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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산나물에 대한 민간지식의 형성과 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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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하얀

Advisor
강정원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8-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2018. 8. 강정원.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산나물의 채취, 소비, 가공 등과 관련한 민간지식의 형성과 변이(變移)를 지역사회의 생업구조 속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는 한 지역 주민들의 산나물 채취활동에 주목하여, 산나물 지식의 체득 방식과 내용을 파악한다. 또, 광역 유통체계 및 소비 문화변동을 중심으로 가내 생업복합의 변화가 산나물 민간 지식을 어떻게 재구성해 왔는지 밝히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민간지식은 과거로부터 축적된 경험들로 구성되지만,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적실성 여부에 따라 지속적으로 협상되고 변화하는 실용적 활동 혹은 상황적 실천으로서의 지식을 의미한다. 즉, 민간지식은 지역사회 내부와 외부의 사회, 문화, 경제적 여건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유동성을 특질로 한다.

위와 같은 전제 위에서 이 연구는 먼저, 산나물에 대한 민간지식이 산나물의 명칭과 같이 언어를 매개로 기억되고 소통되는 영역과 개별 채취자의 상이한 신체를 매개로 실천되고 축적된 경험이라는 영역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존재한다는 점을 보이고자 한다.

전자의 경우, 산나물에 대한 토착명칭의 수집과 분류체계의 구성을 통해 접근한다. 이로부터 지역사회에서 인지되는 산나물의 종류를 파악하고, 이들이 어떠한 의미체계에 따라 범주화되고 있는지 고찰한다. 어휘적 명칭을 갖는 56종의 산나물에 대해 86개의 명칭이 수집되었으며, 이들은 다시 나물의 외형적 특징과 생장시기, 서식지를 중심으로 분류된다.

후자의 경우, 산나물 채취활동의 구체적인 사례들로부터 접근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산나물을 인지하고, 채취하고, 활용하면서 축적해온 경험지식의 내용과 이러한 지식을 체득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검토한다. 이 영역의 지식은 개별 나물의 생장주기와 서식지, 이용부위와 채취방식 등 각각의 산나물을 어떻게 채취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주요내용으로 하며, 일상생활의 맥락 속에서 반복적 경험을 통해 체화된다.

이어, 이 연구는 20세기 중반 이후 광역 유통 체계 및 소비 문화 변동에 따른 가내 생업 복합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검토한 뒤, 이러한 변화가 산나물과 관련한 지역 주민의 실천과 경험, 나아가 민간지식에 미친 영향을 규명한다.

1950~60년대 간평리와 동산리의 산나물은 주민들이 마을 공간 안에서 손쉽게 채취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식료로서 존재했다. 이러한 산나물 소비 방식의 배경에는 당시 지역의 생업구조 속에서 여성 유휴노동력이 발생하고, 벌목·산전경작·화목채취와 같은 산림 이용방식이 산채 생장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논농사의 낮은 생산력으로 인해 감자나 옥수수 등이 주식(主食)작물로서 밭농사의 대부분을 점유하면서 여타 부식재료의 공급이 부족했던 식생활 환경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간평리와 동산리에서 산나물은 1960년대 중후반부터 간헐적으로 상품으로 거래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존 생업과의 비교우위를 갖지 못하면서 1970년대 초중반까지 식료로 가용되었고, 채취활동은 여성들의 가사노동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1975년 전후 일련의 사건들─가계소득원인 길쌈과 양잠의 소멸, 영동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광역체계와의 접근성 개선, 국립공원지정으로 인한 관광객 유입─은 마을 생업구조 변동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일부 산나물이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서울의 소비문화 변동에 따라 1983년을 기점으로 마을 생업구조가 밭농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산나물 채취활동의 주체인 여성 인력이 가내 생업에서 차지하던 위상이나 중요도가 재편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산나물에 대한 외부수요와 선호를 기준으로 산나물 채취활동이 재구성되고, 산나물에 대한 민간지식 역시 기존의 것에 상품성이라는 새로운 하위범주가 더해져 세분화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현재, 산나물 채취활동은 대규모 산채재배의 확산과 밭농사·요식업 등 여타생업의 수익성 증대로 인한 가격하락 및 채취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사지 주민들의 생업에서 주업으로서의 지위는 상실한 듯 보인다. 그러나 산나물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지속되면서, 일과시간 관리를 통해 수행되는 부업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통일벼 보급과 함께 산나물 채취가 소멸하였다고 설명하는 구황작물 서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자, 산나물 채취와 관련한 조사지의 특수성, 곧 지역성이 드러나는 지점으로 파악된다.

이상을 통해, 본 연구는 산나물 채취에 대한 민간지식이 자기 충족적이고 고립된 공동체 내부에서 보편적으로 사유되는 고정된 체계가 아닌,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개별 공동체 구성원들의 상이한 요구와 필요가 사회경제적 영향과 조응하면서 형성, 변화하는 역동적 흐름임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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