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물리적 폐쇄성의 경제적·사회적 효과

Abstract

물리적 차단과 커뮤니티 형성을 목적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Gated Communities 개념을 아파트 단지에 적용한 연구를 통해서 첫 번째,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폐쇄현황을 살펴보고 두 번째, 라이프스타일, 사회적 명성, 안전이라는 Gated Communities의 유형이 아파트 단지에서도 적용되어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Gated Communities가 상위계층의 자발적 배제를 통해 거주지 분리의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폐쇄정도가 거주지 분리의 요인이 되고 있는지를 보고자 하였다. 연구는 크게 이론연구와 실증분석으로 나누어진다. 이론연구에서는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확산과 경제적·사회적 관계에 대한 정리를 한다. 실증분석에서는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폐쇄정도를 조사하여 폐쇄지수를 산출하고, 산출된 폐쇄지수로 2010년 현재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를 시기별, 지역별로 분석한다.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가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헤도닉 모형으로 분석하였으며, 사회적 효과는 거주자 사회·인구학적 특징, 주거가치, 근린관계 형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하였다. 아파트 단지는 단지 형태로 담을 쌓아 외부와 분리되어 있다. 정문초소와 바리게이트를 통해 외부차량을 차단하고 경비원은 2-3동에 1명씩 초소관리를 하며,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된 아파트 단지는 Gated Communities이다. 건설기술의 발달과 거주자의 요구는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폐쇄정도를 시기별로 증가·확산시키고 있다. 폐쇄정도를 공간적으로 살펴본 결과 각 구별 폐쇄정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으며,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는 아파트 가격도 높고, 폐쇄지수도 높은 지역이었다. 아파트 단지의 폐쇄지수가 높을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다는 헤도닉 분석의 결과와 연관지어 보면, 같은 구(區) 내에서도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주지 분리를 주도해오는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도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가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폐쇄된 아파트 단지에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주자들의 사회·인구학적 특징과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를 비교한 결과 나이, 학력, 점유형태, 거주기간, 소득의 5가지 항목 가운데 소득만이 차이가 있었다.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는 아파트 가격에 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제 4장의 연구결과와 연결시키면,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가 높을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고, 높은 가격의 아파트에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폐쇄정도와 근린관계를 보면 아파트 단지가 폐쇄되어도 단지내부와 단지외부에서 형성되는 근린관계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파트 단지가 폐쇄될수록 단지내부에서 형성되는 근린관계는 증가하며, 단지외부와의 근린관계는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와 관계없이 비슷했다. 즉,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폐쇄정도는 근린관계의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가 근린관계의 감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아파트가 폐쇄될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고, 거주자들은 주거의 상징성을 통해서 사회적 명성을 유지하며,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더욱더 적극적인 근린관계를 단지내부에서 형성한다. 즉, 안전을 위한 차단, 사회적 명성, 라이프스타일로 구분되는 Gated Communities의 유형은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에 그대로 적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특정집단이 보다 폐쇄된 아파트 단지라는 특정 장소를 공유하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가치공유를 통해 정체성과 동질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상위계층의 자발적인 주거이동이 Gated Communities라는 주택유형을 통해 거주지 분리로 이어졌다면, 우리나라에서의 Gated Communities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의 물리적 폐쇄정도의 차이가 거주지 분리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폐쇄적이고 다양한 시설을 갖춘 아파트 단지가 고가(高價)로 분양되면서 보다 폐쇄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것이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이어지고, 상위계층의 주거이동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의 거주지 분리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거주지역의 차이로 거주자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냈다면, 폐쇄된 차단시설의 설치, 단지내부 각종 커뮤니티 시설이라는 물리적인 차별화가 거주자의 사회·경제적 차이를 드러내는 수단이 된 것이다. 보다 폐쇄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것은 거주자의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반영된 주거이동의 최종 선택이다.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는 안전을 위한 물리적 차원을 넘어 거주자의 사회·경제적 차이를 포함하고 보다 폐쇄된 아파트 단지로 상위계층을 이동시키는 거주지 분리의 요인이 되고 있다. 사회계급이 사라진 사회·경제적 지위를 반영하는 주택의 소비는 계층의 차이를 보다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경계의 의미였던 담장도 사회적 신분과 지위에 따라 그 장식과 형태가 다양했던 것처럼 아파트 단지의 높은 담장과 화려한 장식,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철저한 폐쇄성은 현대판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기에 충분하다. 아파트 단지의 폐쇄정도는 안전을 위한 물리적 차원을 넘어 거주자의 사회·경제적 차이를 포함하고 보다 폐쇄된 아파트 단지로 상위계층을 이동시키는 거주지 분리의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