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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월(Jeff Wall)의 사진 매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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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지은

Advisor
정영목
Major
미술대학 협동과정미술경영
Issue Date
2019-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미술대학 협동과정미술경영, 2019. 2. 정영목.
Abstract
본 연구는 캐나다 밴쿠버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펼쳐 온 사진가 제프 월(Jeff Wall)의 매체 탐구적 작업 성향을 조명한 연구이다.
미술계에 화가로 입문했던 월은 카메라의 발명 이래 전개되어 온 사진과 영화의 역사를 돌아보았고, 이후 사진가로 전향하게 되었다. 그 배경에는 사진에 연루된 각종 편견들을 재고하려는 작가의 숨은 의도가 있었으며, 이는 미술사학을 전공한 그의 이력을 토대로 구체화될 수 있었다.
월은 객관적인 기록과 증명에 초점을 맞추었던 다큐멘터리 사진의 정당성을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이것에 제약 받지 않고, 일반의 예측을 비켜 가는 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매체 비평의 취지를 지니고 실현해 온 월의 작업을 네 가지 경향으로 분류하여 설명했다. 연구 과정에서는 작가의 생애, 작품을 창작했던 시기의 사회 문화적 배경, 당대 사진계의 풍토를 함께 조망하며 월의 작업이 기존 사진의 논리 체계에 끼친 영향을 서술했다.
첫째, 월은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는 개방적인 촬영 기법, 즉 시네마토그래피로 연출 사진을 제작했다. 그가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할 당시 사람들 사이에는 사진이란 사진가가 순간적으로 포착한 것이며, 사진에 포착된 그 무엇은 사실로써 입증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했다. 월은 사진이 늘 거짓 없이 정직하고 중립적이라 속단하는 그간의 통설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자유로운 양식을 구현하는 영화가 사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적 연출 기법을 사진 작업에 도입하게 되었다.
둘째, 월은 광고계에서 활용되어 온 라이트 박스를 사진의 재료로 사용함과 동시에 사진의 크기를 키워 대형 컬러 사진 작업에 착수했다. 그의 투명 양화 라이트 박스는 기념비적 크기의 전통 회화를 환기하는 사진 양식이었으며, 미술사학계에서는 타블로 개념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작가의 사진을 타블로 형식으로 논의한 미술사학자 장 프랑수아 쉐브리에(Jean-François Chevrier)와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의 견해를 정리해 보았다.
또한 회화를 닮은 사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목적으로 폴 세잔(Paul Cézanne)의 시지각을 좇아 피사체를 대했던 월을 연구하였다. 카메라를 매개로 세상을 주시하는 그의 사진 촬영 방식은 자연을 바라보는 세잔의 지각과 유사했으며, 이에 따라 사진가 월과 화가 세잔이 공유하고 있는 작업의 가치관을 비교하여 분석했다.
한편 디지털 시대의 도래 즈음, 월은 사진과 관계된 인식들이 변화할 것을 감지했고, 새로운 기술을 연습해 보면서도 사진만의 속성을 재고하는 일의 긴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발전은 이미지를 취급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진이 활용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했으며 그 결과 기록, 실재, 지표와 같은 개념에 의지하던 사진 담론은 허구, 가상, 가공이라는 상반된 개념들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인지했던 작가는 두 가지 새로운 작업, 즉 디지털 몽타주를 이용한 사진 그리고 대형 흑백 사진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먼저 1991년, 월은 실내 스튜디오에서 연출한 사진과 도시의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디지털로 조합해 그때 거기 있었던 흔적이라 단언할 수 없는 사진을 선보였다. 그의 디지털 작업은 사진에서 공상적인 세계를 창조해 내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으나, 크게 보면 이는 가상 세계를 매개로 오늘날의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는 작가의 주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월의 디지털 합성 사진은 상상이 가미되어 허구적이라기보다는 기존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실성과 현장성의 특성을 덜어 낸 디지털 다큐멘터리 사진이었다.
아울러 1996년, 암실을 마련한 월은 섬유 용지에 인화한 대형 흑백 사진으로 새로운 행보를 걸었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 사진 개념주의자로서 소책자 형태의 흑백 사진 모음을 발표했으나 그 이후로는 컬러 사진을 고수해 왔다. 다소간 배타적인 태도를 가졌던 작가는 사진 매체를 진정으로 탐구하기 위하여 흑백 사진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월의 흑백 사진이 가진 회색조의 화면은 그의 컬러 라이트 박스 사진과 대조했을 때, 다큐멘터리 사진에 근접해 보이는 효과를 창출했다. 또한 그는 동시대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작업에 담고자 전문 배우보다는 비(非)전문 배우를 고용했고, 주류 사회보다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담하게 돌보았다. 이와 같은 작가의 대형 흑백 사진은 네오리얼리즘 영화를 상기시키는 또 다른 모습의 다큐멘터리 사진이었다.
특히 월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연출한 사진에 니어 다큐멘터리(near documentary)라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꾸며진 장면으로 진실에 접근해 보겠다는 작업 신념을 확고히 했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매체 탐구에서 시작된 월의 작업 경향을 고찰하는 데 이어서, 작가의 니어 다큐멘터리 작업을 두 가지 테마로 나누어 살폈다.
우선, 타(他) 예술 매체의 원작을 현대에 맞게 개작한 월의 사진을 니어 다큐멘터리 사진에 포함시켜 검토했다. 그는 회화, 문학, 시나리오, TV 드라마 등 자신이 보고 들은 예술 작품과 대중극(大衆劇)을 근원으로 매체 특수성을 공고히 하는 흐름과 판이하게 다른 사진을 제작해 왔다. 원작을 재해석한 월의 사진은 종내 작가의 경험에 기인한 작품이었고, 내용적으로도 당대 사회를 반영하고 있었기에 이를 니어 다큐멘터리의 범주로 묶어 분석해 보았다.
다음으로 월의 연출 르포르타주를 덧붙여 논했다. 그의 르포르타주는 사회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사(轉寫)한 일반적인 보도 사진이 아니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부터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까지 도심 속 사람들을 포착했던 리얼리즘의 줄기를 따르지만, 월의 연출 르포르타주는 언젠가 보았던 지나간 과거의 장면을 기억하고 회상에 의존하여 현재 시점에서 창조한 니어 다큐멘터리였다. 포토저널리즘에서 요구하는 현실의 모방적인 묘사를 지양하면서 시대상을 담지했던 월의 사진적 성과는 결국 매체를 탐구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말미암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연출 르포르타주를 감상하는 관객은 그들이 사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알아챌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이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추적 인물,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Adorno)의 견지에서 논함으로써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관객을 양성해 내는 월 작업의 의의를 부각하고자 했다.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듯이 월의 시네마토그래피 사진은 과학에 활용되기를 기다리거나 여타의 예술에 들러리를 서는 사진이 아니었다. 그가 사진으로 시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작업을 실행하게 된 기저에는 사진은 어떠하다는 인습적인 관념에 의해 저지되어 있던 사진 매체의 잠재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있었다.
더욱이 본 연구는 월의 연출 사진이 제안하는 허구적 현실 속의 동시대성을 도출해 봄으로써 그를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고찰했다. 촬영 기법에 대한 작가의 관심사는 면면히 달라지고 있으나 그는 일관된 내용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한결 같았던 월의 태도는 현실에서 마주칠 수 있을 만한, 그러나 사회 표면에 은닉되어 있는 일상의 단면을 사건으로 재연하여 영화 스틸 컷처럼 찍는 것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비록 현실의 한 순간을 온전히 포착한 사진은 아니었으나 그의 영화적 연출 사진을 대면한 관객은 당대의 실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아가 그들은 사진의 역할이 무엇인지 한층 신중히 사고하게 되었다.
이를 상세하게 살피는 본 연구에서는 증거로서의 사진, 사진이 가진 사실성이 무엇인지 다시 통찰해 보고, 재연된 현실로써 실제에 다가서려는 사진가 월을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5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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