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격 개입을 통한 가정부문 에너지 소비 감축 및 생산 유인 효과

Abstract

현재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관리도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관리는 산업뿐 아니라 가정 및 상업 등 전 분야에 걸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정부문은 개인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이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은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 정책 담당자들은 가정부문이 에너지 절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개입 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이론을 활용한 비가격 개입이 개발 및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사회적 규범, 손실회피, 현상유지편향 등 다양한 이론이 존재한다. <br/> 사회적 규범은 에너지 절약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적 규범 이론을 활용한 사례로는 Opower의 에너지 고지서 사업이 대표적이다. Opower의 고지서는 이웃과의 에너지 소비량 비교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정보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작용하게 된다. 선행연구를 보면, Opower의 고지서가 평균적으로 약 2% 정도 전력소비를 감축시킨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br/> 국내에서도 이웃과의 전력 소비량 비교 정보를 포함한 에너지절약형 고지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11년에 서울시의 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시행되었고, 2012년에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국내 문헌을 보면, 이 고지서 사업도 전력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만, 기존 연구들은 특정 계량경제 모형을 통해 분석을 진행한 것이 아니며, 기온 변화나 연도별 특성, 아파트 특성 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현재 이 사업이 7년 정도 진행이 되었지만, 기존 연구에서는 단기적인 효과만 분석하였다. <br/> 본 연구는 국내 에너지절약형 고지서 사업에 대해 다음과 세 가지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였다. 첫 번째, 국내 에너지절약형 고지서 사업이 실제로 전력소비를 감축시키는지, 감축시킨다면 이러한 효과가 지속되는지 여부이다. 이와 관련된 국내외 연구들이 존재하나, 국내 상황을 고려하여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고지서에 포함된 이웃과의 전력 소비량 비교 정보에서 비교 대상이 적절한지 여부이다. 현재 고지서에서 비교 대상은 동일 단지 동일 면적인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비교 대상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는 대상이 다르며, 전체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 세 번째, 이러한 고지서가 가정의 태양광 설치를 유도하는지 여부이다. 가정에 태양광 설치는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이웃보다 전력소비가 적게 나오도록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br/> 세 가지 문제의식은 각 장의 연구와 연결된다. 먼저, 에너지절약형 고지서의 전력소비 감축 효과는 다섯 개 시도의 아파트 단지별 전력 소비량 정보(2011- 2015)를 활용하였고, 분석 모형으로 이중차분법과 고정효과 모형을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 에너지절약형 고지서는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의 전력소비를 약 0.4~0.6% 정도 감소시키며, 시간이 지나도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내에서도 행동경제 이론을 고려한 비가격 개입이 전력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br/> 하지만 기존 선행연구와 비교했을 때, 고지서 사업의 효과가 낮게 나타났다. 국내 가정에서 미국의 가정에 비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차이를 만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고지서에 에너지 절약 정보나 에너지 효율적인 가구와의 비교 정보 등이 없는 것도 효과가 낮은 원인일 수 있다. 국내 고지서 사업이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도시가스나 스마트 홈 시스템 등에서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 또한 고지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에너지 절약 방법이나 에너지 효율적인 가구와의 비교 정보, 그 외 여러 비가격 개입 등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정보는 여러 실험을 통해서 효과에 대한 검증을 거친 후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br/> 다음으로, 이웃과의 전력소비량 비교 정보에서 비교 대상이 적절한지를 고찰한 연구는 전국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을 활용하였다. 비교 대상의 적절성을 검토하기 위해 가구의 전력소비 결정요인 분석 및 이웃 대비 전력 다소비 가구의 특성 분석을 진행하였다. 전자는 가구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종속변수이며, 지역 고정효과 모형을 사용하였다. 후자는 에너지절약형 고지서를 받는 가구 중 이웃의 전력 소비량보다 많은 가구(1)와 적은 가구(0)를 종속변수로 하며, 프로빗 모형을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1인당 전력소비는 감소하나, 이웃보다 소비가 많을 확률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전력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현 고지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장기적으로 1~2인 가구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지서나 스마트 홈 시스템 등에 가구원수별 평균 전력 소비량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비교 대상으로 1층 거주 여부나 자녀수 등 가구 및 주택의 고유 특성을 고려하는 것도 적용해볼 가치가 있다. 이 연구는 가구의 특성을 고려한 절약 방안도 시사점으로 제시하였다. <br/> 마지막으로 에너지절약형 고지서가 가정의 태양광 설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연구는 서울시의 아파트 단지별 미니태양광 개수 데이터(2014-2016)를 활용하였다. 서울시는 전력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14년에는 아파트 단지에 미니태양광 사업을 시행하였다. 이 연구는 개수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산 자료 모형을 적용하였다. 변수로는 고지서 사업 참여 여부 외에도 이웃 효과, 에너지 절약 행동, 보조금 정책, 소득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였다. 분석 결과를 보면, 미니태양광 설치에 대부분의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에너지절약형 고지서 사업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고지서의 효과가 없는 이유는 사람들이 에너지 절약 행동을 추구할 때, 비용이 드는 행동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지서에 미니태양광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점도 관련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이웃의 영향을 받는 것을 고려하여 고지서에 이웃의 미니태양광 설치 정보를 제공한다면, 보급에 효과적일 수 있다. 고지서에 태양광 설치로 인한 전력소비 감축량이나 비용 절감 효과, 지자체의 지원 정책 등을 소개하는 것도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br/>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외부 시스템적인 제약으로 인해,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아파트 고지서 업체는 아파트 단지가 전력소비를 줄인다고 하여 이익을 보는 구조가 아니었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급업체들은 에너지 수요가 줄 경우 수익이 주는 구조여서, 수요관리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에너지 수요관리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시장이 경쟁체계로 전환되거나 에너지 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와 같이 에너지공급자에게 효율 향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Opower와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들을 보면, 전력 시장에 규제가 존재하거나 경쟁시장 체제가 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에 2018년부터 시행된 EERS 제도는 에너지 기업들이 에너지 수요관리에 관심을 가질 유인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제도는 여러 비가격 개입의 적용이 확대되는 기회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