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에서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가 전문적 도움 추구에 미치는 영향

Abstract

상담 및 심리치료의 효과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추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 갭(service gap)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상담 및 심리치료 연구자들은 전문적 도움 추구(professional help seeking)에 관해 연구해왔다. 전문적 도움 추구에 영향을 주는 회피 요인과 접근 요인, 도움 추구에 소극적인 대상에 관한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회피요인이 접근요인 보다 더 많이 전문적 도움 추구 행동을 설명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문적 도움 추구에 따르는 부정적 인식인 낙인은 주요한 회피요인 중 하나로 사회적 낙인과 자기 낙인으로 구분된다. 전문적 도움 추구 행동을 이해하고 상담에 접근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낙인을 감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외국의 선행연구들에서는 여러 수준에서 다양한 전략들을 사용하여 전문적 도움 추구에 대한 낙인 감소의 효과들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낙인이 내재화되어 자기 낙인으로 발전한다는 이론적 모델이 종단 자료를 분석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사회적 낙인을 인식할지라도 자기 낙인의 형성과정을 방해하도록 계획된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자기 낙인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낙인 감소 개입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는 시작단계로서 낙인 감소에 관한 이해를 확장하고 효과적인 개입을 모색하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필요성에 근거하여 시작되었다. 상담 및 심리치료 대상이 개인임을 고려할 때 개인내적 수준에서 사회적 낙인이 자기 낙인으로 내재화되는 과정을 방해하는 개별적 개입이 가능한지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낙인 감소 전략을 문헌 분석한 선행연구에서 개인내적 수준에서 사용된 개입에는 개인상담, 집단상담, 인지행동치료, 역량강화, 자조 및 지지 집단이 있다. 정신장애에 관련된 자기 낙인을 평가하고 줄이는 전략들 가운데 인지 행동 치료가 자기 낙인을 평가하고 약화시키는데 효과적인 접근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중 인지적 재평가는 부정적 신념과 해석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구조화된 접근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사회적 낙인을 지각하여 낙인의 내재화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가 낙인 감소에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낙인 감소 개입으로 고정관념에 인지적 불일치를 일으키는 정보를 제공하여 역고정관념을 활성화하는 인지적 재평가를 채택하였다. 개입의 효과를 비교확인하기 위해 실험 자체로 인해 나타나는 호돈 효과(hawthorne effect)를 배제하고 연구의 외적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플라시보 통제집단을 설정하였다. 본 연구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전문적 도움 추구에 대한 낙인이 지각되는 상황에서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는 사회적 낙인, 자기 낙인, 전문적 도움 추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이다. 연구 대상은 전문적 도움 추구에 잠재적 내담자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 296명이었다. 전문적 도움 추구에 소극적인 대상으로 부정적 정서신념이 높은 집단과 소극적이지 않은 대상으로 부정적 정서신념이 낮은 집단을 구분하였다. 집단 구분을 위해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측정하는 정서신념척도를 번안하여 사용하였다. 전문적 도움 추구에 소극적인 대상과 소극적이지 않은 대상에서 낙인 감소 개입 이후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비교하였다. 연구방법으로 낙인이 지각되는 상황에서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 자극을 개발하였다. 심리적으로 우울한 상태에서 상담을 받을까 고민하며 전문적 도움 추구의 사회적 낙인을 지각하는 시나리오를 개발하였다. 인지적 재평가 개입의 효과를 비교 확인하고자, 인지적 재평가 요소가 들어 있지 않은 플라시보 통제집단을 설정하였다. 플라시보 통제집단에 실시된 개입은 낙인 상황에 집중하여 인식하기였다.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는 낙인에 대한 고정관념에 인지적 불일치를 일으키고 역고정관념을 활성화하는 정보가 들어있는 지시문을 읽고 글쓰기를 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플라시보 통제집단은 낙인 상황에서 생각, 느낌, 감정에 집중하여 인식하는 지시문을 읽고 글쓰기를 하는 것으로 개입이 이루어졌다. 자료 수집은 자발적 참여를 통한 집단 실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 참여자들은 인지적 재평가 개입 집단과 플라시보 통제집단과 무처치 통제 집단에 무선 할당되었다. 사회적 낙인이 내재화되는 상황을 설정하기 위해 참여자들에게 시나리오를 자신의 실제 상황처럼 몰입하여 읽도록 지시하였다. 이후 사전 검사를 하고 인지적 재평가 개입 이후 사후 검사를 하였다. 플라시보 통제집단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개입의 효과를 사전 사후 비교하여 확인하기 위해 개입 이전의 인지적 재평가 개입 집단과 플라시보 통제 집단과 무처치 통제 집단의 사전 동질성을 확보하였다. 연구결과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 개입 집단과 플라시보 통제집단을 비교하여 인지적 재평가 개입 이후 사회적 낙인과 자기 낙인이 감소하고 전문적 도움 추구 태도와 의도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서신념과 다른 변인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정서신념과 사회적 낙인과 자기 낙인의 정적 상관이 확인되었다. 부정적인 정서신념이 높을 때 사회적 낙인이 높고, 자기 낙인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정서신념과 전문적 도움 추구 태도와 의도의 부적 상관이 확인되어, 부정적 정서신념이 높을 때 전문적 도움 추구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전문적 도움 추구 의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부정적 정서신념이 높을 때 전문적 도움 추구에 소극적인 것을 확인하고 부정적 정서신념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에서 인지적 재평가의 효과를 확인하였다. 전문적 도움 추구에 소극적인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부정적 정서신념이 높은 집단에서도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 개입 이후 자기 낙인이 감소하고 전문적 도움 추구 태도와 의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라시보 통제집단으로 낙인상황에 집중하여 인식하기가 실시된 부정적 정서신념이 높은 집단에서는 개입 이후 사회적 낙인과 자기낙인이 증가하고 전문적 도움 추구 태도와 의도의 변화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 개입이 낙인 감소에 효과가 있음을 플라시보 통제집단과 비교하여 확인했다. 정서신념과 개입에 따른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사회적 낙인이 지각되는 상황에서 낙인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가 사회적 낙인이 자기 낙인으로 내재화되는 과정을 방해하여 자기 낙인이 감소하고 전문적 도움 추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전문적 도움 추구에 소극적인 대상에서도 인지적 재평가는 낙인 감소와 전문적 도움 추구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국내에서 전문적 도움 추구에 대한 낙인을 개별적으로 감소하는 개입에 관한 연구가 드물었던 점을 고려할 때 낙인 감소에 관한 이해를 확장하고 전문적 도움 추구에 소극적인 대상에게서도 낙인 감소에 효과적인 개입을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전문적 도움 추구에 대한 낙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어, 상담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서비스 갭 현상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