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Abstract

본 연구는 가족, 학교, 지역의 요인들이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subjective well-being)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생태체계적 시각에서 우리나라 아동들의 행복 요인에 대해 종합적인 설명을 시도하는 실증연구이다.

지난 30년간의 긍정심리학의 발전은 사회과학계에서 행복연구가 널리 이루어지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심리학자들의 노력은 인간의 행복이라는 퍼즐을 푸는데 많은 방법, 분석틀, 그리고 이론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동안 긍정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복을 유전자, 성격, 기질과 같은 개인의 내재적이고 상당부분 고정되어 있는 특질이나, 개인주의 문화나 집단주의 문화와 같이 한 사회의 거시적인 특성으로 설명해왔다. 이와 같은 설명은 한 개인 혹은 한 사회의 행복수준을 설명하는 데 좋은 시각을 제공하지만, 한 사회의 행복도를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한국 사회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개인의 유전자나 성격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아동들의 행복도에 관한 일련의 연구들은 한국 아동 행복도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라 보고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사회의 어디에서부터 어떤 것을 바꾸어야 아동들의 행복도를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사회정책적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아동 행복의 사회환경적 영향 요인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아동 행복을 증진시켜나갈 수 있는 정책과 실천방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본 연구는 아동들의 행복을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정책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한국의 사회적 맥락(social context) 혹은 사회적 환경을 포괄하는 생태체계적 관점에서 아동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아동 행복도의 영향요인에 대해 살펴보기 위하여 두 가지 연구문제를 설정하여 분석하였다. 첫 번째 연구문제는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으로, 아동 개인의 특성, 가정·학교·동네에서의 경험과 인식, 학교·동네의 외부적 환경이 아동의 주관적 행복(삶의 만족도, 긍정적 감정, 부정적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두 번째 학교·동네 환경에 따라 개인 특성이 주관적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이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개인의 특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증진시키거나 감소시키는 학교·동네의 분위기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두 가지 연구의 흐름을 접목하여 이론적 틀을 구축하였다. 첫 번째는 생태체계이론으로 아동을 둘러싼 환경적 영향을 세부적으로 나누어보기 위해 Bronfenbrenner의 생태체계이론을 활용하여 아동이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미시체계와 아동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외부체계로 환경을 구분하였다. 두 번째는 아동의 환경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Maslow의 욕구이론을 활용하여 각 체계 내의 요인들의 성격을 생존, 안전, 애정 및 소속, 존중 등으로 구분하였다. 이와 같은 이론적 틀을 기반으로 아동의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가족, 학교, 동네에서의 물질적 결핍, 안전, 관계, 존중과 관련된 변인들을 선정하였다. 또한 아동의 외부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학교와 동네의 분위기 변인들을 선정하였다. 선행 연구들을 기반으로 주관적 행복감을 종속변수로 하고, 미시체계의 요인들과 외부체계의 요인들을 독립변수로 하는 연구모형을 설정하고, 위계선형모형을 통한 분석을 시행하였다.

본 연구의 데이터는 아동 삶의 질 국제 조사(ISCWeB)의 한국 만10세, 만12세 아동 4207명과 232개 학교 데이터를 위계선형모형(hierarchical linear model)을 통해 분석하였다. 위계선형모형은 개인은 집단에 내포되어 있는 경우, 집단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개인수준과 집단수준의 분석을 통해 영향 요인을 나누어 볼 수 있는 분석방법이다. 본 연구에서 도입한 위계선형모형은 2수준 모형으로, 1수준(개인수준)을 미시체계, 2수준(집단수준)을 외부체계로 설정하여 분석하였으며, 무선절편모형(random-intercept model)과 무선계수모형(random-coefficient model)을 사용하여 주관적 행복감의 영향요인 및 층간 상호작용 효과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을 둘러싼 미시체계와 외부체계는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삶의 만족도,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에 영향을 미쳤고, 결핍/안전/관계/존중 관련 변수들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아동의 행복에는 물질적으로 결핍되지 않는 것, 가정·학교·동네에서 안전하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가족·친구와 좋은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 것, 그리고 부모로부터 존중 받고 생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반면 집단수준의 변인들은 미시체계의 변수가 최소한으로 포함되었을 때는 학교폭력 발생률, 학교의 물질적 결핍 수준, 학교의 공평한 분위기, 이웃간 신뢰가 아동 개인의 행복감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나, 미시체계의 경험과 인식 변수들이 포함되자 학교크기 혹은 지역크기 변수들을 제외하고 모두 영향력을 잃었다. 이는 학교·동네의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환경 안에서 개인이 어떠한 경험을 하고 인식을 갖게 되느냐라는 것이다. 둘째, 개인 특성과 주관적 행복 간의 관계는 학교와 동네 환경에 따라 증진되거나 감소되기도 하였지만,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사를 가는 것은 아동의 삶의 만족감을 떨어뜨렸고, 특히 이사간 지역의 범죄 발생률이 높으면 삶의 만족감이 더 크게 떨어졌다. 반면, 물질적으로 결핍되는 것도 아동의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렸지만, 학교의 분위기가 공평하면 결핍으로 인한 삶의 만족도 하락이 완화되었다. 성적과 삶의 만족도의 관계도 학교의 크기나 지역의 크기에 따라 변화하였고, 작은 학교에서 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은 특성은 사회환경이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관계를 조절하는 형태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외부체계는 직간접적으로 아동의 일상생활 환경과 행복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하여 아동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생태체계적 영향)와 중요한 요인(욕구수준에 따른 영향)을 보여준 것에 의의가 있다.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사회적 맥락의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영향은 아동의 일상적 생활환경의 영향이 핵심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정 내에서의 안전, 가족과의 활동, 부모의 공평한 처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아동 행복에서 가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일상적 생활 환경 내에서도 최소한의 물질적 수준, 가정·학교·동네에서의 안전, 가족·학교에서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 및 활동, 가족·학교에서 성인들의 존중이 중요한 영향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결과에 따라 본 연구는 이론적, 정책적, 실천적 함의를 도출하였다. 먼저 이론적 함의는 첫째, 아동 행복의 다면적 측면에 대해 연구한 것, 둘째, 아동 행복의 영향 범위를 생태체계적 환경까지 확장한 것, 셋째, 일상적 경험의 중요성을 보여준 것, 넷째는, 아동과 미시체계의 관계가 외부환경에 따라 변화되고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책적 함의는 욕구이론을 적용함으로써 아동 행복을 위한 정책실시의 우선순위 설정의 근거를 제공한 것, 아동 행복 증진을 위한 점진적 변화 전략의 근거를 마련한 것, 기본적 욕구의 중요성을 보여준 것, 관계뿐만 아니라 존중의 중요성을 보여준 것, 행복의 영향을 조절하는 학교·동네의 환경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천적 함의는 가정 내 환경개선을 위한 가정 내 개입 서비스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 둘째, 서비스 개별화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 셋째, 아동의 관계 증진 프로그램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 넷째, 가정/학교/동네 차원의 아동 안전 증진 프로그램 도입의 근거를 마련한 것, 다섯째, 이주 아동의 적응 프로그램 제공의 근거를 마련한 것, 여섯째, 아동대상 기관의 민주적 분위기 증진 필요성을 보여준 것 등이다. 본 연구는 향후 연구를 위하여 다양한 행복 측정 방식 도입, 다학제적인 연구, 자아실현에 관한 연구,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 및 질적 연구, 아동 행복도 개선을 위한 조건에 관한 연구 등에 대해 제언하였다. 본 연구는 국내에서 아동 행복을 연구하는 초기 연구로서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아동 행복 증진을 위한 정책 및 실천방법 개발에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