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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부재의 감정 그리기 : Drawing the Emotion of Loss and Abs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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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임재형

Advisor
임자혁
Major
미술대학 서양화과
Issue Date
2017-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감정과 그림모호성심리적 거리타자부재상실감정의 기척흐린 그림약화소거희미한 형상엷은 그림유령상간접표현다시 그리기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대학 서양화과, 2017. 8. 임자혁.
Abstract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그 감정을 대표하는 단어를 떠올림으로써, 즉 감정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것을 파악하려 한다. 그러나 감정이 복잡 미묘한 일종의 양상인데 반해 이름이란 결국 하나의 개념을 지시하는 기호일 뿐이므로, 결코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나는 감정의 풍부한 모호성을 단순화, 일반화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그림이라 믿는다. 이는 그림이 의도의 구현일 뿐만 아니라 그린 이의 신체적, 심리적, 무의식적 정황까지도 드러내는 총체적인 장(場)이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그리하여 나는 그림을 통해 감정을 다룬다. 나에게 감정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기라는 구체화의 과정을 통해 막연히 느끼던 감정의 실체를 시각적으로 파악해가는 일이며, 내가 느낀 것들을 이해함으로써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아가 그것은 개인적 감정과 그에 관한 성찰을 타인에게 유의미한 시각적 결과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감정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주체의 내적반응이므로 나는 나를 둘러싼 환경, 즉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것들 중 내 감수성을 자극하는 대상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그렇게 그린 일련의 그림들을 돌아보며 나는 작품의 소재를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었다. 하나는 타인의 무표정한 얼굴이다. 나는 무표정을 이름 없는 미세한 표정들의 집합으로 본다. 그것들은 너무도 미세하여 그로부터 읽어낸 감정의 기척이 그의 것인지, 혹은 내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즉 무표정한 얼굴은 불확실한 얼굴이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그리듯 그들의 얼굴을 그림으로써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며, 화면을 창문처럼 바라보고 그 너머에 있는 그들을 그림으로써 일종의 거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부재의 풍경이다. 빈 공간이나 무언가의 빈 껍질과 같은 소재들은 그 자신의 의미 있는 부분을 결여함으로써 그것에 대한 기억의 매개체가 된다. 나는 그것들을 상실의 경험과 관련하여 다루는데, 상실한 대상을 직접적으로 그리기보다는 비유적 소재들을 통해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는 상실한 대상을 타자(他者)로서 바라보고, 그의 알 수 없는 부분을 임의로 해석하거나 상징화하지 않으려는 나의 태도를 반영한다.
이러한 소재들은 흐린 그림으로 구현된다. 나는 대상이 지닌 다양한 시각적 대비를 소거하거나 완화하는 과정을 통해 흐린 그림을 만들어낸다. 제한된 색과 명도의 대비 안에서 대상을 드러내거나 형상의 윤곽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시각적 명료성을 떨어뜨리는 것, 혹은 종이의 흰 바탕이나 판면의 요철 위로 엷게 그려냄으로써 대상의 특성을 희석 또는 여과(濾過)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흐림을 그려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판화의 유령상(幽靈像, ghost image)을 활용하거나 그림을 다른 재료와 크기로 다시 한 번 옮겨 그리는 표현의 번역과 같은 시도는, 이미 그려진 것의 명료성을 간접적 표현의 과정을 통해 약화(弱化)함으로써 특유의 흐릿함에 이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림은 현실과 닮아있으면서도 어딘가 다른 세계를 보여주며, 그 다름의 양상에 따라 다양한 시간적, 공간적 거리감을 자아낸다. 이는 세상으로부터 내가 느낀 특정한 심리적 거리가 시각적으로 구체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거리감은 또한 그와 관련된 여러 감정을 파생시킨다. 그것은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는 일련의 미묘한 감정으로, 미세한 변화 속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이미지를 통해 구현된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7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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