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료를 통한 행위와 시간의 가시화에 관한 작업 연구

Abstract

우리가 특정한 대상을 보고 미적 감흥을 느끼게 되는 원리에 있어서 대상의 형태나 색감, 질감이나 설치 상태 등은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미 기존에 형성된 조형 언어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또 작품의 시각적 장치들은 작품이 당연히 내재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내용적 측면과도 다소 관습적으로 엮이곤 한다. 본 논문은 이렇게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형성되고 받아들여져 온 조형적 언어들로부터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조형언어를 획득하고자 하는 본인의 시도로부터 출발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질료를 통해 인위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이지 않은 감흥을 발현시키는 것을 작업의 방향성으로 삼았다. 본인에게 내재된 미적 선호도에 의해 조형성이 연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상이 되는 물질에 특정한 행위를 가했을 때 얻어진 물리적, 표면적 흔적이나 과정을 최대한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따라서 최대한 오랫동안 질료와 접하여 충분히 탐구한 후 시각적 결과물을 도출해내고자 하였다. 작업 대상인 질료와, 질료에 특정한 행위를 가하는 행위자인 본인이 오랜 시간동안 서로 반응하는 과정을 통함으로써 결과물이 더욱 풍부한 물리적 역사성을 띠게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이렇게 질료에 새겨진 시간과 행위의 흔적들을 현상적,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식으로 시각적 결과물을 도출함으로써 특정한 사물이 관찰자로부터 미적 감흥을 자아내는 방식에 대하여 연구하고자 하였다. 동시에 이 연구는 작업이라는 행위와 그 노출된 과정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사물과 세계를 인식하거나 해석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