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건축의 전통 표현에 관한 연구: 안도 타다오와 쿠마 켄고의 작품을 중심으로

Abstract

전통이라는 것은 가족, 국가, 민족 및 지역사회의 단위로 전해 내려오는 지역적 특성이나 생활양식을 토대로 발현되는 공동의 결과물이자, 공동감각의 가시적 표현이다. 따라서 전통은 현대 건축계에서 추구하는 지역성, 장소성, 공동성과 같은 가치들을 아우르는 저면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옛 것에 멈춰 있는 고정적인 요소라기보다 현대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reinterpretation)되며, 재창조(reinvention)되므로 현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일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 발현될 가능성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현대 건축계에서 일본 건축은 모더니즘 시기 이후 지역적 다양성을 상실하고, 단일의 공법과 재료로 범람하던 건축의 흐름 속에서도 일본만의 독자적인 미감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건축으로 현대 건축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서구문명을 수용하는 가운데서 지속적으로 일본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전통의 현대화를 위한 활발한 전개과정을 통해 산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일본 건축에 나타나는 전통적인 미감, 공간관념,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는 오늘날의 도시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안티테제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전통 전개 과정에서 전통은 각각의 시대적인 상황에 입각하여 해석된다. 19세기 서구화 시대부터 50년대 전통논쟁, 그리고 메타볼리즘 건축에 이르기까지 건축에서 전통 표현은 각각 동서양의 형태적 결합, 모더니즘 건축과 유사한 전통요소의 파악, 전통정신과 기능주의의 융합으로 상이하게 나타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건축적 방식을 계속하여 만들어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그 다음시기로 현대 일본건축에서 정의내리는 전통의 성격을 규명하고, 건축적 표현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현대 건축의 방향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구체적 방법으로 전통이 작품 활동의 주된 건축철학으로 작용하고 있는 3세대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4세대 건축가인 쿠마 켄고의 작품을 연구의 대상으로 선정한다. 두 건축가는 전통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건축재료, 형태, 공간기법 등에서 확연하게 다른 건축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두 건축가의 활동 시기의 상황과 그로 인한 전통 견해에 대한 차이가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건축물을 분석하고자 한다. 안도 타다오와 쿠마 켄고의 다양한 전통성 구현과정은 아직 근대적 시각에 멈춰있는 우리에게 전통성 표현 영역을 넓혀주는 자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