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링 러브의 인식론: 두 문화와 제3의 문화의 진리 재현

Abstract

이 논문은 소설『인듀어링 러브』(Enduring Love, 1997)에서 이언 매큐언(Ian McEwan)의 인식론(epistemology)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매큐언의 소설 가운데 중기의 작품으로 분류되는 『인듀어링 러브』는 진리를 탐색하고 재현하는 데 있어 이성과 감성의 기능에 주목한다. 특히 이 논문은 1959년 찰스 퍼시 스노우(C. P. Snow)가 제기한 두 문화론(the Two Cultures)의 틀에서 진리 탐색과 재현의 한계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3의 문화(the Third Culture)의 진리 재현 가능성을 탐구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 단절 현상을 지적한 두 문화론은 궁극적으로 두 문화의 다름을 전제하고 있다. 이성과 경험 그리고 물리적 근거를 통해 진리를 탐색하는 과학, 그리고 감성과 상상력이 진리를 향한 길이라고 믿는 인문학의 대립과 갈등은 소설 속 조(Joe)와 클라리사(Clarissa)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두 인물의 갈등은 두 문화의 이질성에서 비롯된다기보다 그 이질성을 바탕으로 각 인물의 심리적 요인에 의한 유아론적 극단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본 논문의 진단이다. 매큐언은 이 작품에서 두 문화를 통한 진리 재현의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진리 재현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모순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조의 심리적 성숙 때문이다. 조는 과학적 이성을 무한 신뢰하는 본대로 믿는 인물(seeing is believing)이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자의 감정을 배제한 채 보이는 사실 그대로를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믿는 이성이 감정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사유와 판단은 절대적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음을 그는 깨닫는다. 즉 조에게 인간은 믿는 대로 보는 존재(believing is seeing), 그래서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주목할 부분은 여기에 이성과 감정의 관계에 대한 이성 상위 관점(high-reason view)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서양문화에서 이성은 감정에 앞서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매큐언은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이성적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성과 감정은 상호 보완적 관계라는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의 신체표지가설(The Somatic Marker Hypothesis)을 통해 『인듀어링 러브』의 인식론을 제시한다. 또한 클라리사에게 투영되어 있는 존 키츠(John Keats)의 사상, 즉 소극적 수용능력(Negative Capability)의 지혜를 얻게 됨으로써 결국 그는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존재(seeing even what cannot be seen)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에 매큐언이 제시하는 제3의 문화가 있고 진리 재현의 가능성이 있다. 이 논문은 단순히 조와 클라리사로 대표되는 두 문화의 화해를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반복되어 왔던 두 문화론을 넘어 제3의 문화로 가는 인식론적 진보의 가능성을 탐구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조와 클라리사는 단순히 서로 대립하는 단선적 캐릭터가 아니라 상호간의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마찬가지로 과학과 문학 또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그 공통 지점에 내러티브가 있다. 내러티브가 과학과 문학을 모두 포괄하는 제3의 문화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토리텔링의 과정 속에 진리가 담지 되어 있다는(It is not true but it tells the truth) 진리관, 그래서 스토리텔링의 미학적 아름다움이 진리가 될 수 있다는 키츠의 진리관이 곧 『인듀어링 러브』의 인식론이라는 것이 본 논문의 주장이다.

This thesis examines the epistemology Ian McEwan casts light on in his sixth novel, Enduring Love. Enduring Love, one of McEwans mid-age novels, pays its attention to the roles that reason and emotion play in pursuit of reaching or representing truth. This thesis especially explores the limits of representing truth in the framework of the Two Cultures, which is the term coined by Charles Percy Snow in his 1959 Rede Lecture. Beyond those limits of the Two Cultures, this thesis attempts to raise a possibility of representing truth through the Third Culture. The Two Cultures, which refers to the gap and misunderstanding between science and literature, presupposes the differences of the two. The conflict of the protagonists Joe and Clarissa connotes the conflict of the Two Cultures with each character standing for science and literature. Science pursues truth through reason, experience and empirical evidence while literature assumes that emotion and imagination should serve as a significant way of reaching truth. However, this thesis argues that the Two Cultures theory is founded on untenable assumptions, and thus insists that the conflict between Joe and Clarissa is attributed to each characters solipsistic polarization led by psychological separation rather than to the differences between the cultures each character represents respectively. While arguing against representing truth in the framework of the Two Cultures, McEwan never abandons a possibility of representing truth. Joe is the person whose thought revolves around reason, with a strong faith in seeing is believing. In other words, he takes things as they are seen, completely precluding any epistemological validity of human emotion. As the plot goes on, he realizes that reasoning is meant to interact with emotions and that human cognition cannot remain completely objective. More importantly, he realizes that believing is seeing and human beings are inevitably unreliable. What needs to be pointed out here in these realization is the high-reason-view Joe shows in his cognition. Traditionally in western culture, reason has been considered to precede emotions. However, McEwan, instead of following the traditional thoughts, attempts to validate Antonio Damasios The Somatic Marker hypothesis, which insists that repressing emotion does not necessarily work for rational decision-making and thus reason should interact with emotions. Consequently, Joe embraces so-called Keatsian Truth―i.e., Beauty is Truth, Truth Beauty and Negative Capability―with the help of Clarissa. In the end, he comes to eventually see even what cannot be seen, and this thesis argues that this new recognition derives from the concept of the Third Culture. The purpose of this study does not rest on simply arbitrating the conflicts of the Two Cultures but instead on uncovering how advances of epistemology could be made possible after the inveterate disputes between literature and science. Joe and Clarissa are not just flat characters who exclusively represent the Two Cultures but round characters who share the common grounds between them. In this regard, science shares the same ground with literature in that both explore the human nature and McEwan suggests that narrative should serve as this common ground. This thesis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narrative is the Third Culture which encompasses science and literature

second, story may not be true but it tells some version of truth in constant process of narrativization

and finally the aesthetic beauty of narrative can be true as Keats eloquently put it. These are the epistemology of Enduring Love this thesis attempts to expl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