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국어 부사 '就'의 의미기능과 문법화 연구

Abstract

현대중국어 부사 就는 출현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용법이 매우 다양하다. 이미 여러 선행연구에서 부사 就를 다룬 바 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예컨대 통시적으로 부사 就의 문법화 과정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 공시적으로 부사 就의 의미기능 및 내재적 발전과정 등을 밝혀내지 못한 점 등이 있다. 이에 본고는 문법화 이론과 인지언어학 이론을 토대로 통시적 관점과 공시적 관점을 결합하여 현대중국어 부사 就의 문법화 과정과 의미기능, 그리고 화용적 측면의 표지어 기능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부사 就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부사 就의 의미는 접근하다라는 이동동사의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의미기능에 따라 시간부사, 접속부사, 범위부사 및 어기부사로 하위분류할 수 있다. 본고는 우선 통시적 관점에서 이들 네 가지 하위부류의 형성시기와 시기별 변천 양상, 그리고 각 의미기능의 형성 과정에서 작용한 문법화 기제에 대해 고찰하였다. 고찰 결과, 네 개의 하위부류는 두 가지 문법화 경로를 따라 형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첫 번째 경로는 동사 就→시간부사 就→접속부사 就이며, 이 경로는 就의 어원의미 접근하다의 의미특징인 접근성의 영향으로 형성된 것이다. 두 번째 경로는 동사 就→범위부사 就→어기부사 就이며, 이 경로는 就의 어원의미 접근하다의 의미특징인 목표지향성의 영향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 두 가지 경로는 모두 문법화의 단일방향성 원리를 따르며, 각 경로의 내부요소 사이에는 명확한 통시적 의미계승 관계가 내재되어 있다. 시간부사 就는 魏晉南北朝 시기에 출현하였고, 이 과정에서 작용한 문법화 기제는 은유와 재분석이다. 시간부사 就가 빠르다 등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 이유는 동사 就의 공간적인 접근성이 은유 기제를 통해 시간영역으로 사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就가 동사에서 시간부사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就의 통사적 위치, 그리고 공기성분들과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就가 [＋이동성]의 의미자질을 가지지 않은 경우, 후속동사와 목적어 간의 의미관계가 강화되고 就와 해당 목적어와의 의미관계는 느슨해진다. 이때 재분석 기제의 작용에 따라 就는 뒤의 동목구조를 수식하는 부사어로 발전하여 부사라는 문법기능을 획득하게 된다. 접속부사 就는 魏晉南北朝 시기에 시간부사 就에서 발전하였고, 明淸 시기에 이르러 다양한 논리관계를 나타내게 되었다. 이처럼 就가 시간관계를 나타내는 부사에서 논리관계를 나타내는 부사로 발전한 것은 은유 기제와 관련이 있다. 즉 시간적 선후관계에서 논리영역의 인과관계로 사상된 것이다. 또한 접속부사 就의 다양한 의미는 인지영역에서 같은 의미적 근거를 공유하는데, 이는 시간영역의 [접근]이라는 의미속성이 은유를 통해 발전된 결과이다. 유추는 접속부사 就의 발전을 촉진시킨 또 다른 문법화 기제이다. 접속부사 就는 처음에 인과관계를 나타내다가, 유추를 통해 가정관계, 조건관계 등의 다양한 논리적 관계를 나타내게 된다. 범위부사 就는 宋代 시기에 출현했으며, 본래 동사였던 상태에서 환유와 재분석 기제의 작용으로 범위부사로 발전하였다. 즉 동사 就가 어떤 목표를 향한 접근이라는 의미는 환유를 통해 목표가 강화되었으며, 재분석을 통해 범위를 한정시키는 부사어 기능을 획득하게 되었다. 어기부사 就는 南宋 시기에 출현하였고, 본래 범위를 나타내던 부사가 은유 기제를 통해 화자의 의지나 태도를 표현하는 어기를 나타내게 됨에 따라 추상화 정도가 더욱 강화되는 변화를 겪었다. 다음으로, 선행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시적 관점에서 현대중국어 부사 就의 의미기능을 다루었다. 본고의 고찰에 따르면, 부사 就는 연결 기능과 유일화 기능이 있다. 기존연구에서도 就의 연결 기능에 대한 제기한 바 있으나, 내용이 단편적일 뿐 아니라 연결되는 성분에 대한 분석 또한 결여되어 있다. 본고는 시간부사 就와 접속부사 就가 연결 기능을 지닌다는 점을 밝히고, 就로 연결되는 성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범위부사 就와 어기부사 就의 유일화 기능에 대해 분석하였는데, 이는 선행 연구에서 언급한 배타성 기능과 차이가 있다. 나아가 연결 기능과 유일화 기능 간의 내재적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양자 간에는 [+배타성]과 [+동질성]을 지닌다는 교집합이 존재하는 반면, 유일화 기능은 연결 관련 정보와는 무관하다는 차이점 또한 존재한다. 대부분의 선행연구에서는 이 두 가지 기능이 형성된 원인을 다룰 때 就가 이동동사로서 지니고 있는 의미적 특징을 간과하였다. 본고는 이 점의 보완을 위해 어원의미의 특징을 충분히 고찰하였고, 연결 기능과 유일화 기능이 각각 접근성과 목표지향성이라는 어원의미의 의미속성에서 연유되었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인지언어학의 현저성 이론을 근거로 하여, 접근성이 부각될 경우 就가 연결 기능을 하고 목표지향성이 부각될 경우 유일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끝으로 부사 就의 주관량 표지어 기능에 초점을 맞춰 화용적 측면에서 就의 주관량 표시 양상과 원인을 분석하였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就가 주관량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것이 주관적 대량을 나타내는지, 혹은 주관적 소량을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본고는 부사 就의 단일수량구조와 이중수량구조에서의 사용 상황 분석을 통해, 就가 주관적 대량과 주관적 소량을 모두 나타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부사 就의 각 하위부류의 주관량 표시 양상을 분석하여 就의 주관량 표시 규칙을 찾아내고, 就가 주관량을 나타낼 수 있게 된 이유를 통시적‧공시적 측면에서 고찰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就의 주관화 진행의 결과이다. 둘째, 就가 참조량을 확립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셋째, 就가 때에 따라 주관적 대량 혹은 주관적 소량을 나타내는 것은 어원의미의 이중관점 특징과 관련이 있다. 인지언어학의 관점 이론에 따르면, 이동을 나타내는 就는 관점에 따라 다가가다와 다가오다라는 상반된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보이는 관점의 차이는 来와 去에 대한 관점의 차이와 동일하다. 만약 화자의 관점에서 행위의 주체가 자신(화자)을 향해 이동하고 있음을 표현하게 되면 화자와 행위주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 이것이 수량범주에 사상되면 주관적 소량을 나타내게 된다. 이와 달리, 화자의 관점에서 행위의 주체가 화자와 멀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표현하게 되면 화자와 행위주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이것이 수량범주에 사상되면 주관적 대량을 나타내는 것이다. 본고는 就의 문법화 과정과 의미기능 및 표지어 기능에 대한 전면적인 고찰을 진행하였고, 문법화 이론과 인지언어학 이론을 이용하여 관련 현상의 내‧외적 원인을 분석하고 설명하였다. 이상의 논의는 就에 대한 심층적 이해의 제고와 유형학적 측면에서의 언어보편성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