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층 수관의 이른 울폐가 얼레지(Erythronium japonicum) 생장과 번식에 미치는 영향

Abstract

온대낙엽활엽수림의 봄철에는 상층 수관층 개엽이 시작되고 잎이 빠르게 생장하기 때문에 임분 하층으로 유입되는 빛의 양이 급격히 변화한다. 춘계단명식물(春季短命植物, Spring ephemeral)은 초봄 눈이 녹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상층 수관이 울폐되기 전까지 생활사를 완료하는 초본 식물로 임분 하층으로 유입되는 빛의 양은 춘계단명식물 생활사를 결정짓는 주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기후변화 등과 같은 이유로 상층 수관층 개엽 시기가 불안정해지면 임분 하층으로 유입되는 빛의 양이 변하게 되어 춘계단명식물 생활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상층 수관 울폐시기가 빨라질 경우 춘계단명식물인 얼레지(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의 생활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개화시기인 5월 초 그늘막을 설치하여 엽면적, 바이오매스와 같은 생장 특성, 탄소분배 패턴, 종자발생량과 같은 번식 특성을 대조구와 그늘처리구에서 비교해 보았다. 얼레지 잎이 막 펴진 5월 초에서 개엽이 절정에 달한 5월 중순 사이 엽면적 증가량은 그늘처리구에서 1.2배 더 크게 나타났고 5월 중순 엽면적비(Specific leaf area) 역시 그늘처리구에서 크게 나타나는 등 음엽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늘처리구에서 잎이 더 빨리 시들었다. 그늘진 조건에서는 낮은 광합성률에 비해 높은 호흡률과 광보상점으로 광합성 산물 생성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5월 말 얼레지 개체당 평균 바이오매스는 비개화 개체의 경우 대조구에서 약 1,852 ㎎, 그늘처리구에서 약 1,296 ㎎이었고, 개화 개체의 경우 대조구에서 약 2,735 ㎎, 그늘처리구에서 약 1,872 ㎎으로 비개화 개체(P < 0.01)와 개화 개체(P < 0.001) 모두 그늘처리구에서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 시기별 바이오매스 패턴을 분석했을 때 번식 능력이 있는 개화 개체는 5월 중순까지는 무성 생장 기관에 자원을 분배하고 이후는 번식 기관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늘막 설치 10일 후인 5월 중순에는 대조구와 처리구 간에 바이오매스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그늘막 설치 20일 후인 5월 말에는 그늘처리구 바이오매스가 낮게 나타났다. 이것은 그늘처리구에서 낮은 광합성률로 인해 당해 광합성 산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추론되었다. 결론적으로, 얼레지는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지하부에 저장된 자원을 생장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그 이후 번식을 위해 당해 광합성 산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레지는 생장과 번식을 위한 자원의 출처 차이와 분배의 시간차로 인해 생장과 번식 사이의 직접적인 자원 맞교환 전략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열매로 이동하는 당해 광합성 산물은 대조구보다 그늘처리구에서 이른 시기에 이동하였다. 하지만 열매 성숙 비율, 종자 발생 비율, 발아율 등 번식이 그늘처리구에서 낮게 나타나 결과적으로 번식이 저조하였다. 얼레지는 무성 번식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종자 생산이 감소하면 새로 유입되는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상층 수관층 울폐시기가 빨라지면 얼레지 개체군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해준다.