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결혼이민자의 미충족 의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Abstract

최근 국제사회에서 이민자들의 건강 문제는 핵심적 기본권 문제와 국가 공중보건 체제 개선의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사회의 국제결혼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농어촌 및 도시 저소득층 한국 남성과 아시아권 저소득국 출신 여성의 결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은 대부분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속하며 특수한 이민배경으로 인해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비용뿐 아니라 문화적 갈등, 제한된 정보와 자율성의 문제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집단이다. 이에 본 연구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의료필요가 충족되지 못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의 일환으로, 2009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여성결혼이민자의 미충족 의료 현황과 미충족 의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62,874명의 연구대상자 가운데 10.2%가 지난 1년간 의사의 도움이 필요했는데도 병원에 가지 못했거나 중도에 치료를 포기한 경험(미충족 의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거주기간을 1년 미만, 1-5년, 5-10년, 10년 이상으로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 거주기간에 따라 미충족 의료의 경험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하였다(각각 4.1%, 7.4%, 13.8%, 16.9%).

인구사회학적 요인, 건강 관련 요인, 이민 관련 요인, 가구 형태, 사회적 지지를 중심으로 미충족 의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본 결과, 연령, 본인과 배우자의 교육수준, 거주지, 가구소득, 배우자의 취업상태, 의료보장 형태, 건강수준, 출신국가, 거주기간, 차별경험, 가구 형태, 사회적 지지 관련 요인이 유의하였고, 특히 가구소득, 건강수준, 출신국가, 차별경험이 미충족 의료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기간이 짧은 여성들에게는 본인이 인지하는 의료필요 및 배우자의 지지가 주요하게 작용하였고, 거주기간이 늘어날수록 가구 소득수준에 따른 미충족 의료의 차이가 크게 증가하여 한국 사회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질수록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의료이용에 있어서 비용문제가 큰 장애요인으로 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앞으로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건강악화에 따른 의료필요가 증가할 것임을 예상할 때,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접근도 제약의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비용부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의 미충족 의료는 단지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며 부족한 정보, 사회 차별, 가족 돌봄 역할로 인한 시간적 제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정책적 접근과 함께 여성결혼이민자 개인 뿐 아니라 그 가족을 포괄하는 정책대상 확대, 자녀양육 지원과 같은 다른 복지서비스와의 연계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 인식과 태도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요구되며,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료서비스 전달과 참여 촉진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자료를 사용하여 기존에 연구되지 않은 여성결혼이민자들의 미충족 의료 현황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한국 사회의 책임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며, 이들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한 관련 조사와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