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소피스트』에서 부정서술과 비동일성 ―해석의 일관성과 확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Abstract

본 논문은 플라톤의 대화편 『소피스트』의 주요 논의를 to on(being)과 to mē on(not being) 그리고 거짓말을 중심으로 요약 정리하고, 이에 대한 연구사를 검토하여 해당 대화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예비작업이자 안내서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전통적 해석으로 분류되는 입장들이 to on의 의미를 영어 be 동사와 같이 해석하여 존재사, 계사, 동일성 기호로 구분함으로써 대화편의 주요 내용들을 해석하려는 시도에 실패하였음을 보이고자 한다. 전통적 해석은 to on의 용법과 의미를 구분함으로써 해석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특히 to mē on을 비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거짓말에 대한 대화편 내의 설명을 불완전한 것으로 만들며 플라톤의 논증이 비약을 저지르도록 만든다. 프레데와 브라운 각각의 대안적 해석은 이 점을 잘 보여주며, to on의 의미와 용법 구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피스트』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전통적 해석과 이 두 사람의 해석을 대비함으로써, 본 논문은 『소피스트』 연구에서 to on과 to mē on에 대한 일관된 해석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임을 주장할 것이다.

다음으로, 본 논문은 전통적 해석을 개선, 보완한 브라운의 온건한 해석에 비해 전통과 단절한 프레데의 해석이 『소피스트』에 대한 더 나은 설명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대화편 내 유들의 결합을 다루는 부분에서 to mē on이 비동일성을 의미한다는 이해를 전통적 해석과 공유하는 브라운은 전통적 해석과 마찬가지로 대화편 내의 거짓말 논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또한 그의 해석은 to on과 to mē on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이 제시되어 있는 유들의 결합에 대한 논의가 대화편 내의 다른 내용들에 확장 적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게 된다. 반면 프레데는 to mē on이 비동일성과 구분되는 일상적 부정 서술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거짓말 논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마련하고 일관되게 이해된 to mē on을 『소피스트』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로 확장시킬 가능성을 확보한다. 두 사람에 대한 이와 같은 비교 평가를 통해 본 논문은 to on과 to mē on에 대한 일관된 이해가 더 나아가 해당 개념을 직접 고찰하지 않는 대화편 내의 다른 부분들을 해석하는 데에도 확장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결론으로서 『소피스트』에 대한 기존의 대다수 연구가 전제한, 영어 be 동사 이해가 적용된to on의 용법과 의미 구분은 재고 및 폐기되어야 한다. 오히려 to on의 의미는 『소피스트』 전체에 걸쳐 일의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또한 유들의 결합에서 to mē on이 비동일성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이와 구분되는 일상적 부정 서술 to mē on 해석은 일관성과 확장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소피스트』에 대한 기존 해석의 지형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동일성과 구분되는 to on, 비동일성과 구분되는 to mē on에 대한 일관된 해석이 필요하고 이러한 해석은 『소피스트』 전체, 나아가 플라톤의 철학 체계 전반으로 확장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확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에 기존 해석의 공통된 한계를 미연에 회피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