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 해석교육 연구-독자군별 해석텍스트의 분석을 중심으로

Abstract

이 연구는 독자군별 현대소설 해석의 양상을 질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기반하여 현대소설 해석교육의 실천 구도를 설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해석교육 관련 담론은 충실하게 누적되어 왔으나 해석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주력한 나머지 학습자들의 해석능력 성장을 위한 적절한 계기를 제공하지 못하였다. 또한 실증적 자료에서 근거를 찾아 현대소설 해석교육의 방향이나 방법론을 설계하는 작업에도 소홀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째, 현대소설 해석교육에 대한 이론적 탐구를 통해 그 개념과 성격, 범주를 탐구하고, 둘째, 학습자들의 현대소설 해석능력을 실제 자료를 통해 검토하며, 셋째, 해석능력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교육의 목표, 방법, 평가 준거 등을 설계하였다. 우선 현대소설 해석교육에 대한 이론적 탐구에서는 리쾨르의 텍스트 해석학과 에코의 문학 해석 이론에 기초하여 현대소설 해석의 개념과 성격을 탐구하였다. 그 결과 소설 해석을 해석자가 특정한 소설텍스트에 대해 해석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이자, 개시(開示)한 소설텍스트의 의미를 바탕으로 해석을 산출하여 그 타당성을 공증받는 활동으로 개념화하였다. 현대소설 해석의 범주는 현대소설에 대한 의미론적 해석, 수사학적 해석, 맥락적 해석으로 구성됨을 밝히고 이를 독자군별 소설 해석의 양상을 분석하는 이론적 범주로 활용하는 한편, 해석교육의 목표와 방법, 평가 준거를 설계하기 위한 단위로 삼았다. 구체적인 연구 자료의 분석을 위해 현대소설 독자군을 고등학생 독자군, 대학생 독자군, 전문독자군으로 나누고 각 독자군별 현대소설 해석 양상의 특성과 패턴, 수준을 탐구하였다. 이는 학습자의 실제적 수준과 발달가능역을 가늠하여 해석교육의 목표와 방법을 설계하기 위함이었다. 질적 내용 분석의 방법을 채택하되 분석의 정합성과 일관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NVivo10을 분석도구로 사용하였다. 앞서 도출된 현대소설 해석의 세 가지 범주별로 독자군별 해석 양상이 분석되었으며 이를 통해 독자군별 해석의 특성과 교육적 시사점이 추출되었다. 고등학생 독자군의 경우 전체적으로 의미론적 해석의 구현에 해석적 투자가 집중되지만 주제적 의미 구성을 포기하거나 해석 가설의 논증 과정이 미비한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기존의 해석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고, 반응을 단순한 프로토콜의 형태로 구조화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대학생 독자군의 경우 해석 가설을 보다 명시적으로 설정하기 시작하면서 해석자로서의 자의식을 갖추어 나가며 텍스트의 수사학적 특성에 대한 탐구 역시 발전되어 나간다. 또한 기존의 해석에 대한 대결의식이 강화되고 자신의 수용 맥락을 해석에 반영하려는 경향 역시 강해졌다. 전문독자군의 경우 해석텍스트 전반에 의미론적 해석과 수사학적 해석, 맥락적 해석을 고르게 분포, 통합시키고 이를 통해 명시적인 해석 가설의 논증을 수행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따라서 대부분의 해석텍스트가 해석어휘를 구심점으로 한 수렴방사 형으로 구조화되며, 해석사에 대한 대타적 의식을 통해 논리적 입각점을 정위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고등학생 독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잠재적 가능성이 검토되었고, 이들의 잠재적 해석능력을 상위 독자군이 구현하고 있는 실제적 해석능력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교육적 설계가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교수자 및 학습자에게 해석 활동의 실천적 지침이 될 수 있는 교육의 목표와 방법, 평가 준거 등을 설계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먼저 해석이 텍스트에 대한 수동적 능동성이 요구되는 활동이자, 소통에 의해 그 타당성이 검증되어야 하는 상호주관적 활동이라 전제하였다. 그리고 학습자들의 해석능력 신장에 실질적인 비계(scaffolding)로 작용할 수 있는 방법적 지식이 요청됨을 전제하였다. 또한 전문독자의 해석 활동과 학습자의 해석 활동 사이에 뛰어넘을 수 없는 질적 장벽을 가정하는 것은 학습자의 잠재적 역량을 무시하는 것이며, 오히려 학습자는 교사, 동료 학습자들과 함께 더 타당한 해석을 구성해가는 성장 중인 해석자임을 전제하였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학습자가 도달해야 하는 해석 활동의 수준을 기본 목표와 확장 목표로 나누어 구체화하였다. 의미론적 해석 범주에서 기본 목표는 텍스트의 의미론적 미결정성에 대한 견딤과 탐구의 태도를 내면화할 수 있다로 설정되었고, 확장 목표는 텍스트의 의도에 대한 논증을 수행할 수 있다로 설정되었다. 수사학적 해석 범주에서 기본 목표는 텍스트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그 효과를 민감하게 읽어낼 수 있다로 설정되었고, 확장 목표는 텍스트의 수사학적 전략을 분석하고 이를 의미 주제와 관련지을 수 있다로 설정되었다. 맥락적 해석 범주에서 기본 목표는 텍스트의 생산, 소통, 수용을 둘러싼 맥락의 다층성을 알고, 그것을 해석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로 설정되었고, 확장 목표는 해석공동체와의 교류를 통해 해석자 자신의 해석 과정에 대해 메타적으로 검토하고 성찰할 수 있다로 설정되었다. 해석교육의 방법에서는 분석된 독자군별 양상을 토대로 학습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검토하고 해석의 과정과 범주 별로 이를 해결하도록 안내할 수 있는 구조화된 활동을 제시하였다. 먼저 해석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기점 형성을 통한 해석적 과제 부여와 해석사 검토를 통한 독창적 가설 설정을 제안하였다. 해석 활동의 정교화를 위한 방법은 해석의 범주 별로 제안하였는데, 의미론적 해석의 정교화를 위해서는 전체적 읽기를 통한 해석어휘의 도출과 타당성 기준에 따른 해석 가설의 반복적 검증을 제안하였다. 수사학적 해석의 정교화를 위해서는 심미적 반응의 텍스트내적 귀인과 내포작가의 구축과 방법적 대화를 제안하였다. 맥락적 해석의 정교화를 위해서는 협동학습을 통한 맥락적 지식의 수집과 선별과 엮어 읽기를 통한 상호텍스트군의 형성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해석 활동의 소통 및 조정을 위해 공론화를 통한 해석의 갈등 경험과 메타 해석을 통한 해석자의 자기 성찰을 제안하였다. 또한 현대소설 해석 평가의 준거로 의미론적 해석에서는 응집성과 일관성, 수사학적 해석에서는 민감성과 관련성, 맥락적 해석에서는 독창성과 적절성을 제안하고, 각각에 대한 세부 기준과 평가 예시문을 도출하였다. 이 연구는 그동안 문학교실에서 학습자에게 해석이 아닌, 반응의 기회만이 제공되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해석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표면적으로만 선언하기보다는 실제로 학습자들이 겪고 있는 해석 활동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학습자들에게 자신의 해석을 타당화하여 그것에 공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석은 텍스트 앞에서, 그리고 텍스트를 통해서 학습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공론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문학 활동이다. 이러한 해석의 본질에 육박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해석을 보다 의미롭고 타당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론이 요청된다. 이러한 방법론을 제안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학습자의 현대소설 해석 활동을 생산적으로 추동할 수 있는 지침으로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