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한인사회의 사회경제적 분화와 정체성의 정치학

Abstract

지난 2003년 여름 호치민 총영사관에 한 통의 투서가 날아들었다. 한인회 회보발행과 관련된 회계부정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회보발간을 전담해 왔던 한인회 간부가 면직되면서 일으킨 보복성 폭로였다. 폭로한 내용이 관례화된 회계비리의 성격을 띠고 있었고 동기도 순수한 것이 아니어서 내부적으로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건임에 분명했다.

한인회가 호치민 한인사회에서 상징적인 대표성을 행사해왔고, 호치민 영사관과 한인회가 보완적인 협력관계를 잘 유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이런 결말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하지만이 투서 한통은 호치민 한인사회에 잠재해 있던 여러 가지 성격의 갈등을 드러내는 사회적 드라마(social drama)' (Victor Tumer 1974)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투서 한 통으로 촉발된 한인사회의 내부적 갈등은 약 6개월에 걸친 정치과정을 거쳐서야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 처음에는 총영사의 주도로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회의가 소집되었다. 하지만 이 회의가 본래의 의도를 넘어서서 한인회의 대표성 문제와 한인사회 지도부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자리로 변모하였다

영사관의 협조와 투자기업협의회의 노력에 힘입어 2003년 12월5일 마침내 호치민 한인사회의 숙원이었던 합법대표단체가 한국상공인연합회(The Kore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라는 이름으로 탄생하였다. 호치민 한인사회에서 코참으로 약칭되는 이 단체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한인회의 운명에 대한 논란을 야기 시켰다. 하지만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코참, 한인회, 총영사관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데 성공했다. 삼자 모두 일방적인 승리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코참은 한인회의 편입여부를 한인회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고 한인회의 상이한 역할도 인정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인회는 총영사관에 대한 성의 표시로 한인회장을 사퇴시키고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어른답지 못하다는 여론이 일자 총영사관도 한인회를 예전의 관례처럼 보호감독 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하며 체면을 찾았다.

This article attempts to understand the characteristics of the socio-economic differentiation and the ethnic identity of the Koreans in the Ho Chi Minh city(HCM). As a kind of prologue, this article introduces an episode of conflicts that took place between 'the Korean Association in HCM(KA)' and 'the Kore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Kocham)' in 2003. The conflicts between the two organizations that competed for the leadership of the Korean community in HCM was intense more than we can expect, and the episode has continued to become the talk of all Koreans in HCM even after the conflicts were amicably resolved. This article explains the meaning and the processes of the conflicts by focusing on, first, the history of the Korean community in HCM and then on the socio-economic differentiation in the community.

Even though the Korean community in HCM has a short history of around 15 years, the socio-economic differentiation in the community has developed as rapidly as any other Korean communities abroad. Especially, the difference in economic conditions is remarkable between the small shop owners called Ja-Young-Yup-Ja(an independent enterprise owner) on one hand and the owners of the medium and small size enterprises and the workers of Korean big companies called altogether Ju-Jae-Won(a resident officer) on the other. In the context of everyday life, the deepening gaps in economic conditions produce different cultural experience and consequent social distance between the two groups.

In conclusion, this article considers the ethnic identity of the Koreans in HCM in terms of the social, cultural, and economic differentiation between the two groups. The definition of Korean identity, in other words, who is "real Koreans" in HCM and how "desirable Koreans" in HCM should behave in the Vietnamese society is significantly different between the two groups. Even though the conflicts of the two representative organizations in the community were only a competition for the leadership of the community in appearance, they are actually a manifestation of identity politics based on the socio-economic differentiation that has historically developed in the Korean community of the Ho Chi Minh 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