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위대한 정치에 대한 연구

Abstract

이 논문의 과제는 니체의 위대한 정치(grosse Politik) 개념을 다시 검토하고 숙고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아온 개념이지만 니체의 불충분한 서술 때문에 그에 대한 기존의 해석들 또한 제각각이었고 임의적이기도 했다. 결국 그가 말하는 위대한 정치에는 정치적 실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을 만큼 그것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모호한 그림으로만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 논문은 출판된 저서뿐만 아니라 유고와 편지에 흩어져 있는 니체의 언급들을 철저히 추적하여 위대한 정치의 전모를 밝히는 것을 일차적 과제로 삼는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거기에서 정치철학적인 함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또 다른 과제이다. 텍스트를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먼저 우리는 니체가 위대한 정치라는 말로써 새로운 지배구조물을 세우려고 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그 지배의 목표는 위버멘쉬 혹은 보다 높은 유형의 산출이다. 이때 우리가 해명해야 할 것은 두 가지이다. (1) 첫째로 그 지배구조물이 세워질 터 혹은 지배의 외적인 지평 (2) 둘째로 그 지배의 내용 혹은 원리. 전자는 하나의 유럽이라는 말로, 후자는 위계질서(Rangordnung)라는 말로 집약된다. 결국 위대한 정치란 하나로 통일된 유럽이라는 지평에서 위계질서가 구현되어 수행되는 지상의 통치(Erdregierung)를 가리킨다. 위대한 정치의 내용의 중심축이 위계질서의 확립이라면 그것의 원리가 무엇인지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본 논문은 이 위계질서의 원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니체의 가장 말년의 언급인, 위대한 정치는 생리학이 다른 모든 문제들을 지배하도록 한다는 말을 주요한 실마리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니체가 신체와 혈통을 강조하는 점을 재조명하면서 기존에 논의되어온 정신적 귀족주의 해석을 비판하고 생리학적 위계질서를 텍스트를 통해 구성하였다. 그런데 위대한 정치가 지배의 정치로서 제시되는 한, 거기에는 지배와 피지배의 문제가 남게 된다. 여기서 니체가 제시하는 소수의 지배자들은 단순히 정치적 권력만을 지키려하는 폭군은 아니며 인류의 총체적인 발전을 위한 양심을 지닌 가장 포괄적인 책임을 진 인간이다. 본 논문은 이 가장 포괄적인 영혼(umfänglichste Seele)이라는 말로써 니체를 다시 조망하였다. 가장 포괄적인 영혼은 전체로 확장된 자기로서, 니체는 이들을 카이사르처럼 세계를 형성하고 지배하는 자이자 동시에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가진 에피쿠로스적 신으로 그리고 있다. 본고는 이렇게 카이사르와 에피쿠로스적 신을 동시에 요구하는 모순된 요구가 최고의 능동성과 자유에 대한 욕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파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최고의 능동성에 대한 욕망은 노예제에 대한 요구와 공속한다. 노예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것은 타인을 자신을 위한 하나의 도구나 기능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존재에 근원적으로 수동성이 내재하는 한, 하나의 도구로서 그것을 떠맡을 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평등을 주장하는 자들에 반문하며 다음과 같이 되묻는다. 근본적인 물음(radikale Frage)은 이것이다. 노예제는 있어야만 하는가? 그리고 노예제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답한다. 본고는 니체의 바로 이 물음이 정치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파악한다.

Nietzsches expression great politics(grosse Politik) has been a source of confusion and ongoing argument. Especially, on account of Nietzsches insufficient explanation for the expression, great politics has lent itself to free interpretations. Some scholars argue that Nietzsches great politics represents his achievement as a political thinker deliberating the fate of politics in the modern world, and others claim that great politics remains very little of political substance. Therefore, this study first aims to re-examine Nietzsches concept great politics in order to suggest an entire picture of great politics and his political thinking. To achieve this purpose, comprehensive examination is conducted by tracing and searching the expression not only in published books but also in letters and posthumous works. Through the extensive examination, finally I will extract political and philosophical implications from the concept. In the process of tracing Nietzsches works and writings, we first perceive that Nietzsche intends to build a new domination-structure. The purpose of the domination is Übermensch or produce of a higher type. At this point, there are two kinds of matters which we need to explain. (1) First, the place where the domination-structure stands. (2) Second, content or principles of the domination. The former is represented by the word One Europe, while the latter is represented by the word order of rank(Rangordnung). As a result, great politics turns out to be an earth-governance(Erdregierung) in one unified Europe in which the order of rank is carried out. Considering the fact that a pillar of great politics stands on the establishment of rank-order, we need to elucidate the principle of rank-order. I take a leading clue to the principle of rank-order in a posthumous note which said great politics makes physiology into the ruler over all other questions. I criticize existing interpretation of spiritual aristocratism by shedding new light on the fact that Nietzsche put emphasis on body and blood(Geblüt), and construct physiological rank-order with the text. Proposed great politics as a politics of domination, it remains questions of the rule and the ruled. The new minority rulers or masters characterized by Nietzsche are not just despots who are obsessed only with political power but the man of the most comprehensive responsibility, who has the conscience for the general development of mankind. In this paper, I re-think Nietzsche by the word the most comprehensive soul(die umfänglichste Seele), and there I found deep desire for the highest activeness and freedom. This desire goes hand in hand with demand for slavery. Necessity of slavery signifies the use of others for one's ends and treating others as mere means which bears passivity or necessity inherent essentially in existence of human being. Nietzsche asks those who claim equal rights in return, the radical question is this: there must be slavery?. And he answers that slavery is necessary. Here, I understand that Nietzsches radical question on slavery reveals the most fundamental question of political philosophy that we need to discu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