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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맞춤유기(鍮器) 생산전통의 구성과 지속 : Invention and Persistence of Anseong Machum Yugi(Brassware) Producing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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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임근혜

Advisor
강정원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6-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안성(安城)안성장(安城場)유기(鍮器)안성맞춤유기점(鍮器店)유기장(鍮器匠)장인(匠人)선수장인(善手匠人)생활인전통계승자무형문화재일상문화상품전통문화상품생산전통포클로리즘(Folklorism)상품상품가치장인의 실천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류학과 인류학전공, 2016. 2. 강정원.
Abstract
국문초록

본 연구는 안성유기(安城鍮器)의 역사적 생과 안성 유기장(鍮器匠)의 실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안성맞춤유기 생산전통의 전승 원동력에 대해 탐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상세한 민속지를 작성하여 안성유기와 유기장에 대한 사료(史料) 축적 또한 기하고자 하였다. 본고는 이러한 논의를 전개시키기 위해 전자본주의 사회 상품의 존재에 대한 환기 속에 상품으로서 안성유기의 역사적 생과 생활인으로서 장인의 실천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근대와 근대에 대한 단절적 이해와 근대 기술문명에 대한 배타적 인식에 기반하여 형성된 전근대 물질문화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논의를 위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설정하고 현대 안성이라는 실제 사회적 맥락 하에서 이에 대해 검증하고자 한다. 첫째, 전통은 당해 문화의 생산‧향유층인 민중이 과거와의 연속성을 갖고 현재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둘째, 상품은 근대 자본주의적 산물만이 아닌 전근대‧근대를 통해 역사적 생애를 갖는 것으로 장인과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 있다. 셋째, 장인의 정체성은 전근대적 전통계승자가 아닌 장인‧상인‧노동자‧기술인‧경제인의 정체성이 결합된 생활인이며, 전통계승자의 정체성은 생활인의 정체성에 종속된다. 그리고 전통 전승의 원동력은 생활인으로서 장인들의 실천에 있다.
안성유기는 조선후기 발달된 안성의 교통로와 이를 토대로 대장(大場)으로 성장한 안성장(安城場)을 기반으로 하여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왕실유기를 제작하는 장인들의 선수장인(善手匠人) 명성 획득과 함께 안성맞춤이라 명명되며 전조선 최고 유기 상품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 속에 조선은 일제 식민지가 되었고, 식민지 근대화 과정에서 안성장을 중심으로 한 안성경제는 새로운 교통체계인 철도노선에서 비켜나면서 경부철도 인근 정착역인 평택역 상권에 의해 압도당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안성유기는 평택역을 통해 밀려드는 외래물품, 그 중에서도 왜사발이라 불리던 일본산 사기(沙器)에 의해 그 상품가치에 대타격을 받게 되었다.
안성유기가 안성맞춤유기의 명성을 획득한 조선후기 이래 안성 유기장들은 한편으로 안성맞춤유기의 명성에 기대고,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맥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안성유기의 상품가치를 유지하였다. 식민지 시기 유기장들은 안성유기의 쇠퇴상을 만회하기 위해 설립된 안성유기제조주식회사를 필두로 이러한 전략을 확장하여 실천하였다. 이들의 실천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안성유기장들은 우선 1920년대 등장한 조선물산장려운동의 기치 아래 민족․전통담론에 기대어 안성유기의 민족적 전통성․지역적 고유성․제조기술의 탁월성․품질의 우수성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일제를 통해 수입되는 새로운 문명․물산들에 대응하여 안성유기가 전근대의 산물이 아니라 서구과학문명과 근대편에 서 있거나 그렇게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장인들은 판매 전략의 근대화, 근대적 소비수요에 맞춘 새로운 상품 개발 및 품질개량, 주물유기제작법 특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였다.
해방 후에는 식민지 말기 일제에 의해 전멸의 상태가 되다시피 했던 유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되었다. 이에 따라 안성에서는 유기점과 시점(匙店)․연죽점(煙竹店) 등 유기 관련 업종이 이전 성시의 분위기를 되찾게 되었다. 당시 유래 없는 호황 속에서도 안성 유기장들은 당해 유기점의 고유상표와 함께 안성맞춤을 상품에 새겨 민족․토착 담론을 상품판매 전략에 활용하는 전통을 이어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안성유기점에서는 식민지기 형성되었던 자신의 상품과 근대담론을 연결시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근대화․산업화가 심화되는 시기 안성유기장들이 경쟁력을 잃고 유기업을 접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1950년대 말 무렵 사고납 유기의 등장과 연탄이 연료로 대중적으로 사용되면서 유기는 변색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양은․스테인리스 식기가 대체상품으로 대유행을 하게 되었고, 유기는 일상에서 급격히 폐기되어 갔으며 그 상품가치는 추락하였다. 이에 따라 1960년대 초 안성유기점들은 폐업의 위기에 몰리게 되어 겨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시기 K씨는 당시 정권의 관광 포클로리즘(Folklorism)에 적극 부응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정권에 의해 선택된 전통인 관광토산품․모조골동품업자로 변화시켰고, 안성유기는 관광공예품․전통문화상품․근대생활용품으로 그 생을 이어 갔다. 이 과정에서 점주가 아닌 장인들은 관광공예품 제작자, 민속공예품 제작자, 모조골동품 제작자 등으로 그 정체성을 변화시키며 생존해 갔으며, 관광 민속촌의 등장과 더불어 장인 자신이 관광 상품이 되는 경우도 생겨 장인의 정체성에 관광 상품이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다.
1970년대 말 K씨는 지식인에 의한 민족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 한국브리테니커사 전통문화사업의 파트너가 되어 유기식기․제기 등 전통적인 유기상품 제작을 재개했고, 안성유기는 일상상품으로 재맥락화 되었다. 그러나 다시 등장한 유기는 이전의 대중성을 떠나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급화 된 상품이 되었으며, 그 형태 또한 현대 생활에 맞춰 변화되었다. 한편 유기식기의 붐에 힘입어 스테인리스 제작에 사용되던 이른바 시보리(Spinning Machine) 등 기계가 방짜유기장에 의해 유기식기 제작에 도입되었고, 1990년대 안성에도 보급되었다. 이에 따라 안성유기점은 주물유기제작법 특화시대를 막 내리고 기계를 사용하여 주물과 방짜기법으로 제작되는 기물 모두를 생산하는 시대를 맞게 되었다.
이즈음 정부의 관광 포클로리즘과 연계된 민족문화중흥 정책에 힘입어 안성유기와 장인은 인멸위기의 문화유산으로서 발탁되었고, K씨는 유기장으로 전통계승자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나갔다. 그리고 1983년 방짜유기장, 반방짜유기장과 함께 주물유기장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 77호 보유자에 선정되어 전통계승자로서 공식 지위를 획득하였다. 무형문화재 정의에 부가된 근대 예술의 개념에 의거 장인들은 전통계승자인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됨과 동시에 작품을 생산하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함께 갖게 되었다. 아울러 중요무형문화재 유기점의 생산물은 일반 유기 상품과는 차별화된 작품으로서의 생을 갖게 되었고, 그 상품가치에도 민족예술품의 가치가 부가되었다. 이렇게 무형문화재 지위가 문화자본으로서 뿐 만 아니라 경제자본으로서 기능함이 가시화되자 장인들은 이를 획득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다.
유기장들에게 전통이란 근대화․서구화 과정에서 파괴된 되찾아야 할 잃어버린 고유하고 탁월한 민족의 문화유산과 같은 것은 아니다. 식민지 시기 이래 그들이 지키고자 한 전통은 안성맞춤의 명성을 획득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안성유기의 상품성과 그러한 맥락 속에 있는 장인으로서의 일상이다. 이에 따라 격변의 시기 안성유기와 장인의 정체성을 위협했던 근대․과학문명에 대해서도 적대적으로 대립적 구도 속에서 파악하지 않고 변화된 시대적 맥락에 맞춰 신상품과 기술의 개발을 통해 그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전통계승자의 공식 지위마저 문화자본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전통을 현대 사회 속의 문화적 섬으로 위치 지우는 한국사회 전통담론의 주요흐름을 형성하였던 전통계승담론과 문화상품화론적 접근의 한계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본고의 연구대상인 유기와 유기장을 근대에 의해 단절된 비역사적 시간 속에서 구제하여 끊임없이 변화의 흐름이 진행되는 역사적 시간 속으로 위치 지우기 위해 유기는 상품으로 장인은 생활인으로 볼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상품으로서 유기의 역사적 생과 생활인으로서 장인의 실천에 대한 조명으로 전통과 그 담지자를 허구의 산물화하는 극단적 구성주의적 시각을 불식시키고, 전통은 당해 전통 담지자들의 실천을 통해 과거와의 연속성을 갖고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구성되고 지속되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전통 전승의 원동력은 이러한 생활인으로서 장인의 실천에 있으며, 이를 통해 전근대의 문화적 요소로 하여금 현대 사회 속에서 부단히 시대적 변화와 직면하여 생존력을 키워가게 하는 것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이러한 시각을 통해 무형문화재 제도의 제한점을 극복하고, 제도를 통한 전통전승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안성유기와 장인에 대한 상세한 민속지가 작성되었다. 이러한 점을 본고의 의의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20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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