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성이론(Salutogenesis)에 근거한 자살기전분석과 예방정책

Abstract

자살 행위 자체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지극히 고립되어 행해지므로 사회적 행위라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경제 환경의 변인들과 자살과의 연관성에 관한 국내외의 숱한 연구결과가 말해 주듯이 자살은 스스로는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사회적 조건에 대한 고독한 사회적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서 경각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크게 두 가지 접근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자살을 사회 병리 현상으로 이해하는 사회학적 접근과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사회심리적 상태를 위험요인에 대한 결과로 이를 치료하는 방식의 생의학적 접근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두 접근 모두 자살에 대한 위험요인에만 집중하게 되어 즉각적인 처방에 매달리기 쉽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개인의 대처에 관한 스트레스 반응이론인 건강생성이론은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건강을 잃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요인에 대해 집중한다. 이 이론의 핵심 개념인 통합성은 문제 상황에도 일반적 저항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스스로 건강한 삶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자원 활용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살행위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일종의 부적절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살행위에 대해 통합성 개념을 중심으로 건강생성이론을 적용하여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였다. 본 논문의 구성은 크게 이론적 고찰과 자살기전분석 그리고 정책적 제안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연구의 도입부분은 자살과 건강생성이론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다. 우선 자살에 대한 이론적 고찰은 자살의 정의를 비롯해, 자살의 정책적 개입에 대한 정당성 논의 그리고 자살 기전에 관한 이론적 접근으로 구성하였고, 건강생성이론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기 위해 이 이론에 대한 개요를 비롯해 다른 이론과의 비교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살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건강생성이론의 모형을 제시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두 번째, 건강생성이론에 근거한 자살기전을 분석하였는데, 자살생각을 종속변수로 하는 양적 통계연구와 자살자의 유서를 분석한 질적 연구로 구성된 통합연구를 시행하였다. 양적 연구의 목적은 Antonovsky의 건강생성이론에 따라 자살생각과 통합성의 연관성의 검증하고 통합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일반적 저항자원으로서 사회적 지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이 연구를 위하여 2010년 서울시 복지패널자료를 활용하여,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최종 대상자수는 2,357명으로 하였다. 이 연구의 분석은 두 부분으로 나눠지는 데, 첫 번째는 인구·사회·심리적 요인(성별, 연령, 결혼상태, 교육수준, 소득수준, 우울 정도)을 통제하고도 통합성이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지 위계적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검증하였고, 두 번째는 일반적 저항자원으로서 사회적 지지(지각된 사회적 지지, 사회참여)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를 규명하고, 자살생각에 어떠한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경로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로는 첫 번째, 통합성은 인구·사회·심리적 요인을 통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살생각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통합성은 우울증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줄이는 완충효과를 보였다. 두 번째, 비교적 높은 수준의 지각된 사회적 지지와 사회참여수준가 통합성을 향상시키고, 이는 다시 직간접효과를 거쳐 자살생각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적 연구인 유서 분석은 앞선 양적 통계연구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자살의 원인으로 단일한 위험 요인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자살자가 자살을 앞둔 시점에서 드러낸 자신 스스로와 삶 그리고 주관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결과에 Antonovsky의 통합성 이론을 적용하여 자살자의 통합성과 일반적 저항자원의 수준을 파악하고, 이 두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여 자살에 이르게 하는지 개별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자료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의 수사기록에 첨부되어있던 315건의 유서 중 자살을 앞둔 상황에 대한 인식과 자기 인식이 있는 154개를 대상으로 하였다. 분석 방법으로는 연역적 방법인 이론적 주제 분석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를 위해 코딩작업을 거쳐 생성된 개념을 통합성 이론에 근거해 구성된 주제에 상응시켰다. 주제분석 결과 통합성은 유서 자료에 효과적으로 맵핑이 되었다. 통합성은 하위개념인 이해력, 관리력, 의미부여로 나누어 살펴 보았는데, 분석결과 이해력에 관한 주제로는 상황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 심리적 고통이, 관리력은 부정적인 과거경험과 통제력 상실, 감정적 연결의 단절이, 의미부여는 삶의 의미 없음, 희망 없음이 주제로 채집되었는데,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자살자들의 통합성이 극히 저하된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자살자는 단일 요인보다 다수의 요인이 결합된 문제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분석결과 물질적 자원, 육체적 자원, 사회적 지지, 자아 존중감, 대처 전략이 복합적으로 결핍되어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이 결합하여 자살자에게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무력감을 갖게 하며, 결과적으로 삶을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잃게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 상황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중요한 저항자원이 충분하다면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위해 우리나라 자살의 특징을 살펴보고 건강생성이론을 적용한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적 수단에 대해 논의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학적 근거 중심의 자살행위의 위험요인에 대한 보호요인들, 예를 들면 정부수준에서는 경제적 긴급지원서비스나 정신보건서비스, 자살위험군의 지속적 사례관리, 치명적 자살수단접근 제한, 언론보도규제정책, 의료인대상 자살예방교육 그리고 지역사회수준에서는 게이트키퍼와 자살위기관리체계의 확립 등을 정책 수단으로 살펴 보았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건강과 삶의 질을 확보기하기 위한 향상요인에 대해서도 살펴 보았다. 예를 들면, 정부수준에서 안정적 소득지원을 다양한 정책들과 포괄적 차별금지 정책 그리고 지역사회 수준에서는 지역 공동체의 부활을 위한 다양한 사례와 노력들에 대해 살펴 보았다. 자살을 일종의 성찰의 과정을 거치는 문제해결과정이라고 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저항자원에 대한 개발과 증진에 집중하는 것이 자살예방을 위한 개입지점이 될 수 있다. 건강생성이론에 기초한 포괄적 자살 예방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개인은 물론 학교, 지역사회와 같은 집단 수준 그리고 정부 수준에서 주체를 명확히 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