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크레인의 양면성 -초기작품을 중심으로-

Abstract

스티븐 크레인 (Stephen Crane) 을 평가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먼저 이야기되는 것은 그가 19세기 유럽 자연주의 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그의 작품 속에 당시 미국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허무주의에 바탕을 둔 결정론(determinism) 적 철학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라즈 아네브링크(Lars Ahnebrink)가 크레인의 대표작인 『거리의 여인 매기(Maggie: A Girl of the Street). 『붉은 무공훈장』 (The Red Badge of Courage) 등을 졸라(Zola) . 뚜르게네프(Turgenev), 입센 (Ibsen) 등의 작품들과 상세히 비교하면서， 크레인을 유럽의 결정론적 자연주의 작가와 거의 비슷한 초기 미국 자연주의 작가라고 지적한 이래， 수많은 비평가들이 크레인을 허무주의를 바탕에 깔고 작품 활동을 한 작가로 설명해 왔다. 찰스 월커트 (Charles Walcutt) 는 이미 미 비평계에 고전이 되다시피 한 그의 『미국의 자연주의 문학 : 분리 된 흐름』 (Ameriεan Literary Natμrαlism， A Divided Streαm) 이 란 책 에 서 크레인을 미국의 「순수 자연주의」(pure naturalism) 의 대표 작가로 단정한다. 그러나, 위의 일반적인 지적은 크레인을 피상적으로 기술한 문학사에서나 나올 수 있는 개론적인 평가는 될 수 있어도，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간을 그리려 했던 크레인의 진정한 노력을 간과해 버릴 위험이 있다. 특히 크레인이 시대의 혼란 속에 뛰어들어 열악한 삶을 살며 고통스러워 했음에도, 그 속의 개개의 작은 인간들을 신뢰하고 사랑했으며， 그런 감정을 바탕으로 그들의 아픔을 세밀하게 그리려 했던 작가이었기에, 위의 일반화는 크레인을 일군의 작가로 규정해 버릴 수 있다는 명쾌함 말고는 크레인을 바로 알게 하는 데는 많은 제약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