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철학사상의 유입과 그 평가 - 독일철학 수용과 한국의 철학 ( 1980 / 90 년대 )

Abstract

때로는 과학 혁명이 때로는 종교 혁명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의 형성과 변천에 크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정치•경제 상황이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 양상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한국에서 사상 전개 일반이 그러하였듯이 마지막 20년간의 서양 철학수용과 한국화 과정도 다분히 정치•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전개되었다. 한국의 1980년대는 경제적 안정과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부조화 속에서 시작되었다. 1961년 5•16 군사 구테타를 통해 정부를 장악한 박정희(朴正熙)는 전제군주정에 가까운 권위주의적 통치로 정권을 유지하였지만, 그런 통치가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전체 국민을 향한 민족 자존심의 고취와 비약적 경제 발전이라는 뚜렷한 공적에 힘입은 바 컸다. 2000년 이상의 국가 역사를 가진 한반도의 민중은 이 시기에 비로소 굶주림으로 부터 벗어났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 는 서민들의 체념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자 는 결의로 바뀌었고, 국가 존립의 첫째 조건이자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일차적 의무가 세상을 가지런히 다스려 민중의 간난 고초를 구제함 [經世濟民] 곧 경제 문제 해결에 있음이 폭넓게 재인식되었다. 경제 제도는 상당한 정도의 기획과 통제를 행사하는 정부의 개입이 있긴 했지만 근간은 자본주의 체제로서 그것은 이북의 사회주의 체제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