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주제의 민족기록화 특성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전쟁을 주제로 한 민족기록화를 6.25 전쟁, 월남전, 전승·구국 역사화로 분류한 뒤, 작품에 나타나는 전쟁의 양상을 고찰해보고 그 특징을 분석하였다. 한국의 전쟁사는 민족기록화의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져 많은 작품들이 전쟁을 주제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정치적 도구로서의 성격이 강조되어 이들은 오랫동안 미술작품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며, 한국 전쟁미술의 연구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특히 기존의 연구가 민족기록화 작품을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에 근거하여, 본 논문은 이를 보완하고자 개별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을 살펴보았다. 전쟁을 주제로 한 민족기록화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전에, 한국 전쟁화의 형성배경과 전개과정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일제강점기에 제작되었던 전쟁기록화를 검토하였다. 당시 일본을 통해 한국에 전쟁화가 소개되었고, 조선의 식민지 화가들은 일본의 전쟁을 선전하는 그림을 제작하였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한국에서도 화가들이 전쟁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한 그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박정희 정권의 민족기록화 사업에 의해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제작되었다. 본 연구는 민족기록화 사업이 특히 일본의 전쟁미술전람회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었다는 점과 일제강점기 일본 유학 과정에서 선전회화 제작에 동원되었던 미술가들이 후일 민족기록화 제작에 참여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제작되었던 전쟁 관련 선전화와 일본의 전쟁기록화를 함께 살펴보며 민족기록화를 분석해보았다. 실제 작품분석을 통하여 전쟁을 주제로 한 민족기록화와 일본의 전쟁기록화 사이에 소재 및 형식에서의 유사점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서양과 일본 회화의 표현 형식이 유입되었고, 당시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제작하던 미술가들이 후일 민족기록화를 제작하게 되어 그들이 이미 접했던 작품의 도상 및 표현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들은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작된 전쟁기록화로서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공통된 성격을 지니며, 군인들의 희생, 단결심, 애국심 등을 강조하는 전쟁 관련 도상을 공유한다. 전쟁을 주제로 한 민족기록화는 박정희 정권의 선전회화로서 미술가들의 자유로운 표현이 아닌 국가에 의해 특정한 주제를 기록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전쟁기록화의 성격을 갖는다. 민족기록화에 나타나는 전쟁의 양상은 박정희 정권이 각각의 전쟁을 인식하는 관점과 국민들에게 주입하고자 한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주제로 한 민족기록화는 국군의 모습, 민중, 피난민들의 모습 등 실제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모습을 기록한 역사적 자료로서 분석의 가치를 가진다. 본 논문에서는 전쟁을 주제로 한 민족기록화를 자세히 분석해봄으로써 그동안 연구되지 않았던 작품을 발굴하여 다양한 예를 소개하였으며, 한국의 전쟁을 기록한 그림으로서 이들을 조명해보았다. 민족기록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하여 이를 형식적으로 분석하고, 한국의 전쟁기록화로서 조망할 필요성을 발견했다는 데 본 연구의 의의를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