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클리닉의 자연임신: 자연의 경계를 재구성하는 생의학의 수사

Abstract

재생산에 대한 보조생식기술의 개입은 한국에서 자연임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이 직접 사용되는 불임 클리닉 뿐만 아니라 언론 매체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이 복합어는 일견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그간 임신은 그 자체로 자연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으므로 앞에 자연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임신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며, 새로운 수식어가 갖는 효과는 무엇인가? 의학과 기술이 인공적으로 개입되지 않은 임신을 자연임신이라 일컫는다고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게 보이지만, 자연분만이 언어사용 주체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듯이(정연보 2003), 자연임신 역시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재조정된다.

현재 이 단어가 가장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공간은 바로 불임 클리닉이다. 이 곳에서 의사, 간호사, 환자는 대화를 나눌 때 끊임없이 자연임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대화 속에서 자연임신은 때로는 치료의 일환으로, 때로는 산과력의 일부로, 때로는 의료적 문제로 등장한다. 본 연구는 불임 클리닉을 하나의 문화적 세팅으로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연임신이 정의되는 맥락과 언어 속에 내포된 의미들을 추적함으로써, 자연임신과 보조생식기술의 관계,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과 기술의 관계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This paper examines the concepts of nature and culture in a clinical setting, focusing specifically on the tactical rhetoric of nature. Pregnancy has been regarded as a normal event in womens lives and an event beyond the human intervention. However, the appearance of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has changed the meaning of nature in the context of pregnancy, while enabling people to consider different methods to become pregnant. For this study, I conducted participant observation in a fertility clinic in South Korea for four months in 2010. During my research, I interviewed the staff members formally and informally, while observing the medical practices and the interactions between staffs and pati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