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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관점에서 본 한국 기업의 가족친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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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원정
Advisor
배은경
Major
사회과학대학 협동과정 여성학전공
Issue Date
2018-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가족친화가족친화정책가족요구대응일가족양립일생활균형젠더화된 노동자 가정젠더와 조직잠재집단분석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사회과학대학 협동과정 여성학전공, 2018. 2. 배은경.
Abstract
페미니즘에서 가족친화정책은 일과 가족을 분리된 영역으로 간주하고 부양자 역할과 양육자 역할을 각각 남성과 여성에게 할당해 온 사회 조직을 변화시키는 기획으로 제안되었다. 이 연구는 이러한 가족친화정책의 성평등 목적에 대한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 정책이 노동자의 성별화된 일-가족 역할을 재조정하는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하나의 접근으로, 이 논문은 가족친화정책의 구성과 실행을 한국사회의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고찰하였다. 거시 수준과 중위 수준을 연결하는 분석 틀을 적용하여, 한국 기업이 오랫동안 남성노동자의 가족 부양 요구에 대응하는 정책을 유지해 온 역사적 맥락과 2000년대 중반 이후 확대된 정부 차원의 일가족양립정책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가족친화정책의 기업 간 변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였다. 문헌연구방법과 양적 자료 분석 방법을 사용한 이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 가족친화정책의 구성 및 실행의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기 위해, 산업화 시기 국가와 기업이 가부장적 가족주의를 동원하는 가운데 남성노동자의 가족 부양 요구에 대응하는 기업의 가족정책이 등장, 변화되어 온 과정을 분석했다. 노동자의 가족 부양을 지원하는 기업의 가족정책은 고도성장기 개발국가의 성장 위주 발전전략을 배경으로 출현했다. 국가가 가족과 기업에 복지 책임을 전가하는 가운데 등장한 이 방침은 70년대 중반 중화학공업 부문에서 핵심 노동력으로 부상한 남성노동자에게 적용되기 시작했고, 87년 이후 변화된 노동체제 아래에서 양적·질적으로 확대되었다. 남성노동자의 가족 생계 부양과 가부장적 권위 획득에 필요한 상징적·물질적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헌신을 유도하는 고용 관행이 정착된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정책은 ‘노동자=남성가장’이라는 노동자 상을 재생산하고, 여성노동자를 주부·어머니라는 가족 지위에 가두어 두는 효과를 초래했다. 90년대 후반 이후 변화된 국가-기업-가족 관계 및 고용관계, 노사관계는 기존 고용 관행과 노동자 상의 전환을 기업에 요구하였지만, 여전히 이를 유지하려는 제도적 관성 역시 작용하고 있었다.
가족친화정책은 바로 이 시기 생산성 향상과 경영 혁신의 수단으로 해외로부터 수입되었고, 2000년대 초 정부 정책 영역에도 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일가족양립정책이 정부 차원의 주요 정책 의제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이전 시기 기업의 가족정책과 가부장적 가족주의가 가족친화정책에 착종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일가족양립정책이 인구위기와 성장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추진되면서 여성의 일-가족 병행에 초점을 두게 된 상황, 가족친화정책 의제가 규범적 가족가치를 강조하는 가족정책의 일부로 배치되면서 성평등 이슈라기보다 가족 이슈로 부각되었던 상황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여성가족부의 정부 부처 내 주변적 위치, 여성·가족정책 방향을 둘러싼 지속된 혼란으로 인해 더욱 가중되었다. 그 결과 정부가 제시한 가족친화정책은 여성의 노동자성보다 모성과 양육자 역할을 더 강조하였고, 가부장적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기업이 시행해 온 가족 부양 지원 프로그램들까지 ‘가족친화정책’으로 포함하였다.
그로 인해 오늘날 여러 기업에서 ‘가족친화정책’은 가족 부양 지원 프로그램과 가족 돌봄 지원 프로그램이 결합하여 있는 형태를 보인다. 잠재집단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가족 관련 프로그램들을 기업이 어떻게 조합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 자녀 학자금, 가족휴양시설 등 가족 부양 지원 프로그램과 휴가·휴직, 유연근무 등 가족 돌봄 지원 프로그램을 혼합, 절충한 형태로 도입하고 있는 집단(부양지원 중심형, 돌봄·부양지원 혼합형)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보다 많은, 분석 대상의 절반이 넘는 기업은 법정 최소 요건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프로그램 도입에 소극적인 집단(최소주의형)이었고, 기존의 가족 부양 지원 프로그램과 단절한 채 가족 돌봄의 필요에 따라 업무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집단(유연 돌봄지원형)도 있었다.
이러한 ‘가족친화정책’ 유형의 결정요인을 다항 로지스틱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조직 외부로부터의 법적·규범적 강제력에 노출된 정도의 차이는 최소주의형을 제외한 나머지 세 유형 간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다. 기업이 돌봄 지원을 중심으로 가족친화정책을 재설계하는 데 정부 차원의 압력이 유의한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일-가족 관계의 유연한 조정을 통해 가족 돌봄을 일관되게 지원하는 유형은 효율적 인력 관리의 필요라는 시장적 요구에 의해 추동되고 있었다. 여성인력 관리의 기능적 필요성이 크고 가족친화정책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기업일수록 유연 돌봄지원형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는 주로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제도적 동기로 한국 기업의 가족친화정책 도입을 설명해 왔지만, 이 연구의 분석 결과는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 가족친화정책을 도입하는가에 있어 기업의 전략적 사고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유연 돌봄지원형에 속하는 기업은 장시간 노동 등 기존 노동자 상에 기초한 고용 관행과도 분명한 단절을 보였다.
주요 가족친화정책 프로그램이 성별화된 일-가족 관계를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 부양 지원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기업(부양지원 중심형, 돌봄·부양지원 혼합형)일수록 여성의 전일제 육아휴직 사용에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그만큼 휴직 활용도의 성별 격차가 크고, 시간제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 등 일-가족 요구를 보다 일상적으로,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의 활용도도 낮았다. 반면 유연 돌봄지원형에 속하는 기업은 남녀의 전일제 휴직 활용도의 격차가 가장 적고 여성 시간제 휴직과 전체 노동자의 유연근무 활용도는 가장 높았다. 이들 기업에서 여성의 경력 지속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장기 휴직보다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며 양육을 일과 병행하는 방식으로 가족친화정책을 활용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면 노동자를 ‘남성 가장’으로 상정하고 지원함으로써 충성과 헌신을 유도해 온 한국 기업의 관행은 일-가족 분리를 유지하고 여성을 양육자 역할에 고착하는 방식으로 가족친화정책이 실행되는 것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일가족양립정책은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역사적 유제의 효과를 제어하거나, 기업이 보다 성평등한 방향으로 가족친화정책을 실행하게 하는 데 적절히 개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다수 기업은 가족친화정책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운 반응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논문은 향후 정부의 일가족양립정책이 생산성 향상, 가족기능 강화, 출산율 제고 등 여성과 가족에 대한 도구적 접근에서 벗어나 성평등 목적을 분명히 견지해야 하며, 그러한 관점에서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정책들을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하였다. 이와 함께 경제 논리에 종속되거나 사업주의 선의와 온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넘어선 가족친화정책 담론의 개발, 노동조합, 인사담당자, 여성 관리자·임원 등 기업 내 다양한 이해집단을 대상으로 한 정책 개입, 부문·산업별 특성에 따른 다각화된정책 마련 등을 과제로 제안했다.
한국의 많은 기업은 여전히 근대적·가부장적 젠더 관계를 전제로 한 인력관리방침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실행되는 가족친화정책은 남성을 핵심노동력으로, 여성을 주변노동자로 활용하는 젠더 위계를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이 연구 결과 확인된 바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족친화 이슈를 여성의 문제가 아닌 모든 노동자의 문제로, 특정한 가족 상황에 놓인 개인의 이슈가 아닌 조직 규범과 관행, 구조의 이슈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가족친화정책이 기업 성과나 노동자 개인의 심리적 지표에 미친 영향을 실증하는 데 집중되었던 기존 연구와 달리, 가족친화정책의 구성과 실행을 한국사회라는 시공간적 조건 속에서 맥락화하고, 기업이 성별화된 일-가족관계를 유지 또는 재조정하는 서로 다른 방식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럼에도 자료의 제약으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보다 많은 기업의 가족친화정책 현황을 살펴보지 못했고, 정부 정책의 변동에 따른 기업의 가족친화정책변화를 시계열적으로 추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겨 둔다.
Language
Korean
URI
http://hdl.handle.net/10371/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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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ars in Collections:
College of Social Sciences (사회과학대학)Program in Gender Studies (협동과정-여성학전공)Theses (Ph.D. / Sc.D._협동과정-여성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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