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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페미니즘'과 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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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오혜진

Advisor
배은경
Issue Date
2019-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페미니즘들페미니스트20대 여성
Description
학위논문(석사)--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과학대학 협동과정 여성학전공,2019. 8. 배은경.
Abstract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 페미니즘 대중화의 주체라 일컬어지는 20대의 페미니스트들은 놀라움과 상찬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우려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본 논문은 메갈이나 영영페미, 요즘 페미로 통칭되곤 하는 젊은 여성들의 페미니즘들을 내적 동질성을 가진 어떤 단일한 실체로 고정화하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20대 여성들의 페미니즘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호명하는 여성들이 모든 이슈에 같은 입장을 갖고 있지도 않다. 본 논문은 디지털 공간과 현실 공간을 넘나들며 페미니스트로 살고 있는 20대 여성들의 페미니스트 되기 경험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들어보고, 이들 각자가 만들어가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우선 연구 참여자들이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가 무엇인지를 살폈다. 연구 참여자들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불법촬영물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과 살면서 경험한 성차별을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로 꼽는다. 이들은 자신이 언제든 젠더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여자임을 자각했을 뿐 아니라 이슈가 된 사건들을 둘러싼 사회와 남성들의 반응을 보고 집단으로서의 여성이라는 범주에 강력한 동일시를 하게 된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가 제대로 경청되거나 존중되지 않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일상적이고 공고한 남성문화라는 점을 알게 된 이들은 남성과 사회를 불신하고 여성 연대에 대한 희망과 절박함을 구성한다. 페미니즘의 언어를 획득한 이들은 자신의 경험들을 재/해석하면서 페미니즘을 자기 삶에 대한 설명력을 갖는 언어이자, 차별에 대처할 수 있는 힘과 연대로 의미화 한다. 남성혐오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를 문제화하는 안티페미니즘이 디지털 공간뿐만 아니라 현실공간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연구 참여자들이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거나 페미니스트 실천에 동참하는데 제약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페미니즘이 대중화되고 페미니스트들이 수적으로 많아졌다는 감각은 페미니스트 연결감을 고양하고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토양이 된다.
다음으로 페미니즘의 렌즈를 통해 일상적인 관계와 관행들을 새롭게 보고 조직하게 된 연구 참여자들에게 부상하는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고찰하였다. 페미니스트인 연구 참여자들에게 친밀한 관계는 성찰과 갈등, 협상과 투쟁의 주요 장이 되고 있다. 가족 내 경험을 통해 가족을 사회의 지배적인 젠더 규범을 재생산하는 핵심적인 장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가족 내 성별 노동 분업과 아버지의 가부장적 태도, 성별화된 규율과 통제로 드러나는 딸의 지위에 문제제기하며 페미니스트 딸로서 투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부장적인 구조 내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딸을 규율하고 억압하는 존재이기도 한 어머니의 문제적 지위가 드러난다. 불평등한 젠더 규범을 거부하는 페미니스트 딸과 가부장제 사회의 규범적 기준을 딸에게 교육하고 정상성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훈육하는 어머니 사이에 복잡한 균열이 감지된다. 스토킹, 임신과 낙태, 불법촬영 문제 등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이성애 연애 관계 내 섹슈얼리티는 욕망이나 탐색의 영역이기보다는 위험과 안전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성애 연애 각본에 따른 여성성 수행과 폭력과 사랑의 경계가 모호한 남성중심적 연애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연애 관계에서의 자신의 욕망을 성찰하고, 이성인 연인과 각개전투하면서 자신의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협상해나가고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현실과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페미니즘들을 접하고 실천하면서 자신의 페미니즘을 구성해가는 20대 페미니스트들이 느끼는 혼란과 갈등에 주목했다. 이들은 확고하고 완결된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여러 관계망 속에서 다양한 고민과 실천들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되어 가는 존재들이다. 디지털 공간과 현실을 막론하고 안티페미니즘을 맞닥뜨리는 연구 참여자들은 페미니스트들 내부의 차이 또한 지속적으로 마주한다. 여전히 공고한 성차별의 현실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사회와 남성에 대한 불신은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남성을 설득하면서 함께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은 다르게 나타난다. 성차별적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은 피해자라는 점은 공유된 인식이지만, 여성들 간에도 차이가 있다는 교차성은 체화하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유통되는 트랜스젠더의 젠더수행에 대한 비판에 일부 공감하는 연구 참여자가 있었지만, 그 비판이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본질주의에 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페미니즘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심하게 대립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이들은 힘 있는 여성 연대의 토대가 상실될 것을 우려하면서 페미니즘 내부의 차이를 애써 외면하고 공통성을 희구하는 태도를 구성하기도 한다. 안티페미니즘은 한국의 페미니즘은 변질된 페미니즘이라고 주장하면서 하나의 고정된 올바른 페미니즘이 있는 것처럼 암시하고 페미니즘을 물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안티페미니즘의 안티테제로서 자신의 페미니즘을 구성해가는 개별 페미니스트 주체들도 이런 식의 물화된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다. 페미니즘은 하나였던 적이 없으며 언제나 경합하면서 재/구성되고 갱신되는 페미니즘들만이 있어왔다는 점이 인식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공간의 페미니즘 담론들이 발휘하는 효과들 속에서 갈등에 대한 입장을 정하고 이에 대응할 논리와 정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과 부담이 페미니스트 개별 주체들에게 부과되기도 하고, 페미니즘을 지켜야 할 규범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념형의 페미니즘에 대한 압박감 속에서 죄책감을 보이거나 다른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는 등 페미니스트 자격에 대한 엄격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가장 올바른 페미니즘도, 가장 훌륭한 페미니스트 같은 것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의 페미니즘을 계속해서 갱신해 가는 것이 오히려 지속 가능한 페미니스트로 사는 길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페미니즘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이 서로 간의 개입(engagement)이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상기하는 것이다. 논쟁과 토론을 비난으로 인식하거나 회피하고, 페미니즘을 규범화하는 태도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되,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공간의 문법과 현재적 지형이 가지는 영향력에서 거리 두고 상대화할 수 있는 공간과 관계가 요구된다.
혼란과 균열 속에서도 페미니즘이 사회와 젠더 관계를 변화시키는 변혁적 이론이자 실천이라고 믿는 연구 참여자들은 장을 막론하고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각종 페미니스트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 몇몇 연구 참여자들의 실천은 개인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 변화의 책임을 개별 여성의 몫으로 두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여기게 만들거나, 종국에는 개인을 비난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성차별이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을 중요한 페미니스트 실천으로 의미화 하는 것은 사회와 남성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여성들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포함한 여성들의 변화가 사회에 전시되고, 주변의 여성들에게 보여짐으로써 다른 여성들에게 지지와 변화, 해방의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자신의 페미니스트 실천이 다른 여성들에게 롤모델이자 자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본 논문은 20대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고정되고 완결된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여러 관계망 속에서 다양한 고민과 실천들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음을 드러내고, 이들에게서 동질적인 집단으로 범주화할 수 없는 차이들과 동시에 페미니스트 연대에 대한 열망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20대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페미니즘을 구성하고 갱신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혼란과 곤경을 직시하면서 그것이 대부분 물화된 페미니즘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This study aims to investigate the meaning of feminism for women in their 20s who identify themselves as feminists, specifically in terms of the journey on becoming a feminist. This will inevitably challenge the widespread misunderstanding that feminism among young women is a single, fixed category with internal homogeneity encompassing diversities within them.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in order to hear the voices of these women and to explore their feminist practices both online and offline. Summary of what has been revealed in the research is as follows.
First, research participants think recent social issues such as misogynist murder in Gangnam station and spycam crimes and their life experiences of gender discriminations served as a momentum to lead them becoming feminists. They become aware of their identity as a woman and identify women as a group. With the rise of feminism in digital space, they acquire the language of feminism and feminist consciousness, which enables them to (re)interpret their own life experiences and to give them empowerment and solidarity in consequence.
Also, in their everyday practices, they consider intimate relationships within the private sphere as the main field where self-reflections, conflicts, negotiations, and struggles operate in complex ways. They problematize gender division of labor and gender role in the family struggling as a feminist-daughter. The contradictory status of and conflicting relation with mothers as victims and oppressors at the same time is another issue they encounter. While sexuality in heterosexual relationships is taken as a risk or safety issue rather than desire or exploration, these women also try to reflect their own desire and negotiate their feminist identities in gender dynamics of the relationships.
In these processes, they struggle to construct their own meaning of feminism under the reality of many different feminisms. Since backlash or anti-feminism spread out, following a recurrence of feminist activism in present Korean society, interviewees feel a responsibility to stand for feminism and to seek strong solidarity among women. Even though they are aware of the existing differences within women and between every and each feminism and the importance of intersectionality, they show different responses or strategies. Some of them focus on commonality to secure womens solidarity after experiencing splits and conflicts among feminists as well as the threat of anti-feminism and misogyny. Some understand and internalize feminism as norms and require qualifications for being feminists. However, it is important to acknowledge diverse feminisms and need for engagements at the same time.
This research shows women in their 20s who identify themselves as feminists at the current moment in South Korea are those who are becoming feminists in diverse considerations and practices within their private and social relations, rather than having stable and/or steady feminist identities. In spite of inner conflicts and confusions under many feminisms, they keep doing feminist practices, whether looking for structural change of the society or trying to make a change on personal levels hoping to be role models and resources for each other and for other women.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61463

http://dcollection.snu.ac.kr/common/orgView/000000158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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