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력있는 도시: 트라우마를 다루는 공간디자인에 관한 연구

Abstract

도시는 역사상 재난과 재해가 그친 적이 없었고 정치, 경제, 종교 상황에 따른 국제적 전쟁과 테러 뿐 아니라 노사 간, 이념 간의 분쟁,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의 이유 없는 폭력까지 포함해 너무도 다양한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trauma)에 노출되어 있다. 과거의 엄청난 재난 가운데 드라마틱하게 회복된 세계 도시들의 역사를 보면 도시 스스로가 지닌 회복력(resilience)의 실체를 볼 수 있으나, 이는 도시재건에 있어 주로 시설적 측면의 회복에 치우쳐 있었고 도시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경험한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 사회적 치유, 정서적 재건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본 논문은 도시 스스로가 가진 회복력을 전제로, 트라우마로부터 도시인들의 회복을 돕는데 기여하는 공간디자인에 관한 연구이다. 트라우마를 다루는 공간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진보, 여전히 남아있는 난제들을 통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이러한 난제를 풀어가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이론적 접근(theoretical approach), 디자인적 접근(designer's approach), 현장 분석적 접근(site-analytical approach)을 연구방법으로 도입하였고, 이와 연계하여 치유효과를 주는 공간디자인 콘텐츠를 살펴보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위한 트라우마의 치유를 돕는 공간 디자인에 대해 제안하였다. 연구자는 역사적 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해야한다고 역사사회학자들이 주장하는 트라우마 재현의 관점, 심리학자들이 주시하는 트라우마 치유의 관점,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형태와 상징에 대한 관점 사이를 넘나들며 담론을 펼쳤다. 연구 결과 가장 우선적으로, 트라우마를 다루는 공간 디자인은 그 공간개념이 기억의 탈역사성, 탈정치성을 띠면서 단지 감성에만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역사적 진실에 대한 바른 해석, 위로할 자와 위로받아야할 자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에서부터 공간계획이 시작되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본 논문에서는 과거의 천편일률적인 조형, 전시 방법의 한계를 넘어 역사적 기억과 대면하고 진정한 애도를 표현하기 위한 재현 방법들을 제안하였다. 이는 트라우마의 흔적을 보존하고 희생자를 인격화하며 명확한 애도의 상징들을 통해 역사적 상상력을 주는 건축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또한 다시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자각과 격려를 주는 치유의 텍스트를 가지고 있고 상호소통의 전시를 통해 다양한 구성원간의 소견이 교차되는 새로운 회복의 방식을 제안하였다. 단호히 말하면,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은 학문이나 예술 등에 의한 상징적 치유나 제도적 기업사업에 맡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극심한 고통의 경험을 얄팍하고 가시적인 공간언어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디자인된 공간디자인 콘텐츠들이 상처받은 도시의 치유를 돕는 기능을 감당하고, 도시의 정서적인 재건, 기념하는 재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연구자는 공간디자이너가 이러한 딜레마적 입장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치유에 기여하는 공간해법을 위해 재현하는 내용에 관한 사회구성원의 수용과 반응을 직시하고, 희생자와 사회구성원 양쪽의 목소리에 공감하면서 역사적 진실과 대중의 요구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방법을 찾아가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