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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회(病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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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한기상

Issue Date
2013
Publisher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협의회(Association of Emeritus Professors)
Citation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회보, Vol.9, pp. 156-165
Abstract
눈 깜짝할 틈에 칠순(七旬)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마음이 휑해진다. 세상을 잘 못 살아온 것일까? 예전에는 극명한 대립으로 보이던 세상사(世上事)도, 스쳐간 인연(因緣)도 모두, 새옹지마(塞翁之馬)처럼, 우연(偶然)이 아닌 예정(豫定)과 신비(神秘)의 조화로 연상

(聯想)되어, 새삼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게 된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병회와 관련된 지나온 삶에 대한 추억들이다. 혼자로는 애틋한 삶의 흔적이지만 글쓰기가 어눌하여, 무능(無能)한 열정(熱情)의 비극(悲劇)처럼, 쓸모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저어된다. 그 때를 아십니까? 낡아빠진 양말, 고무신, 물바가지, 냄비, 거의 모든 것을 기워 입고, 신고, 땜질해서 사용하던 1950~60년대. Be, who you are!로 살기에는 가난탈출이 급선무였던 시절,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새 책을 살 여유가 없어, 청계천을 휘돌아 감아 웅크려 뻗은 고가도로 교각 아래 즐비하게 늘어선 헌책방들을 순례하며, 찌는 여름에도 차비가 아까워 신발이 닳도록 땀을 뻘뻘 흘리며 대학을 다녔다. 데모로 얼룩졌던 교정 밖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에서는 괴테의 를 해석하느라 전전긍긍이었다. 문예학적 가치는 하늘을 찌를 듯 독일통일의 중요성만큼이나 강조되었지만, 흥미는 삼국지의 절반도 못되었다. 낭만주의의 맥을 이은 막스 뮐러의 은 그나마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죽음을 앞둔 귀족 소녀를 사랑한 한 독일 젊은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을 다룬 감동적인 작품이었지만, 입주가정교사가 아니면 등록금을 조달할길이 막막했던 힘겨운 시절이었기에, 학업도 데모도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ISSN
2005-0526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94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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