성 방식을 취함으로써, 독자들이 타인의 고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함으로써 그것에 감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글쓰기 양식을 모색한다. 한편 르포 전문 무크지 『르뽀시대』와 『르뽀문학』은 르포 글쓰기와 소집단운동을 결합시켜 르포문학을 하나의 문학 장르로 수립하고자 하는 르포문학 운동을 전개한다. 나아가 이들의 운동은 문학의 범위를 확장하고 넘어서려는 문학 확산 운동의 양상을 띤다.
4장에서는 1980년대에 문학장 안에 자리매김하면서 1980년대 문학을 문학사의 다른 시대와 뚜렷하게 구분 지어주는 특징이 된 노동자 수기를 수행적 정치성의 측면에서 고찰한다. 노동자 수기가 문학 양식으로 호명되며 문학장 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글쓰기의 복권과 문학적 민주주의의 현상은 문학 개념과 문학의 장르 체계를 새롭게 사유하고 정의하려는 움직임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문학적 민주주의란 문학적 글쓰기라는 언어 행위를 통해 세계와 그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과 사물들 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사회세계 내에서 각자 자신의 몫과 권리를 확보하게 하는 자유로운 문자 체제를 의미하는데, 1980년대 노동자 수기가 바로 이를 실천하고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 논문에서 주목하는 1980년대 전반기 여성 노동자들의 장편 수기는, 노동자들 몫의 언어를 배분하며 그들의 신체/존재가 사회세계 내에 일정한 장소와 위치, 나아가 일정한 권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실존을 재구성하는 정치를 수행한다.
한편 여성 노동자들의 장편 수기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투쟁 실패담의 패턴은 특유의 비통한 정서를 주조한다. 그러나 이는 투쟁의 실패를 낭만화하는 기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연대가능성을 결정하는 심급이 서로의 비통함을 수용할 수 있는 감성의 역량에 있음을 시사한다. 노동자 수기에서 말하는 이 감성적 연대는 개별 주체들을 집단이 내세우는 어떤 단일한 정체성으로 동화시키거나, 그 주체들이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대 운동론에서 주로 논의되었던 계급적 이념과 정체성에 의한 연대와는 다른 차원에 정초해있다. 요컨대 1980년대 노동자 수기는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생각과 정서, 삶을 글로 표현하고 다시 그것을 읽는 읽기-쓰기의 과정 가운데 감성적 연대를 수행하는 문학적 실천이자, 그것을 길어 올리는 글쓰기 양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르포 및 수기 양식과 절합된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소설 양식에서 나타나는 미학상의 변화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규명한다. 5·18의 역사화와 증언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르포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작업과 구성 방식은 이후 5·18의 소설화 작업에 두 가지 방향성을 부여했다. 첫째는 5·18을 민중항쟁으로 재현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민중항쟁의 역사의 구체적인 국면들을 구성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역사로 수렴되지 않는 개별적인 체험들과 목소리들, 기억들을 증언하는 길이었다. 이 가운데 후자의 방향성을 띤 임철우와 최윤의 소설은 5·18을 문학적으로 증언하기 위한 형식과 미학을 탐색한다. 이들의 소설 작업은 증언-재현불능 상태에 놓여있는 까닭에 역사의 이름으로 증언되지 못하는 5·18의 트라우마적인 체험과 기억들, 그것들을 품고 있는 이름들, 목소리들, 얼굴들에 대한 증언을 문학이 수행함으로써, 리얼리즘 문학 체제 하에서는 재현되지 못하는, 그리하여 증언할 수 없는/될 수 없는 자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그 증언의 권리를 찾아주려는 시도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리얼리즘을 넘어서는 소설 미학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1980년대 후반 문학장을 지배한 노동소설에서는 노동자들의 체험·감성의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미학과 노동자 계급의 이념·혁명의 리얼리즘적 세계관이 교차·충돌·착종되어 나타난다. 이는 학출 노동자/활동가 출신 작가들의 소설이 르포나 노동자 수기의 양식적 특성을 전유하는 가운데,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이루어진 1980년대 후반 노동운동의 양적·질적 성장에 의해 노동소설의 혁명적 이념성이 강화된 결과다. 한편 노동소설의 리얼리즘에서 강조되었던 전형이 1980년대를 지배하고 있었던 재현의 정치의 미학적 산물인 것과 대조적으로, 김영현과 김향숙의 소설은 그러한 전형, 곧 당대 운동권 지식인·학생과 노동자·노동운동가의 지배적인 표상을 초과하거나 거기에 미달하는 타자적인 존재들의 역능을 소설화함으로써 재현의 정치를 넘어서는 문학의 정치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집단적인 주체나 그 표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개인과 일상, 내면, 미시사 등과 같은 1990년대적인 것의 형성을 예비하는 변화이기도 했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7103
Files in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Altmetrics

Item View & Download Count

  • mendeley

Items in S-Space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